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기업의 방패막인가?
광고가 기업의 방패막인가?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2.12.12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택의 PR 3.0

[The PR=최영택] 세계적인 경기침체 국면을 맞아 저성장 시대에 접어 든 한국도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실적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며 기업들은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내기 위해 남겨둔 광고비마저 삭감하고 손을 털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가장 타격을 받는 업종이 광고를 수익기반으로 삼고 있는 언론사들이다.

요즘 만나는 기업 홍보임원들마다 언론의 광고압박에 죽겠다는 볼멘소리다. 이른바 사이비 인터넷언론의 횡포는 멈추질 않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이젠 알만한 대형 언론사들마저 청탁이 아니라 협박수준의 광고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편집국에서 광고 유치에 나선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며, 전화는 물론 직접 찾아와 연말까지 구체적으로 얼마를 더 해달라는 식의 통보를 하고 간다고 한다. 신문의 발행부수 감소에 따른 영향력 저하, 경기침체에 따른 광고 수익 감소 등으로 적자가 예상되자 전사적으로 모두 발 벗고 회사 살리기에 나선 까닭이다.

언론사들은 분사나 인쇄기 처분, 인력 구조조정 등을 하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경영상황 호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시작된 기업 광고는 1980년대 들어 대기업의 성장과 함께 기술개발, 사회공헌 등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광고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제 기업이미지광고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언론사 배려용 또는 무마용으로 그 용도가 바뀌고 있다. 실제 대기업들은 상품광고는 마케팅 부서에, 이미지광고는 언론홍보 부서에 별도로 맡겨 관리할 정도다.

언론사에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는 방식도 점차 달라졌다. 종전의 광고청탁 수준에서 행사나 기업협찬으로 발전했고, 한 발 더 나아가 이젠 연간 광고액 보장이라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유사 언론, 사이비 언론의 횡포에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광고주협회를 통해 반론보도닷컴 사이트를 만들며 대항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예상된다. 기업의 입장을 항변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지만 당사자인 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협회가 광고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방패막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지도 장담할 수가 없다.

아직까지 국내기업은 해외 선진 기업처럼 광고대행사에 전략방향과 예산규모를 확정해주고 광고집행을 일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홍보부서가 일일이 결정을 내려야 하며, 자연히 홍보임원은 적극적인 홍보활동보다는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홍보, 광고 집행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돈(광고)에 얽매여 건강한 홍보 토양이 만들어지기 힘든 이런 우리나라 기업홍보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이비 언론사들의 광고 요구와 협찬 압력은 지속되고 있고 이를 거부하는 회사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비판 기사는 인터넷 공간에, 또 신문지면에 실리고 있다. 홍보실은 울며겨자먹기로 광고를 주고 기사를 바꾼다. 이런 ‘악질 언론’의 숙주로 지목되고 있는 포털사이트들도 언론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네이버는 기존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개편하고 중단됐던 신규 언론 제휴를 재개했으며, 다음의 경우 클릭장사로 트래픽을 유도한 한 인터넷언론사를 퇴출시키는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 스스로가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활동으로 언론에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CEO들도 홍보담당 임원에게 부정적인 기사에 대한 대응보다는 본연의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홍보를 하도록 임무를 새로이 맡기고 언론의 비판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기업이 언론을 이기는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