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큰 ‘언론 인터뷰’, 예방약 있다
리스크 큰 ‘언론 인터뷰’, 예방약 있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2.07.02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태의 홍보 一心

[The PR=김광태] 언론사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는 경영자는 드물다. 자칫 잘못하면 낭패를 보거나 곤욕을 치르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영향력이 큰 매체의 경우 더 몸조심을 한다. 그래서 홍보인들 사이에 인터뷰는 ‘잘 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경영진에 보고도 하지 않고 스스로 핑계를 만들어 거절하는 게 습성화 됐다.

최근 모회사 해외 경영진이 전격 교체됐다. 이유인즉, 해외 유력 매체와의 인터뷰한 내용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상대국 경쟁업체를 비하한 발언이 기사에 실려 나와 그 나라 국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인터뷰 당사자는 자신의 의도와 달리 내용이 왜곡 됐다고 항변 하지만, 글로벌적으로 영향력이 큰 매체를 상대로 싸운다는 건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국내기업들이 글로벌화 되면서 많은 해외 언론들이 한국 기업을 취재하고 인터뷰를 한다. 문제는 회사는 글로벌화 됐을지언정, 임직원들 대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기업은 국내 몇몇 그룹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대의 언론 접촉은 홍보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임직원 누구나가 언제 어느 곳에서 언론인을 접할지 모른다. 그러기에 회사의 임원이라면 기본적인 미디어 트레이닝은 반드시 받아 두는 게 회사는 물론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도 좋다.

인터뷰는 기자의 의도대로 유도되는 질문과 답변이다. 기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끌어 내기 위해 많은 화술적 기교를 동원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평상시 언론인과의 접촉이 없는 경영진은 쉽게 기자가 원하는 답을 내주고 만다. 인터뷰 후도 문제다. 기자들은 문맥 전후를 잘라내고 자신의 구미에 맞는 부분만 간택하곤 한다. 인터뷰는 기자 입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 인터뷰를 하는 사람을 위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인터뷰 당사자는 간과하기 쉽다. 그래서 모든 인터뷰에 반드시 홍보 담당자가 배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유능한 홍보맨은 기자의 첫 질문에 “아~ 이 기자는 어떤 방향으로 무슨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겠구나”하면서 정확하게 의도를 파악해 낸다. 그리고는 민감한 사항을 꼼꼼히 메모를 해 뒀다가 인터뷰 끝나자마자 삭제와 수정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순화시킨다. 이렇게까지 해도 막상 기사화되고 나면 경영자의 지적은 항상 뒤 따르기 마련이다.

“이 친구는 기사를 뭐 이렇게 썼어? 이 부분은 이런 뜻으로 이야기 한 게 아닌데? 지 멋대로 야….” 정말 잘 해야 본전이다. 그래서 필자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인터뷰 원고 사전 검열(?)’제 였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모든 인터뷰 요청은 인터뷰 끝난 뒤 기사화 되기 전에 반드시 원고를 미리 보여 주는 조건부로 허락했다. 아니면 전부 거절했다.

처음 이 방침을 적용했을 때 담당 기자는. ”무슨 소리냐? 세상에 기자가 자신이 취재한 기사를 기사화 되기 전에 보여 주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상식 이하’라며 분개했다. 그러나 뜻밖에 담당 데스크 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해당 기자에게 “우리가 요청한 인터뷰다. 인터뷰에 응해 준 상대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한다. 기자가 상대의 의도를 100% 잘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입장에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상대의 뜻이 정확하게 독자에 전달되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확인 절차를 받는 게 도리다”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그래야 쌍방간에 인터뷰를 둘러싼 오해가 없고 다음 인터뷰 요청에도 선뜻 응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정말 그랬다. 그 이후 이 매체 인터뷰 요청에는 최고경영자가 선뜻 나 섰고, 자신의 생각도 아무런 부담 없이 허심탄회 하게 늘어 놓았다. 홍보 책임자로서 입장도 훨씬 수월해졌다. 인터뷰 끝난 뒤 원고를 최고경영자에게 보고하고 데스킹 받으면 만사가 오케이였다. 그 동안의 인터뷰 공포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이다.

지금도 그 당시 그 부장을 생각하면 너무 고맙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선 “인터뷰 글은 기자 글이 아닌데, 인터뷰 당사자 글인데, 기자는 단지 말을 글로 바꿔 놓았을 뿐인데, 자기 글을 자기가 보자고 하는데 왜, 안 된다고 하나? 당연히 보여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