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경영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위기관리, 경영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3.02.07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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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아래로 밀어내버려!” “키워드 중심으로 트윗을 여러 개 날려서 물타기 합시다!” “직원들에게 10개 이상씩 우호적 트윗을 하라고 하세요!” “로봇들도 좀 동원 하라구!” “달걀계정 티가 나면 안돼! 조심들 해!”

기업 소셜미디어도 결국 이렇게 됐다. 수년 전 포털이 나올때도 실무자만 관리하더니 소셜미디어 영역도 마찬가지다. 기업 위기관리라는 이름을 걸고 기업들은 기존 TV, 신문처럼 거의 모든 매체들을 실무자만 관리한다.

예전 선배들이 광화문 신문사 앞에서 했다면, 후배들은 똑같은 일을 사무실 데스크 PC앞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손에 잉크를 묻히며 신문 페이지 하나 하나를 넘기던 모니터링 방식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키워드를 대량으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뀐 것뿐이다. 그 외 기업위기관리에 있어 활동 방식들은 별로 바뀐 게 없다.


소셜발 위기관리,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우리 회사에 관한 부정적 기사를 빼라는 임원들의 명령은 기업 소셜미디어 시대에 아직도 살아있어 보인다. 포털 시대에 기사 밀어내기를 하던 실력(?)들이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도 물타기와 밀어내기로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살아있지도 실체도 없는 노이즈들을 기업들이 극대화하면서 그 프로세스를 위기관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초창기 진실성을 이야기 했었던 일부 전문가들이 무색할 정도로 소셜미디어 공간에 기업의 인간화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인 것처럼 보인다. 지난 대선 때도 목격했었던 바와 같이 인간이 사라져 버린 소셜미디어 환경이다. 제대로 성장해 보지도 못하고 독한 해충에 시들어 가는 형상이라 보기가 안타깝다.

대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경영진들과 임원들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의 위기관리를 실무진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항상 동일한 유형의 사후 대응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위기를 관리한다며 험한 일을 감내하는 실무진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항상 일이 터지고 나서야 알게 되니까, 임원 분들 눈치 보면서 우리가 실무자로서 할 수 있는 일만 할 수 밖에 더 있겠습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밀어내고, 물을 타고, 소셜미디어상에서 여론의 관심을 좀 다른 데로 옮겨 놓아야 윗분들이 위기관리했다고 하시니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실무자들은 문제가 없다. 실무자들에게서 기업의 경영 철학이 최초 발아된다고 생각하는 임원들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실무진 선에서 잘 밀어내고 물을 타고 여론을 환기시키면 우리 기업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 안위하는 임원들이 있다면, 그는 경영 철학에 있어서 더 문제다.

위기를 관리하는 실무진들에게는 왜 매번 위기가 새롭고 갑작스러울 수 밖에 없는지 경영진들과 임원들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사전에 감지와 공유가 되지 못하는지를 한번 들여다 보자. 왜 시간을 두고 또는 그 직전이라도 대비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지 개선책을 한번 마련 해 보자는 것이다.

다음 번에도 이러한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실무진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임원들이 주어야 맞다. ‘무조건 지난번 대로 밀어내고, 물을 타고, 여론을 환기시키는 데 총력을 기해라’ 하는 명령이라도 좋다. 단, 이 명령 하나만으로 계속되는 소셜미디어상의 여론 위기를 벗어나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현재 홍보임원들은 기억할 것이다. 홍보 초년병 시절 회사에 미리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대한 정보도 없이 선배들이 지시 하는 대로 나가 가판을 보고, 선배들을 따라 기자들을 쫓아 다녔었다. 어렵게 기사의 제목을 바꾸고, 회사명을 이니셜로 대치하고, 어쩔 때는 운 좋게 기사를 빼면 스스로 모여 그래도 이번 위기를 잘 관리했다 자평했던 시절을 말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위기관리 관점에서 기업 위기관리 체계나 철학은 별반 나아진 것은 없다.

미리 감지하고 개선해 위기로 나타나지 않게 하는 체계는 아직도 요원하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일선의 실무자들이 정보나 감지체계에서 벗어나 있는 상황도 아직 건재(?)하다. 곪아 터진 위기가 발생한 직후부터 시작되는 갑작스러운 증상 치료나 통증완화 활동만이 아직도 홀로 살아 움직인다. 그렇다면 진정 20년전과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위기관리 관점에서 실로 두려운 것은, 앞으로 몇 년 후 소셜미디어로 위기를 관리했다고 자평하는 시니어들이 나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신문사나 방송사들을 연일 돌아 다니며, 위기관리를 했었던 지금의 시니어들처럼, 지금과 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위기를 관리해 보았다는 실무자들이 시니어가 되어 그 방식의 위기관리가 곧 진정한 의미의 소셜미디어 시대 위기관리인 것처럼 자부심을 가질까 두렵다.

소셜미디어, 철학과 메시지 담아야

홍보담당자들과 위기관리 담당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생각이 ‘우리가 여론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와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위기관리 방식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고정화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여기에 여론공학에 접목했다는 IT 기술적 자신감이 가미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기업 소셜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돼 버릴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 위기관리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 기업 경영진들과 임원들이 실무진들에게 정확하고 전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줘야 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일부 경영진이나 임원들은 ‘솔직히 우리에게는 소셜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다시 이 부분을 공부해서 기존 업무에 접목시킬 자신도 없는 게 사실이다’고 말한다. 모두 이해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깊은 관심과 철학에 대한 반복적 강조다.

경영진과 임원들 자신이 이전에 해 왔던 단순한 대증적 대응 방식에서 이제 무언가는 좀 더 나아져야 한다는 확신이 먼저 있어야 한다. 실무진들에게 위기관리를 맡겨 놓으면 현재와 같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으니, 조직적으로 어떻게 더 나은 감지와 대비 대응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소셜미디어는 IT(정보 기술)의 분야가 아니다. 소셜미디어가 일부 전문가들의 정보 기술 분야였다면 지금과 같은 폭넓은 여론의 장은 될 수 없었다. 소셜미디어 속에 사람이 있으니 기업은 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뿐이다. 기업 경영진들과 임원들은 그 속에서 사람을 두려워하기 전에 대화를 먼저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대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 대화 속에 우리 기업의 어떤 메시지와 철학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해 원칙을 세워야 한다.

사람을 두려워하다 보니 그 익명의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관리해 보려 하다 문제가 생긴다. 그들이 쏟아내는 부정적 여론을 두려워하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이를 환기시켜 무균질 환경으로 만들어 볼까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해서든’이 항상 문제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정확한 원칙과 개념이 없는 기업들이 위기 시 ‘어떻게 해서든’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업 위기관리. 절대 실무자들에게만 맡겨 놓아서는 안 된다. 기업 경영진들과 임원들이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전의 기업 위기관리 방식을 돌아보고 정말 어쩔 수 없는 실무진들만의 노력이었다 기억한다면, 앞으로는 전사적인 ‘무엇’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함께 알고 그대로 실천해야 맞다. 발전하는 기업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영진과 임원이 먼저 노력해야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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