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 그로부터 10년, “요즘 누가 무가지 봅니까?”
무가지 그로부터 10년, “요즘 누가 무가지 봅니까?”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2.08.23 09: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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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쓰나미에 ‘직격탄’…발행부수 급감에 광고도 ‘뚝’

▲ 현재 발행되고 있는 무가지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메트로, 더데일리포커스, am7, 노컷뉴스, 스포츠한국, 이데일리, 시티.

# 2002년 지하철
지하철 전동차마다 승객들 손엔 하나 같이 무가지가 들려있고, 반으로 접어 읽는 사람, 양쪽으로 펴 읽는 사람 등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출근길 오전 8시만 넘겨도 역 앞의 갖가지 배포대에는 무가지들이 동난지 오래다.

# 2012년 지하철
갤럭시, 아이폰 등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이 승객 대부분의 손에 들려있다. 이어폰을 꼽고 연신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누르기 바쁘다. 이제 무가지를 들고 읽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고, 그나마 대부분 중장년 층이다.

[The PR=서영길 기자] 2002년 5월 국내에 ‘메트로’가 들어오며 공짜신문 즉, 무가지 시대가 열렸다. ‘신문=유가’라는 당연한 공식을 깬 메트로의 ‘공짜’ 마케팅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기존 신문보다 작은 타블로이드 판이라 지하철, 버스안에서 읽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전날의 알찬소식만을 모아 이른바 ‘큐레이션’ 해놓은 내용은 공짜와 더불어 사람들의 호응도를 높이는 데 강력한 무기였다.

메트로가 대성공을 거두자 이듬해부터 무가지가 우후죽순 나오기 시작했다. 2003년 ‘더데일리 포커스(이하 포커스)’ ‘AM7’이 창간됐고, 2004년 ‘굿모닝서울’ ‘데일리줌’ ‘스포츠한국’이 차례대로 만들어졌다. 한동안 주춤하던 무가지 시장은 2006년 말 ‘노컷뉴스’가 탄생하며 다시 박차가 가해졌고, 2007년 무가지 최초의 석간 ‘더시티’에 이어 2008년 ‘이브닝’이 가세하며 석간 무가지 시대도 열렸다.

이렇듯 무가지는 2002년 이후 빠르게 성장해 지하철 이용자 10명 중 8명이 아침 출근시간에 무가지를 읽는다는 조사결과가 있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또 2003년에는 광고주, 기자 모임인 광기회에서 뽑은 ‘광고계 10대 뉴스’에 무가지가 선정되는가 하면, 삼성경제연구소의 ‘2003년 히트상품’ 중 이례적으로 8위에 오르며 맹위를 떨쳤다.

여기에 열독률면에서도 기존 유가지들과 대등하거나 오히려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속속나오며, 광고주들에게 매력적인 광고매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04년 한 언론사 연구소의 조사결과 유가의 스포츠신문 광고비 지출 예상치는 줄어든 반면, 무가지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배포되던 무가지의 성공에 힘입어 몇몇 큰 지방도시에도 지역 무가지가 생기며 전국적으로 10여개의 무가지가 경합을 펼쳤다.

유가지에서 무가지로…무가지에서 스마트폰으로

하지만 이같은 무가지의 난립은 여러 가지 문제를 불러왔다. ‘신문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신문시장 생태계를 망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었고, 과다 경쟁으로 인한 자원낭비, 언론의 질 저하, 매체 선정성, 신문의 광고지화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무가지의 난립과 그로 인해 파생된 문제점은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고, 굿모닝서울이 창간 2년만인 2005년에 폐간되며 경쟁력 없는 무가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어 2009년 만화 전문지 데일리줌도 경영악화를 이후로 사라졌고, 이브닝은 지난해 ‘이데일리’에 인수돼 조간으로 재탄생하며 간신히 그 명맥을 이었다.

