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에서 발견하는 ‘헬스컴 솔루션’
빅데이터에서 발견하는 ‘헬스컴 솔루션’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3.08.1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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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데이터 분석 통한 환자 치료, 다양한 질병 효율적으로 낮춰

[더피알=유현재] 다보스포럼으로 일컬어지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2012년 회의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고, 앞으로도 크게 기대되는 기술로 ‘빅데이터 테크놀로지’를 선정했다. 지식경제부 또한 IT 10대 핵심기술의 대표적 분야로 빅데이터를 꼽은 바 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현재 각국에서 가장 주요한 신성장 동력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21세기의 원유라 불릴 만큼 활용성에 대한 큰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데이터베이스 관리도구로는 수집, 저장, 유지 및 분석이 불가능할 만큼 방대한 데이터의 합체를 일컫는다. 그 종류만 해도 수천수만이 될 수 있는 ‘진행형 데이터베이스’들을 의미한다. 다양한 미디어들을 통해 막대한 데이터들이 양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SNS의 본격적 활용과 함께 모든 분야에서 쏟아져 나와 축적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놀라운 다양성과 함께 세계인의 중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빅데이터가 1초도 예외 없이 축적되고 있으며 중요한 잠재가치가 있다는 전제만 있을뿐, 사실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사례들은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직도 본격적 발전의 모습이 어떠할지에 대한 확신은 유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다수의 연구자들은 이제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측면보다는 산적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 연구, 빅데이터의 효율적 분석과 적용을 행하는 큐레이션(Big Data Curation)에 대한 토론이 급선무라고 역설하고 있다.

사실 빅데이터의 성공적 활용은 일반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에 의해 선도적으로 진행돼 왔다. 예를 들어 자동차 메이커 볼보는 차량의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이 본사 분석 시스템에 전송되는 시스템을 구축, 소비자의 잠재 니즈와 예상치 못한 결함들을 지속적으로 생산에 반영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드사도 자사의 400만대 차량을 무작위로 뽑아 센서를 설치, 운전자의 습관 및 주행 환경에 따른 자동차의 상황을 체크해 저장하는 빅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물론 분석을 통해 확보된 정보들은 제품력 개선에 실시간으로 반영된다.

美 정부, 빅데이터 분석 통해 울혈심부전증 낮춰

그렇다면 공공보건, 헬스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 측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공한 사례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미국에서는 타깃 지향적이고 즉각적인 헬스컴을 통해 울혈심부전증(Congestive Heart Failure)을 다스린 예가 보고되고 있다. 해마다 빈발하는 해당 질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 미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 정보공개에 동의한 관련 환자 30만명의 의료정보를 검토했다. 분석결과, MS는 울혈심부전증이 특히 명절 때 칠면조요리를 먹으면서 평소 이상의 소금을 섭취해 급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빅데이터가 예측해주는 특정 시기와 위험 타깃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런 문자 캠페인으로 미 정부는 울혈심부전증의 발생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해마다 찾아오는 독감의 유행 시기를 구글트렌드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파악한 경우도 있다. 빅데이터 상에서 독감과 관련한 용어들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예방 정책을 즉각 발동, 더욱 넓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낮췄다. 기존의 독감 예측방식, 즉 각 병원으로부터 독감 환자의 수를 일일이 체크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빅데이터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이같은 사례들은 기존의 헬스컴 관련 리서치가 가진 샘플크기의 한계, 각종 건강위기 상황에 대한 즉각적 파악 및 신속한 대처에 있어서의 어려움 등이 빅데이터 테크놀로지에 의해 극복된 헬스컴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컴의 선도적 예가 포착됐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OECD 국가 중 최고이며, 특히 청소년들 사망원인 중 압도적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사회 전체적으로 치유책이 반드시 실행돼야 함을 방증한다.

이 같은 시점에서 삼성서울병원과 다음소프트는 소위 1년 중 SNS를 통해 발견되는 자살 관련 변수들을 관측하고 분석, 자살예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동안 자살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복수의 변수들 즉 물가, 실업률, 주가지수, 기온, 유명인의 자살 등의 사회적 지표는 물론, 개인이 SNS를 통해 생산한 1억 5000만건의 메시지 내용을 결합해 자살이 빈발할 수 있는 시기를 특정한 것이다.

변수들의 관계가 만들어낸 그래프와 2010년 자살통계의 추이를 비교한 결과, 두 그래프는 매우 유사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자살의 빈발이 예상되는 시기에 예방책을 적극적으로 발동, 증가일로에 있는 한국의 자살률을 줄이는 시스템을 제작했다.

빅데이터로 소비자 마음 읽은 의약품, 판매율 ‘승승장구’

공익적 목적을 가진 헬스컴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 외에도 의약품 마케팅, 즉 관점이 다른 헬스컴에서 놀라운 성과를 올린 경우도 있다. 인지도가 낮은 연고가 있었는데, 이 연고의 주요 효능은 타박상, 벌레물린데, 붓거나 멍든 환부에 발라서 치료하는 것이었다. 해당 연고는 그동안 효능을 그대로 알리면서 일종의 종합적 만병통치 연고처럼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매출과 인지도는 개선되지 않았고, 급기야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을 요청하게 됐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SNS 등 미디어상에서 다수의 사람들은 ‘멍 빼주는 치료법’으로 계란이나 소고기를 떠올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성형수술 및 시술, 가정폭력 등에 의해 멍이 드는 경우가 비교적 많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요법 같은 계란이나 소고기를 제외하면 주요한 약품이 없는 현실을 발견해낸 것이다.

이 같은 니즈와 기회를 파악한 해당 기업과 컨설팅 업체는 해당 연고를 ‘멍 빼는 연고’로 다시 포지셔닝했고, 새로운 콘셉트에 맞는 광고제작 등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무려 98%나 증가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으며, 현재 네이버 검색창에 ‘멍 빨리 없애는 법’ ‘멍 빼는 법’ 등의 내용을 입력하면 해당 연고의 이름이 먼저 등장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건강관련 이슈에서 빅데이터의 활용은 방대한 의료기록의 통합관리 및 효율적 환자치료 등 헬스컴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의료행정 및 보건실무에서 주로 논의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건강관련 소통 및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빅데이터의 활용이 적용될 영역 또한 넓어지고 있다.

효율적인 헬스컴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선결돼야 하는 과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 가장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 장애가 되고 있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등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빅데이터의 효율적 활용이 이 시대의 헬스컴을 ‘버전업’시킬 수 있는 중요한 촉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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