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위기, 시스템으로 맞서라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맞서라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2.07.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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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The PR=정용민] 축구를 보자. 한 팀에 11명이 운동장을 뛰어 다녀야 하는 게임이다. 상대방까지 합하면 22명이 운동장에서 뛰며 경쟁한다. 이를 기업위기관리에 대입해 보자. 모든 기업위기에는 해당 위기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그들 이해관계자들을 상대편 축구팀으로 생각해 보자. 열 한가지 그룹의 이해관계자들이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운동장으로 달려 들어온다 생각해 보는 거다.

언론들, NGO들, 정부규제기관들, 검찰, 경찰, 지역주민들, 고객들, 거래처들, 일방공중들, 노조원들 그리고 경쟁사들이라고 그들 하나 하나를 칭해보자. 우리 기업은 어떻게 맞서고 있을까? 혹시 열한명의 상대방에 맞서 선수 한 명이 혼자 운동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 두세 명도 충분하지는 않다. 혹시 CEO께서는 우리 골문을 지키시고 있으신지 확인 해 보자.

상대팀 선수는 열한명인 데 우리 팀은 한 명이 맞서는 형국

우리 편 각 선수들이 상대편 이해관계자 선수를 어떻게 마크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자. 평소에 자신이 마크해야 하는 상대선수에 대한 공부와 맞서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 왔는지도 물어봐야겠다. 상대의 특정 이해관계자 선수가 ‘메시’ 같은 실력이 있는 선수라면 우리도 그에 맞설 수 있는 실력 좋은 선수를 키워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위기관리라는 경기 이전에 혹시 우리 열한 명은 제대로 된 A급 매치를 몇 번이나 해 본 팀인지도 생각해보자.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라도 연습경기는 했었는지, 각자 선수기량을 키우기 위한 집중훈련은 얼마나 했었는지, 필요하다면 외부에서 실력 있는 코치나 감독을 데려와 도움을 받아보기는 했었는지 살펴보자. 우리 선수들에게 멋진 경기 실력을 키워주기 위해 적절한 예산지원은 했었나?

아니다. 더 기본으로 돌아가서 우리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어떤지 봐야 한다. 정말 상대방 팀을 이기고 싶어하는가? 자기에게 맡겨진 상대선수를 정말 이기고 싶어하는가? 정말 경기를 하고 싶어 운동장에 나와 있는가? 물어보자.

기업위기관리. 가장 흥미로운 문제 중 하나가 위기관리를 일부 부서가 전담해서 하는 현상이다. 많은 기업에서 홍보팀이 위기관리를 주로 하는 부서라고 이야기한다. 상대팀 선수는 열한명인 데 우리 팀은 한 명이 맞서는 형국이다. 공격수도 하고 수비수도 했다가 골키퍼도 해야 하는 ‘일인 다역’인 셈이다. 가끔은 두세 부서가 함께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그들은 그렇게 싫어한다. 부담스러워 하고 홍보팀을 지원만 해달라 해도 인상을 찡그리면서 ‘우리가 왜 여기에 엮여야 하나?’하는 표정이다. 한마디로 경기하기 싫은 선수가 운동장에 서있는 셈이다. 경기가 잘 될 리가 없다.

기업이 스스로의 시스템으로 맞서라

기업위기 시에 홍보팀만 주로 경기를 뛰게 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홍보팀이 가장 만만한 언론이라는 상대선수만 가지고 주로 마크를 하게 되는 거다. 소비자 선수나 NGO선수들이 마구 우리 편 골대로 치 닿는데도 적극적으로 따라가 실력발휘를 하기 힘들어 한다. 우선 가장 실력 있는 스트라이커인 언론이라는 선수 한 명만 커버해 보자며 스스로 한계를 설정한다. 경기에서 이기기 힘든 게 당연하다.

기업위기에 대해 ‘기업이 스스로의 시스템으로 맞서라’ 하는 의미는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좋은 축구팀’을 만들라는 이야기다. 좋은 선수들을 모으고, 그들을 훈련하고, 그들 각각이 어떤 상대라도 맞서 이길 수 있는 실력을 키우라는 것이다. 실제 경기가 시작되지 않아도 꾸준히 연습하고 준비해 언제든 경기를 뛸 수 있는 역량을 빨리 확보하라는 것이다.

각자의 기량을 하나로 모아 위기관리를 위한 튼튼한 팀워크를 형성해 보라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외부에서 좋은 코치들과 감독들을 불러와 팀을 점검해 보고, 실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팀의 주장인 CEO께서 벤치에만 앉아 계시기 보다는 함께 경기를 뛰면서 골대를 지키고, 선수들을 필드에서 배치해 보는 경험들을 가져보시라는 것이다.

좋은 팀이 기업 위기를 관리한다

이런 주문들은 현실에 기반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실제 기업들이 위기를 경험하고 이에 맞서 관리를 시도하는 상황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자. 많은 부서들 대부분이 실제 위기관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관리에 임할 진정한 자세도 일부는 부족하다. 일단 위기관리에 투입되었으니 어떻게든 해 보자 각자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활동한다. 기업의 많은 대 이해관계자 채널들이 방치되거나 수습되지 못한 채 열려있게 된다. 부서 각각이 하나의 의견을 모으거나, 주변 부서들이 현재 어떤 위기대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들도 많다. 정보도 일부에서만 유통되고, 공유되지 못한다.

CEO께서는 각 부서의 이야기만 홀로 들으시면서 의사결정을 미루는 경우들도 있다. 통합적인 실행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다. 위기가 발생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과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기업은 그 안에서 침묵하거나,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들을 본다. 이런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좋은 축구팀’의 비유를 다시 한번 기억해 보자. 내가 일하고 있는 기업에 그런 좋은 위기관리 그룹이 존재하는지 돌아보자. 완전하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좋은 위기관리 그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자. 매번 돌아오는 중요한 위기관리 경기에서 매번 대패하거나 기권 패 하거나 중간 퇴장 당하는 수모를 더 이상 겪지 말자. 좋은 팀이 기업 위기를 관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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