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강하다?
2세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강하다?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3.02.08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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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최영택]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회가 간판을 달고 인수위원들이 발표됐다. 모 신문은 인수위 인사들의 면면을 살피면서 ‘2세 당선인’에 ‘2세 인수위’라 할만한 상황이라고 비꼬았고, 야당에서도 ‘2세 정부’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얼마 전 언론사 편집국장을 지낸 모 인사는 현직 시절 박근혜 당선인과의 인터뷰를 회고했다. 당시 박 당선인은 질문에 상당히 조리 있게 답변했는데 웬일인지 대선토론에선 당황하고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더라며 그것을 보고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이 현상을 2세들의 특징으로 비유했다.

즉 1세대 정치인들이나 창업주 기업인들은 자신의 말로 국민들이나 비즈니스맨들을 설득해 성과를 내야 했으므로 대체적으로 뛰어난 언변과 말솜씨를 가졌었지만, 2세들의 경우는 이미 상당한 위치에 올라 있으므로 상대를 말로 설득하기 보다는 보고를 듣고 판단을 내렸기에 토론 같은 자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번 오바마와 롬니의 미국 대선 TV토론과 우리나라 대선후보들의 TV토론을 비교해 보면 우리의 토론실력이 얼마나 뒤떨어지는지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TV출연하는 젊은이들의 빼어난 말솜씨를 보다 보면 어느 사이에 우리 사회의 토론문화도 많이 성숙해졌음을 발견하곤 한다.

‘침묵은 금이다’는 속담으로 대변되어 온 우리사회의 입조심 풍토가 이제 ‘설익은 정책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린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지 소통이 중시되는 이 시대에는 품위 있고 정갈한 말솜씨가 더 필요해졌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이정희 후보의 얄미운(?) 말솜씨가 박근혜 당시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는 역설도 있듯이 말솜씨보다 더 중요한 건 역시 말의 콘텐츠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 창업주들도 스타일의 차이는 있지만 상대편을 설득하는 능력은 뛰어났다. 일례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거북선 사진 한 장 들고 영국에 가서 조선소를 세울 차관을 유치한 사례는 TV CF로 까지 등장한 바 있다.

이에 비해 2세들이 유창한 언변을 구사한 장면을 보거나 전해듣기 보다는 TV인터뷰 장면에서 최소한의 말솜씨로 비쳐져 왔으며, 이야기를 하기 보단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듣기의 철학을 강조하는 기사로 자주 접해왔다. 하지만 2세, 3세들 가운데 해외 유학파의 경우엔 토론을 중시하는 외국교육의 영향인지 유창한 언변으로 국제적인 포럼에서 영어로 연설까지 하는 회장들도 매스컴에서 자주 등장한다.

소통에 있어서 듣기와 말하기는 기본이다. 그 동안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경청하라, 즉 듣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표현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말하기를 강조하는 시대다. 그렇다 보니 유치원에서부터 말하기 교육이 성황을 이루고, 지방대학들은 전문강사를 초빙해 입사면접을 앞둔 학생들의 사투리 교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기업의 CEO와 임원, 공공기관장 등 각계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스피치 스킬과 능력을 가르치는 스피치 최고위 포럼도 생겨나 고유의 어투를 교정하고, 어휘구사 능력을 키우며, 말의 기술뿐만이 아니라 진정성까지 교육하고 있다.

요즘 TV에 등장하는 유명강사들의 강의나 MC들의 말솜씨를 보면서 ‘난 왜 저렇게 말할 수 없을까’라고 자책(?)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본다. 물론 천부적으로 말을 잘하는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 말은 수많은 교육과 어휘훈련에 의해 다듬어지고 자신감으로 무장된다.

PR인이나 대변인 등 커뮤니케이터들에게 있어 말하기는 무엇보다 중요한 스킬이며 능력이다. 소통의 시대에 말 한마디 잘못해 그만 둔 사례 대신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은 커뮤니케이션 사례를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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