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하는 것과 되는 것의 차이
위기관리, 하는 것과 되는 것의 차이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3.04.04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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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더피알=정용민]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있어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위기관리의 주체가 누구인지 관점의 차이에 따라 오해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관리 ‘주체’를 CEO 또는 위기관리 매니저라 막연히 간주하기 때문에 현실과 다름이 생긴다.

문제는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실제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하나의 습관으로 굳어져 위기관리의 실패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준비시키지 말고 스스로 준비돼야

위기관리 시스템의 핵심은 사람이다.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CEO로부터 임원 그리고 실무자 그룹, 심지어 협력업체에까지 이르는 전체 구성원들에 의해 구축되는 체계가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즉, 전체 구성원들이 주체다. 일부 부서가 리드해 시스템을 찍어내거나 만들어 선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과정에 있어서는 모든 핵심 인사들이 ‘참여’해야 가능한 것이고,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시스템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위기관리 매니저의 역할이다.

“우리 회사에도 위기관리 매뉴얼이라는 게 있어? 그게 언제 누가 만든 건데?” “우리 회사에서 위기 발생 시 부서별 역할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직원이 있나? 없을걸?” “예전에 홍보팀에서 만든 위기관리 관련 시스템 자료를 본 적은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냥 자료만 공유해 달라고 했지, 시간 들여서 들여다 본 적은 사실 없어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직원들이 있는 기업은 이상과는 다른 개념을 가지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추구한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직원들에 의해 구축되어야 맞다.위기관리 시스템은 운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일방적 운용은 절대 불가능하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운전자의 말을 잘 듣는 전투기나 자동차가 아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CEO를 비롯한 전체 임직원들에 의해 운용되는 것이다. 함께 운전을 해 나가기 위해 운전대가 수백에서 수천 개 달린 버스라고 보면 된다. 종종 정확하게 차선을 지킬 수 있거나, 정차와 출발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함께 충분히 이해해야 더 나은 운용이 가능하다.

“왜 빨리 대응이 안되고 있는 건가요? 이미 몇 시간 전에 대응 지시를 했는데?” “본사에서는 현장 상황을 알기는 하는 걸까? 자꾸 지엽적인 지시들만 하고 있네” “지금 뭐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걸까? 무언가는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혼란스러워 알 수가 없는 걸” 위기 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기업은 평소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조직 내 어느 한 주체가 홀로 운용할 수 있다고 믿었던 기업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기업 구성원들 스스로 운용할 수 있게 지원되어야 맞다. 위기관리 매니저의 경우 이러한 일선의 운용 상황을 하나의 그림으로 모으는 일을 하는 조력자일 뿐이다.

위기대응은 직원들 스스로 준비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제는 기업들이 전문화되어 각 업무에 따라 위기시 해야 할 일들을 일방적으로 지정해 주긴 힘들다. 홍보부문이 위기 시에 해야 할 일을 기획부문에서 지정해 줄 수 없다. 법무부문에서 고민해야 하는 사항들을 홍보팀에서 리스트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산부문의 위기대응을 재무부문에서 규정할 수도 없다. 각 부문별로 특정 위기시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규정 해 스스로 준비돼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실제 이런 위기를 관리하라고 하는 거야? 말도 안돼!” “매뉴얼이 무슨 필요가 있어?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매뉴얼만 보고 있어서는 큰 코를 다치게 되는데?” “지난번 위기대응 훈련 한번 시켜주고 나서 우리에게 위기관리를 하라고? 어쩌라는 거야?”

이런 질문들이 대두되는 기업들의 경우는 평소에 ‘준비 시킨다’는 개념에 충실했던 곳일 가능성이 많다. 많은 부서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리드하는 부문에 의지했었다는 게 문제다. 시스템 구축 부서는 준비의 장(場)만을 제공하고, 실제 준비는 부문별로 스스로 준비가 되어야 한다.

위기관리, 사공 참여가 중요

위기를 관리한다는 개념은 기업을 단일 주체로 놓고 그 주체가 객체인 위기를 관리한다는 생각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은 하나의 단일화된 주체가 더 이상 아니다. 같은 빌딩 속에 있어도, 심지어 워룸(war room)같은 위기관리 상황실에 다 함께 앉아 있어도 하나가 아니다.

그들 각각은 위기 발생 직후부터 살아남기 원하는 수많은 개인들로 변한다. 이런 수많은 개인들로 하여금 최대한 합의된 대응 활동들을 하게 하는 것이 위기관리다. 위기 대응 활동을 하는 주체를 하나로 전제하며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면 상황은 더 위험해진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다들 생각이 다른 거야?” “저 부서는 왜 저렇게 대응을 했지? 이번 위기는 저 부서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은데?” “왜 우리 부서가 이런 위기에 개입을 해야 하는 건가? 내가 보기에 우리 부서는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기업들은 위기관리 주체를 단순화할 가능성이 높다. 절대 위기관리 주체는 하나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평소에 같은 생각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특정 부서가 위기관리시스템을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을 이젠 그만해야 한다. 스스로 이 시스템에 따라 실제 실행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 이미 부실한 시스템이다. 절대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운용하려 시도하지도 말자. 다 함께 운용해 나가게 만드는 것이 위기관리 매니저들의 역할이다.

직원들 스스로 준비하도록 자극을 주자. 준비해 줄 수도 없을 뿐더러, 명령해 준비시킬 수는 더더욱 없다. 위기관리 매니저는 각 부문 스스로 A라는 특정 위기 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이를 모두 통합해 상호간에 연결하고 시너지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살피는 일만 해도 일은 많다.

절대 위기를 CEO나 위기관리 매니저가 관리할 수 있다 믿지 말자. 대신 회사 우산 속에 모인 여러 개인들로 하여금 위기를 관리하게끔 지원하자. 개인간 부서간의 이해관계와 입장들에 대한 수용과 조정 없이는 성공적 위기관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빨리 이해하자.

CEO와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이야기하며 많은 직원들의 동참과 협력을 간과한다면 진정한 시스템 구축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사공이 많은 위기관리 시스템을 산으로 가지 않게 하는 방법은 하루 빨리 위기관리를 ‘(하나의 주체가 리드해) 하는 것’에서 ‘(다 함께 해) 되는 것’으로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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