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위기시 ‘두번째 목표’에 주목하라
기업위기시 ‘두번째 목표’에 주목하라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3.07.1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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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주관-유관부서 간 협업, 로드맵 공유 바탕에 둬야

[더피알=정용민] 기업 위기가 발생하면 사내 각 부문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생긴다. 첫째 목표가 해당 위기를 잘 관리해 회사 전반에 예상되는 부정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반적 목표라면, 둘째 목표는 위기관리를 잘 해낸 공(功)을 사후 자신과 자신의 부서로 몰릴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 목표다. 일부 부서는 반대로 위기의 원인이나 실패 책임에 있어 자신과 자신의 부서는 연루되지 않도록 방어적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이런 구성원들의 복잡다단한 목표들을 CEO는 잘 예상하고 관리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위기관리 공통 목표만을 바라보면 전사적 협업과 일사불란한 체계가 가능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떤가? 부서간 협업이 자발적으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평소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부서간 사일로(silo)들이 형성되고, 통제하에 움직이지 않는 일부 부서들이 나타나게 되며, 복지부동하며 위기관리에 소극적인 부서들도 발견하게 된다.


이 모두가 부서들이 가지게 되는 스스로의 두 번째 목표들을 평소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강력한 CEO의 의사결정 리더십이 통합적이고 전사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움직여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강력한 CEO의 의사결정 리더십도 부서간의 두 번째 목표를 완전히 상쇄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어느 한 부서의 역할을 중심으로 해당 위기에 대한 주관과 유관 부서들의 협업을 지시해도 실제 실행되는 것이 드물다. 주관 부서가 자신의 위기관리 실행 리더십을 유관 부서들과 나누지 않으려 하는 특성 때문이다.

또한 유관부서들의 경우 어떻게 해서든 주관부서가 위기관리에 있어 모든 긍정적 결과를 전리품으로 얻는 것을 견제한다. 때문에 좀 더 다른 창의적이고 영향력 있는 무언가를 스스로 해내려 시도한다. 이것이 좋은 의미의 ‘노력’으로 승화돼 주관 부서와 유관 부서간 시너지를 만들어내면 좋겠지만, 많은 부분 실행의 상호충돌이나 전반적 상황에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로 나타날 때가 있다.

이러한 주관부서와 유관부서들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은 기본적으로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정보 장악 및 보호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실행 확인 절차가 단순한 부서들의 위기관리는 비교적 덜하지만, 다소 복잡한 전문 업무 부서들의 경우에는 이 같은 이상증상이 강하게 나타낸다.

기업 위기 시 가장 커뮤니케이션 단절과 정보 장악 및 보호 증상을 강하게 나타내는 부문이 바로 법무다. 일반적으로 대형 기업 위기에는 사후 소송이나 정부 규제가 따라붙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응을 주관하는 곳이 법무다 보니 생기는 특성이다.

전리품 생각이 일을 그르친다

물론, 법무 특성상 여러 주관과 유관부서들에게 알리면 득이 될 것이 없는 정보들이 많다. 법적 대응 프로세스에 있어서도 상당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단계 단계를 여러 부서들과 공유하면서 의견을 들을 필요는 없다.

로펌을 선정한 이상 담당 변호사 그룹들은 고객사의 최고의사결정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자신들의 업무를 특수화 시킨다. 정보는 통제할 때 힘이 되고, 공유하면 그 힘이 사라진다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적 시각과 태도가 이해는 되지만, 기업 위기 체계에 있어서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종종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홍보부문은 어떤가? 홍보부문 또한 주관이나 유관 상관없이 두 번째 목표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들이 언론과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넥션에서 입수한 정보들을 충분하게 위기관리위원회와 공유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일부는 자신들의 업무를 대 언론관계에만 집중해 의도적으로 위기관리 관여 분야를 좁히려고 한다.

많은 기업 홍보부문 특성상 위기관리의 두 번째 목표에 있어 ‘방어적 목표’ 즉, 사후 부정적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전략들을 자주 구사하려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홍보도 법무와 마찬가지로 사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정보 장악 및 보호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같은 커뮤니케이션 단절은 법무, 홍보, 대관, 재무, 마케팅, 영업, 기획 등의 여러 부문들이 필히 협업해야만 관리 할 수 있는 대형위기의 경우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가장 위험한 3대 위기요소들로 꼽는 ‘오너 관련 위기’, ‘기업 범죄’, ‘내부고발’의 요소들이 공히 포함돼 있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초대형 위기 시에는 명실상부한 부문간 협업 없이는 절대 위기를 관리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초대형 위기에는 법무부문이 주관부서가 되곤 한다. 대관과 홍보부문이 핵심적 유관으로 주관을 지원 협업한다. 그 밖에 기업에 따라 우선순위와 예산을 갖춘 부문들이 유관으로 적극 참여 하게 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무 부문이 로펌과 함께 필요한 법적 대응 프로세스와 타임라인 그리고 대응 논리들을 로드맵화해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적 로드맵을 기반으로 해야 홍보부문과 대관부문이 그와 연결된 자신들의 실행 타임라인과 커뮤니케이션 로직들을 추가 구성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문 기획의 취약성이 사전 검증되고, 좀 더 완벽한 로드맵을 통합적으로 구성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활발한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전제돼야 한다. 부문 간 사일로를 헐어 버리고, 마주 앉아 머리를 맞대야 전사적으로 통합된 위기관리 방안들이 수립된다. 이 과정이 있어야 위기관리 실행에 있어서
도 최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기존 가지고 있던 두 번째 목표들을 가능한 제한하고 첫 번째 목표 의식으로 부서들이 규합되는 것이다.

협업 없는 각개전투는 실패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규합은 현실에서는 자주 목격되지 않는다. 법무부문은 로펌과 함께 침묵한다. 최고의사결정자들 또한 법무와 로펌의 민감한 정보들을 듣고도 필터링 해 위기관리위원회 구성원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홍보부문과 다른 유관부문들은 해당 상황이 법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가늠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창조적인(creative) 커뮤니케이션 대응안들을 단편적으로 시도한다. 결론적으로 법적 기반과 괴리가 있는 커뮤니케이션 실행들이 사법기관이나 정부 규제기관들을 자극해 전사적인 위기관리 프로세스에 잘못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각 부서별로 두 번째 목표들이 더욱 부상하면서 극렬한 책임소재 공방이 일어난다. 최고의사결정자를 향한 정치적 생존 전략들이 폭발적으로 증가된다. 위기관리는 이미 떠나가고, 살육의 생존경쟁만 남게 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의 초대형 위기관리 사
례들에서 이러한 실패 잔해들이 반복적으로 목격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협업 아니면 실패다. 공유 없이 성공 없다. 위기 시 CEO는 각 부서들의 두 번째 목표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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