그러다 2010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무가지의 인기는 급속도로 하락했다. 무가지가 유가지를 지하철에서 몰아낸 것처럼 스마트폰은 무가지를 쫒아냈다. 무가지보다 월등히 콤팩트해진 스마트폰은 한 손에 쏙 들어왔고, 정해진 뉴스만 접하는 게 아닌 원하는 뉴스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은 무가지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이 뿐 아니다. 불과 몇 년전 무가지를 히트상품 8위로 선정했던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히트상품엔 스마트폰을 1위로 올려놨다. 스마트폰은 보급된 지 3년만에 방송통신위원회 추산 3000만의 사용자를 끌어 모았고, 동시에 무가지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외면도 무가지 추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종각역으로 아침 출근길을 재촉하던 박모(31)씨는 “손에 들고 다니기 번거롭고, 좁은 지하철 안에서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어 안 본지 오래다”고 말하며 “스마트폰으로 보면 되는데 뭐하러 무가지를 보느냐?”고 반문했다. 같은 곳에서 한 무가지를 나눠주던 김모(62)씨는 “스마트폰 나오기 전엔 사람들이 알아서 집어갔는데, 지금은 들고 나누어 줘도 피해간다”며 “그나마 받는 사람들은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무가지 배포대 앞을 한 시민이 그냥 지나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가지 3대 메이저인 메트로, 포커스, AM7이 2004년 찍어내던 약 200만부의 발행부수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 들어 100만부 정도로 줄며 반토막 났다. 발행부수 급감은 대부분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무가지 언론사들에겐 큰 타격이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시장 축소는 그렇지 않아도 힘든 무가지 업계를 더욱 어렵게 했고, 특히 무가지 광고의 가장 ‘큰 손’인 대부업체, 저축은행, 분양 광고 등이 뚝 끊기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몇몇 무가지들의 매각설이 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A사 무가지 관계자는 “(광고의)가장 큰 수익원이던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이 비리 등의 사건이 터지며 광고를 뚝 끊었고, 자주들어오던 오피스텔 분양광고도 건축업계가 위축되며 광고수주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여타 기업들도 ‘위기경영관리 차원’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부수가 줄어든 무가지에 광고를 잘 주려하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무가지의 몰락…“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만한 마땅한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 모바일 광고 시장 규모는 2010년 3200억원에서 올해 45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 결과 무가지에 들어갔던 광고가 자연스레 스마트폰 쪽으로 넘어갔다. 여기에 종합지들도 어려워진 광고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광고단가를 대폭 낮추며 무가지 광고시장을 잠식했다.

그러자 무가지 언론사들은 고육지책으로 쪽광고(작은 박스광고) 유치에도 힘을 쏟는가하면, 기사광고(기사로 광고를 하는 것)도 늘려 최대한 수익을 낼 방법에 골몰하고 있다. 또 기자수도 줄이는가 하면 발행면수도 전성기에 비해 3분의 1 가량을 줄이며 비용절감에도 애를 쓰고 있다.

B사 무가지 고위관계자도 어려워진 경영 상황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스마트폰이 도입됐어도 지난해까진 그리 경영이 심각할 정도의 타격은 없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급격히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면서, “단순히 기자 등의 인력이나 발행부수를 줄여 비용절감을 한다고 무가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너든 기자든 내부적으로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려는 의지가 없는 점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식으로 가다간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층 뿐 아니라 아직 무가지를 즐겨 읽는 장년층에까지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답답해 했다.

그동안 존망을 거듭해 오던 무가지는 현재 수도권 기준으로 메트로, 포커스, AM7, 스포츠한국, 시티, 노컷뉴스, 이데일리 등 7개지만 발행되고 있다. 그나마 40만부 이상을 찍어내는 곳은 메트로, 포커스 두 곳이 전부다(2010년 ABC 부수공사 기준). 2004년 대부분의 무가지가 50만부 이상을 발행했고, 한 유력지가 하루 80만부까지 찍어내던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상훈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무가지가 처음 창간되던 때와 지금 시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신속성, 편리성 면에서 무가지가 스마트폰을 따라가기 힘들어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만화를 포함해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많이 삽입하고, 기존 편집방향을 대대적으로 바꿔 스마트폰과는 차별화된 내용으로 대중의 흥미를 이끌어 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김 교수는 무가지의 광고수주 어려움에 대해 “최근 서울시에서 대중교통 등에 주류광고를 못하게 한 것이 기회일 수 있다”며 “광고제재가 많은 분야의 광고를 무가지가 적극 유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2002년 무가지 메트로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이래로 10년이 흘렀다. 그만큼 사람도, 환경도 변했다. 10년 전의 영광에만 빠져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면 무가지의 미래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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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4-04-16 09:47:59
무가지뿐만 아니라 잡지도 많이 사라졌지. 가정에서 빠른 속도의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잡지에서 정보를 얻는 방법이 유일하니까 많이 팔렸지만,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되고 나선 잡지보다 그 편이 더 빠르니까 잘 안 팔리게 됐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원하면 아무 때나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더 안 팔리게 됐지. 유일하게 남은 게임잡지 게이머즈가 생각나는데 전에 망할 거 같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어떻게든 잘 살아있기는 한데 가격이 너무 올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