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홍보에 성역은 없다
이제 홍보에 성역은 없다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3.08.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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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더피알=최영택] 얼마 전 점심식사자리에서 만난 한 대기업 홍보담당임원이 만나자마자 하소연을 늘어 놓는다. 요즘 언론사들의 기업에 대한 횡포가 장난이 아니다는 푸념이다. 전에는 경제지나 인터넷언론들의 광고청탁이 주를 이루더니 이제는 메이저언론들마저 광고, 기사협찬에서 세미나·포럼협찬까지 다양한 메뉴로 선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만나서 얘기하거나 전화로 부탁하는 것은 양반이고 급할 땐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채팅으로 전달한단다.

과거 권력기관으로 군림하며 언론에도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던 기관들이 최근 들어 언론의 뭇매를 맞으며 ‘아, 옛날이여~’를 연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윤창중 前대변인 성추행 논란으로, 국정원은 댓글녀 선거개입 사건으로, 국방부는 연예병사들의 안마방 출입 건으로 며칠씩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고, 관련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를 도배했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전화 몇 통이면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겠지만, 이제는 사회가 투명해지고 미디어도 다양해져서 권력기관의 사건일수록 감시와 폭로의 눈이 더 많고, 내부 고발이 이어져 더욱 큰 폭발의 위력을 지닌다.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우도 예전엔 매우 중대한 사건의 경우 주요한 몇몇 언론사와 주요 통로를 봉쇄하면 됐지만, 요즘은 다양한 인터넷신문사들과 제도권 밖의 성향을 지닌 언론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급속한 전파 탓에 틀어 막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대신 빠른 시간 내에 해명하고 사과하고 수습하는 위기관리가 가장 훌륭한 PR수단이 돼버렸다. 배테랑 홍보 선배들이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던 무용담은 흘러간 전설로만 남고 있다. 이제 홍보에 성역은 없게 된 셈이다.

이제 홍보인도 시각을 바꿔야 한다. 보스나 오너의 이익을 위해 불법이나 편법적인 사건이 터지면 이를 감추고 막기보다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예상되는 다양한 문제점과 조직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보고서에 포함시켜야 한다.
 
‘고양이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딜레마에는 물론 부딪히겠지마는 이제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경제 민주화의 흐름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로 형서되고 있음을, 개인 고객의 니즈와 만족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고해 최고경영자들의 사고와 시각을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최근 CJ 이재현 회장의 구속을 막기 위한 CJ측의 다양한 홍보전과 막강한 변호군단 투입도 허사로 돌아갔고, 이 사건은 이제 주인의 비자금으로 운전기사들이 도박과 땅투기를 벌였다는 영화와 같은 스토리로 각색돼 카카오톡 채팅방을 달궜다. 갑을 관계 논란의 불을 지핀 남양유업의 ‘욕설영업’ 불공정 행위도 일단락됐지만 기업이미지와 시잠 점유율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국방부 연예병사 건도 결국은 국방홍보지원대의 폐지로 결말이 났다.

불법, 편법, 불공정 행위로 오너나 조직에 대박을 안겨준다는 충성심의 발상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다. 홍보와 광고를 통해 기사를 삭제하는 불가능한 주문보다는 평소 꾸준한 인맥관리와 광고를 통해 기사의 톤을 낮추고 방향을 전환하는 노력이 합리적이다. 사후 약방문보다는 사전 사업계획 수립 시부터 조언과 건의가 필요하며, 사건발생시 초기대처와 위기관리 훈련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다양해지고 고객의 만족욕구가 높아진 현 상황에서는 과거에는 숨겨졌던 비밀도 유지하기 힘들며, 수많은 임직원들의 입을 관리하기도 불가능하다.

홍보는 언론의 소방수 기능을 위해 언론사 출신을 소방수로 영입하는 근시안적인 판단보다는 여러 공중들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여러 미디어들과의 조율을 담당하며, 기업 주위 환경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추진해나갈 홍보전문가를 투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를 구심점으로 꾸준히 PR, CSR, 광고, 대외협력 등 종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쳐나가는 것만이 성역이 없어진 홍보가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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