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몰랐던 위기가 정말 존재 할까?
전혀 몰랐던 위기가 정말 존재 할까?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2.12.07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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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 발발, ‘않거나’ 또는 ‘하지 못하는’ 내부변수가 이유

[The PR=정용민] 위기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오는 것일까? 기업에게 다가오는 대부분의 위기는 일부 돌발 사건이나 사고를 빼고는 구성원들 중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경우가 많다. 이미 알고 있었던 그 누군가가 그것을 위기로 규정하고, 공론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위기로 나타난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이 오는 위기는 없다

조직의 위기 민감성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어떤 위기로 연결될 수 있을지 면면을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기업 구성원들은 이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심지어 외부에서도 알고 있었던 위기를 내부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던 것처럼 구는 기업도 있다. 외부에서 우리 기업과 관련한 이슈를 부정적으로 보고 공격해 올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시민단체가 특정 이슈를 제기하며 대기업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를 한번 상정해 보자. 내부에서 이 상황을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여긴다면 해당 기업은 큰 문제가 있는 기업이다.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갑자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전에 분명히 특정 라인을 통해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을 것이다. 기업의 감지 기능이 제대로 존재했었다면, 해당 시민단체가 소송을 제기하는 행동도 일정 부분 사전 완화하거나 방지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는 의미다.


소비자가 정부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에게 불만사항을 제보하는 경우도 그렇다. 이미 해당 소비자는 기업의 소비자상담 라인을 통해 자신의 불만을 제기했었을 것이다. 그 기업이 정부규제기관이나 소비자단체의 이슈제기에 깜짝 놀랄 일은 거의 없다는 애기다. 물론, 기업이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무슨 일을 벌일지 가끔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 어떤 감지를 했었는지, 기존에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어 왔었는지, 사전에 내부적으로 어떤 경고(alert)가 공유되었는지 스스로 알지 못했다면 그건 아주 큰 문제다.

제품의 불량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식적 문제 제기도 그렇다. 기업이 정확하게 운용되는 감지기능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미 그 한참 이전에 해당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소비자상담라인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온라인상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들을 목격할 수 있다. 여기저기에서 해당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견들은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즉, 기업이 놀랄만한 위기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회장이 대노해야 위기인가

위기 시 일부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드디어 올 것이 왔다’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미 감지를 하고 있었고, 그 이전에도 누군가는 해당 위기요소에 대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가능한 것이다. 스스로 알고 있었음에도, 감지했었음에도 해당 문제가 실제 위기로 발생될 때까지 아무런 효과적 관리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일부 대기업들은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회장께서 금번 위기에 대해 ‘버럭’ 또는 ‘대노(大怒)’하셨다는 배경 설명을 기자들에게 한다. 회장께서 위기에 맞서 회사의 원칙을 강조하고 계시다는 입장을 전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기가 회장께서 대노하셔야 할 위기는 아니다. 크게 화를 내셨다는 의미는 몇 가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첫째, 회장께서 해당 상황에 대해 발생 이전에 올바른 보고를 전혀 받지 못하셨음을 나타낸다. 이미 회장께서 회사의 올바른 감지체계에 기반해 ‘OOO관련 사안이 위기화 될 수 있습니다’라는 보고를 받으셨다면 그 때 개선이나 완화 관리 명령을 하셨을 것이다. 위기가 발생한 직후 대노하신 게 맞는다면 조직에서 누군가가 위기를 품고만 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둘째, 회장께서 해당 위기가 회사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 대노하셨다면 그것도 문제다. 기업 전반에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회사의 철학과 원칙이 정확하게 공유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좀더 확대 해석해보면 기업의 철학이나 원칙이 현장에서는 별반 중요한 실행 기준의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어 기업문화의 문제까지로 연결될 수 있다.

셋째, 회장께서 위기 발생시 자주 대노하신다면, 임직원들은 회장의 대노 유무를 위기의 정의와 연결해 해석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즉, 회장께서 크게 화를 내시면 그것은 곧 위기인 셈이고, 화를 내지 않으시면 그것은 위기가 아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선제적인 위기관리 보다는 매번 회장의 얼굴 표정을 살피면서 위기관리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

넷째, 회장이 크게 화를 내신다는 것은 회장께서 스스로 자신을 해당 위기와는 분리해 생각하신다는 점을 의미한다. 위기관리의 리더십에 관한 문제인데, 회장은 엄격히 말해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발생한 위기에 있어 아랫사람들에게 화를 내기 보다는 해당 위기로 피해를 입거나, 손해를 보고 불만을 가진 이해관계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하고, 나서서 개선을 약속해야 하는 위치다. 회장 자신이 위기를 관리해 나가야 할 주체라 생각하면 크게 화를 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

내부에 위기 민감성이 떨어져 있다면, 위기 민감성을 강화 할 수 있는 위기관리 활동을 진행하면 된다. 내부에서 운용하고 있는 감지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점검과 분석을 하고 이를 더욱 강화해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발생 가능한 위기요소들을 트래킹하면서 사전 관리해 나가는 전사적인 시스템도 세운다. 이런 개선이 없다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은 계속 반복되기 마련이다.

미리 감지하면 그만큼 대응하기 쉽다

일찍 알면 그만큼 대응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또한 위기로 발생하기 전에 많은 위험수준을 감소시킬 수 있는 비교적 다양한 방법들을 마련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한 환경이 제공된다. 내부에서도 최악의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대응 옵션들을 다양하게 검토 가능할 것이다.

빨리 감지하고, 빨리 분석 예측해 빨리 공유하고, 빨리 전사적으로 대응을 하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 핵심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실무 툴들이 이미 존재한다. 기술이 없어서, 네트워크나 커넥션이 없어서, 또는 전문성이 없어서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위기를 적시에 감지하고 이에 사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위기를 감지한 실무라인이 적절한 내부 공유를 진행하지 ‘않거나’ 또는 ‘하지 못하는’ 내부 변수들 때문이다. 이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성공적인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의 첫걸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적절하게 해야 할 일들을 적시에 하자. 위기 발생 직후 해당 위기가 발생할지 몰랐던 것처럼 허둥지둥 대응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말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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