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홍보도 못하나?
돈 없으면 홍보도 못하나?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3.04.05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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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더피알=최영택] 얼마 전 A건설에 몸담고 있는 홍보임원을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웬일인지 해당 홍보임원은 나와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이유인즉 올해 홍보비와 광고비가 30%씩 감소돼 홍보활동에 지장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런 사정은 B조선사도 마찬가지였다. 그곳 역시 불황 탓에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다. 

홍보임원들이 내뱉는 말 중에 “총알이 있어야 홍보도 해먹지”라는 말이 있다. 언론과의 전투(?)에서 실탄이 있어야 밀고 당기며 긍정적인 기사를 넣을 수도, 부정적인 기사를 뺄 수도 있다는 홍보현장의 장수로서의 표현이다.

요즘처럼 상대해야 할 매체가 많고 언론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해졌을 경우 광고예산이 풍부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 홍보에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초래된다. 예산이 많은 기업의 홍보임원은 언론으로부터 골프약속, 식사요청이 먼저 따르지만 예산이 적은 기업의 홍보임원은 약속 하나 잡기도 어렵다.

총알이 없는 임원들은 대신 몸으로 때우기도 한다. 언론사 주최 행사에 얼굴을 꼭 내밀거나 경조사에 오랜 시간 참석해 지인들과의 네트워킹 기회를 갖고 골프나 술 접대 등을 계열사와 공동으로 계획하는 등 예산을 적게 들이고도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 실행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오프라인 홍보 비중이 줄어들고 온라인·모바일을 통한 홍보가 확대되는 추세다. 소셜미디어, SNS 등을 이용해 온라인 또는 모바일로 전파되는 소셜PR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어 예산이 적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적극 권장한다. 다만 소셜전문가들의 컨설팅이나 코칭을 받으면서 그 기업의 특성에 적합하고, PR 소재나 이벤트에 맞는 소셜미디어를 선정해 전략적인 PR을 전개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 M사는 비즈니스 전문 SNS 사이트에 기업계정을 열고 꾸준히 신제품 소식을 알린 결과, 바이어에게 보낸 쪽지 하나가 엄청난 계약으로 이어져 일 년 매출의 두 배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발빠른 대기업들은 기존의 언론사들이 기사를 생산하고 편집해 확산시키듯이 마케팅을 목적으로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론칭시키는 ‘브랜드 저널리즘’을 실현하기도 한다.  

불황기를 거치면 호황기가 오듯이 회사도 어려운 시절을 겪고 나면 좋은 시절이 오기 마련이다. 예산이 없을 때는 소주에 삼겹살로, 저녁대신 점심으로, 진정성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심이면 통한다’는 카피처럼 최선을 다하는 PR인의 자세가 중요하다.

필자도 30년간 홍보를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잘 나갈 때 어울린 이들보다는 어려울 때 봐주고 도와준 언론인들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광고예산이 많은 회사로 옮겼을 때에도 그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호의를 베풀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항상 갑의 위치에서 있는 것만이 아니며, 최근에는 기자들이 홍보인으로 변신해 을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을이라고, 예산이 없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부정적 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인은 당시에는 효과를 볼지 몰라도 평판이 나빠져 결국에는 홍보인들의 뇌리에서 사라진다. 홍보나 광고예산이 많은 기업들도 나름대로 분배하는 데에 더 어려움이 많을 수도 있다.

홍보인들이여! 예산이 적다고 기죽지 말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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