위기관리의 성악설과 성선설
위기관리의 성악설과 성선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6.06.2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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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근거 없는’ 믿음, 커뮤니케이션 부실 가져와

[더피알=정용민]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manage)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종종 이야기하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communication management)를 의미한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모니터링되고 분석, 평가돼 개선을 위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쌓여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사전에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들을 구성하고 공유해 전사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낼 수 있도록 체계화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현장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돼 있는 기업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 스스로 ‘누구든 자칫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기본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아무리 실무 경험이 많은 임원이라 해도 숙련된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선 자칫 실수 할 수 있고, 그것이 자사에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공유한다. 당연히 일반 직원들과 각 이해관계자 창구인 영업, 마케팅, 인사, 기획, 대관, 법무, 생산, 지점 및 지사, 고객센터 등이 언제든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일종의 ‘성악설’에 기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업들은 부단히 커뮤니케이션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노력한다. 새로운 이슈나 문제들에 대해 매번 중앙집권식으로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구조화해 개발하고, 각 이해관계자 창구들과 체계적으로 공유한다.

평소 반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받은 창구들은 공유 받은 메시지들을 상호간 다름없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경우 외부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볼 때에 그 기업은 ‘정확하게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지향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잘 구현되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거의 빠짐없이 최고경영진과 홍보팀 스스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공감한다. 홍보팀이 중심이 된 중앙집권식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 분석·개발·공유 활동이 원활하다.

가끔 홍보팀이 적시에 대응 메시지와 근거들을 공유해 주지 못하면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홀딩(안전하게 미루며 약속함)할 정도로 홍보팀을 의지한다. 그리고 각각의 이해관계자 창구들은 철저하게 훈련돼 있거나 지속적으로 훈련 받는다. ‘각 개인의 실수를 최소화해서 조직이 피해를 받는 경우를 최소화한다’는 개념이 공히 체화돼 있는 것을 본다.

개인처벌은 조직개선 될 수 없어

반면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일부 또는 상당부분 부실한 기업이나 조직들은 어떨까?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성선설’과 유사한 개념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인데 어떻게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겠어. 어느 정도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막연함에 주로 의지한다.

어떻게 보면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돼야 한다는 생각이나 관심이 희박한 경우일 수도 있다. 당연히 이런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사전적 대비나 훈련 등은 생략되거나 무시된다. 아예 관심이 없는 기업이나 조직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항상 문제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자사의 지방 한 지점을 방문해 아주 민감한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한 방송사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자. 지사를 책임지는 매니저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인터뷰를 했다는 사후 보고를 받게 된다.

본사에서 실제 방송된 보도를 보니 회사와 관련해 경악할 만한 위험 정보들을 기자에게 다 털어 놓는 인터뷰 내용이 보인다. 대표이사와 고위임원들이 크게 화를 낸다. 부주의한 그 개인을 인사조치 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홍보팀에게는 왜 해당 방송을 그대로 나가게 했느냐면서 언론 통제 요구를 한다.

회사의 공식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팀이 있다. 회사 브랜드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페이스북에 사명을 달아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어느 날 회사 페이지에 황당한 내용이 올라왔다. 자사 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을 폄하하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대해 회사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지지표현을 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해당 해프닝에 대해 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쏟아지는 언론들의 연락을 받고 나면 고위임원들이 문제의 포스팅 내용을 알게 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다시 노발대발하기 시작한다. 온라인 운영을 담당하는 직원과 팀장을 인사 조치한다. 담당 임원이 사과문을 낸다. 곧 왜 이런 불필요한 일을 만드는 거냐고 하면서 페이스북 운영을 중단시킨다.

선진적인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가 실현되지 않는 기업이나 조직들은 이런 해프닝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그에 대한 개선은 매번 개인 처벌과 사후 핑거포인팅과 혼동에 묻힌다.

기본적으로 경영진들은 해당 문제를 ‘일부 직원 개인의 문제’나 ‘일선 직원의 말실수’ 정도로 치부한다. 그러니 전사적이거나 체계적인 개선이 있을 수 없다.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입’부터 제대로 관리해야

가만히 생각해 보자. 일선 직원이 회사에 해를 끼치는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반복된다. 그렇다면 이건 어느 개인 하나 둘의 문제일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기업이나 조직 차원에서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해야 하겠다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기업이나 조직에서는 해당 논란을 ‘직원 개인의 사소한 실수’로 폄하해야 금방 논란이 진화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해프닝을 조직의 문제가 아닌 개인 문제로 간주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 문제로의 처리가 반복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하게 관리돼야 맞다. 그래야 기업이나 조직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반과 사회적 생존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기업 경영 체계다.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기업이나 조직은 대부분 실제 경영 품질도 그리 높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사회적 논란을 자주 만드는 기업이나 조직 내부에 들어가 보면 그런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입’을 제대로 관리하자.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입’을 잘 관리만 하면, 그 다음에 쓸데없이 무리하게 ‘이해관계자들을 관리하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론 커뮤니케이션 훈련을 잘 받은 창구가 공유된 회사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기자에게 전달하기만 하면, 무리하게 홍보팀이 사후 방송사나 신문사를 찾아다니면서 살려 달라 하고 광고 예산을 빌미로 언론 통제를 시도하는 무리수는 필요 없다.

규제기관에 전달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가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만 있다면, 사후에 규제기관을 찾아다니며 다시 해명하고 법적으로 로펌의 자문을 받아 지루한 대응을 하는 수고들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

기업의 공식 온라인 채널들을 매일 운영하며 커뮤니케이션 하는 창구들이 제대로 훈련 받아 정확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사려 깊지 못한 포스팅 메시지에 기업이 사과문을 올리고 고객 숙여 사과 하고 더 나아가서 예산을 집행해 만든 채널을 폐쇄하거나, 온라인 제작물을 폐기하는 비생산적 상황들은 방지할 수 있다.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이 진행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엄격하게 해당 기업이나 조직 자체의 문제다. 경영 품질의 문제다. 최고경영진이 가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개념의 부실이 문제다.

더 이상 기업이나 조직 구성원들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을 ‘단순 실수’라고 칭하거나 ‘뭐 좋은 일이라고 개인의 실수를 자꾸 거론하는가?’하며 사후 개선 기회를 소멸시키는 문화를 만들지는 말자.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기업이나 조직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관리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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