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웅진 윤석금 회장 곁에 홍보는 없었다
몰락한 웅진 윤석금 회장 곁에 홍보는 없었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2.11.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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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더피알=김광태] 샐러리맨의 신화로 총망 받았던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다. 윤 회장은 대한민국 월급쟁이의 로망이었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외판사원으로 출발해 오직 영업이란 외길을 걸어 오늘의 웅진그룹을 이뤄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대외 이미지도 매우 좋았다. 그를 만난 언론인들은 항상 겸손하고 부드럽고 깔끔하고 담백했다고 평한다. 주변 정리도 잘해 어떤 구설수에도 단 한번 오르내린 적이 없는 사람이다. 사내 직원들에게도 평가가 좋아 존경받는 회장님으로 통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경영권 유지와 수조원대 채무 동결 이익을 위해 고의로 부도를 내고 회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한다. 재계가 깜짝 놀랐다. 윤 회장이 그동안 쌓아 온 이미지와 성품과는 전혀 다른,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 것이다. 그만큼 더 큰 실망감과 배신감에 젖었는지 전 언론은 너나할 것 없이 그를 집중 공격했다. 결국 윤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고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직을 버리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신화의 주인공이 순식간에 죄인으로 몰락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빚어졌을까. 홍보적 관점에서 웅진 사태를 보면 윤 회장의 ‘홍보 몰이해’가 회사와 자신을 몰락시키지 않았나 싶다. 그 징후는 곳곳에서 여러 번 나타났다.

우선 이번 사태는 언론에서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적어도 사전에 홍보 전략을 잘 짜서 대응했더라면 윤 회장의 도덕성은 물론이요 자신의 경영권까지 상실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반대로 상상할 수 없는 행동들이 돌출했다.

법정관리 신청 공시 하루 전에 윤 회장이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록한 점, 윤 회장 일가가 웅진씽크빅 계열사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처분한 행위, 계열사 채무를 예정보다 먼저 갚은 것,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거치지 않고 법정관리로 직행한 얄팍한 행동 등등 누가 봐도 문제가 될 만한 일을 여론의 뭇매 맞기를 작정이나 한 듯 쏟아냈다.

오죽 급했으면 그랬을까 이해를 구해보기도 하지만, 이미 내부에서 부도위기를 잘 알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국 홍보에 대한 감각이 전혀 없는 홍보 무지의 소치였다고 보인다.

둘째는 위기를 최전방에서 막고 수습해야 할 홍보조직이 텅 비어있었다는 사실이다. 웅진 홍보임원은 이번 위기 발생 바로 직전에 불이익 기사 건으로 책임을 지고 그만뒀고 홍보팀장은 공석, 대리는 임원이 그만두자 따라서 그만둔 상태였다. 한 마디로 홍보 조직이 완전 와해된 모양새였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인데 하물며 장수의 목을 쳤으니 그 이후 상황은 불을 보듯 뻔했다. 진정 윤 회장의 홍보관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홍보팀의 진가는 위기 시 발휘된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 조직이 와해됐다면 그 회사 생명은 이미 끊어진 것과 진배없다. 홍보가 회장 PI(President Identity)만 잘하면 되는 것으로만 생각했다면 뭔가 큰 오산이다. 물론 회장 얼굴이 그룹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만큼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평상시 위기관리를 잘해 진짜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수렁에서 회사를 반드시 건져 내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홍보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언론의 속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언론과의 관계가 아무리 돈독해도 막상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면 죽은 시신까지 파고드는 게 언론의 생리다. 이른바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다. 과거 대우그룹이 무너져 내릴 때 김우중 회장은 평상시 자신의 덕을 많이 본 언론이 등을 돌리자 그야말로 통탄을 했다고 한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 게 큰 잘못이다. ‘사즉시생 생즉시사’(生卽是死 死卽是生.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정신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솔직하게 이해를 구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참 아쉽다. ‘오너 홍보관’의 소중함을 또 한 번 느끼게 한다.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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