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 최환규 (admin@the-pr.co.kr)
  • 승인 2010.09.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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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규의 갈등 코치

평소 차량 소통이 원활한 시간대에 차가 밀리는 상황을 보면 대개 가벼운 접촉 사고의 당사자인 두 운전자가 길 한가운데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추돌 사고의 경우 거의 뒤차의 책임이 100%이어서 다툼의 여지가 별로 없는데도 서로 큰 소리와 함께 삿대질을 하면서 싸우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빨리 사고현장을 처리해 다른 운전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라지만 구경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사자들의 목소리 또한 구경꾼의 수에 비례해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싸우는 내용도 사고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누가 나이가 많으냐, 적으냐’에서부터 ‘반말을 썼다, 안 썼다’와 같은 내용이 주를 이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앞차의 운전자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신체에 가해진 충격을 느끼면서 제대로 운전하는 자신을 뒤에서 누군가 쳤다는 생각에 화가 나 씩씩거리며 차에서 내려 자신의 차가 어느 정도 부서졌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뒤차의 운전자는 사고가 나는 순간 앞차 운전자가 다쳤는지, 앞차와 자신의 차가 어느 정도 부서졌는지, 그래서 발생하게 될 금전적인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생각하면서 ‘두려움’에 쌓이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화’나 ‘두려움’을 감정이라고 하는데 사고가 난 운전자들이 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의 원인은 바로 이런 감정 때문이다. 감정은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생존을 위해 존재해 왔다. 주위 사람이나 자연환경으로부터 발생하게 되는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항상 몸을 움직일 준비를 해야 했던 그 시대에는 감정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내가 위협을 받는다고 느끼는 순간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흥분되기 시작하는데 이런 시스템은 현재도 같은 역할을 한다.

‘감정’에 지배당해선 안돼
다만 현재는 과거와 달리 자연환경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다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런 작용들이 주로 일어난다. 앞에서 설명한 접촉 사고의 경우 운전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무슨 운전을 이렇게 하세요?”와 같은 공격적인 말을 하게 되면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공격받는다는 생각에 상대에게 강하게 반격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점점 감정이 고조되면서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경우 말이 점점 거칠어지는 이유는 말에 감정이 실려 상대방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메리비언은 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단어의 뜻은 7%이고 나머지는 말투나 제스처 등 비언어적인 요소가 93%를 차지한다고 한다. 결국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언어적인 요소가 대화과정에서 상대방을 자극하게 되고, 이것이 다툼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가트만 박사에 따르면 분당 맥박수가 100회 이상이 되면 이성적 판단이 어렵다고 한다. 분당 100회의 맥박수는 조금 빨리 움직일 때 나타날 수 있는 숫자로 결국 우리가 조금 흥분된 상태에서 상대와 말을 하게 되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하게 되면 대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상대와의 대화는 거칠어지는 결과를 얻게 된다.
대화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대화는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그리고 대화의 목적이라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실제로 대화가 일어나는 장면을 보면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과 대화의 목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조직에서 회의를 할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분명히 말하는 사람도 있고 듣는 사람도 많지만 회의 결과의 이행 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도 듣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척하는 사람이 많았고 대화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사가 부하와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경우 상대를 자극하는 대화를 하기 일쑤이다. 이런 말을 듣는 부하는 비록 노골적으로 상사를 공격하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감정이 작용해 ‘상사=나를 성장시키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상사=나를 질책하는 사람’으로 인식해 부하는 상사를 대상으로 서서히 전투준비를 하게 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가 무인도에서 혼자 살지 않는 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필수적이다. 특히 조직에서 일을 할 경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사, 동료와 부하 등 모든 사람과의 생산적인 대화가 정말 중요하다.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상대에 대한 사랑·공감이 전재돼야
첫째, 대화의 목적을 분명히 한다. 대화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 흔히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예를 들어 상사가 부하를 불러놓고 잡담을 할 경우 부하는 ‘바쁜데 지금 뭐 하려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불만을 갖게 되고 긴장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갈등의 시작이 된다.
둘째, 상대가 원하는 내용을 파악한다. 상대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화를 내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럴 때 필요한 대화 기술이 공감이다. 공감은 마음으로는 상대의 감정을 읽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면 상대는 ‘아, 저 사람이 나를 이해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어 더 이상 화를 낼 필요가 없어지면서 서서히 화가 가라앉게 되고, 문제의 핵심을 찾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셋째, 서로가 만족할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이때 어느 한 사람만 해결방법에 대해 만족하게 되면 다른 한 사람은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의 불씨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런 상태는 결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그 중에서 두 사람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서로가 문제해결의 방법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방법 이면에 숨어 있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내어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면 분명히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조직 내에서 대화는 필수적이다. 서로가 대화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상대의 감정을 읽어주면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의 감정을 읽어줄 때 상대는 ‘나를 인정해 준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게 되고 상대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이 경우가 되면 대화가 가능해 지게 되며, 많은 사람이 원하는 ‘소통’이 시작되게 된다. ‘소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정말로 상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대화를 하게 되면 상대 또한 진심으로 그 말을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상대방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정해 주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즉, 타인과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 주는 연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공감을 통해 자신을 인정하게 되고 타인 또한 인정 받음을 느끼게 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게 되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속담이 무색해 질 것이다. 세상의 평화를 위해!

● 최환규 코칭엔진 대표

coaching365@naver.com


고려대/

고려대 일반대학원/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일본 Kyoei System Bureau/

한국액션러닝협회 인증코치/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국제코치협회(ICF) 인증코치(A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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