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언론에 광고하는 ‘불편한 진실’
언론이 언론에 광고하는 ‘불편한 진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6.27 18: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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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파업 광고에 전문가들마저 “잘못된 선택”

[The PR=강미혜 기자] MBC 파업이 150여일을 넘긴 가운데, 그간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꽁꽁 숨어 있던 김재철 사장이 “상습파업, 정치파업의 고리를 끊겠습니다”며 입을 열었다. 다름 아닌 지면광고를 통해서다.

MBC는 27일 일부 일간지와 무가지 후면에 일제히 전면광고를 게재했다. 해당 광고는 김재철 사장의 얼굴을 ‘메인’으로 MBC 노조 파업이 ‘정치파업’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단엔 ‘이래도 정치파업이 아닌가?’라고 MBC 노조 파업을 규탄하면서 그 증거로 ‘DJ 생존을 가정하고 그의 메시지를 추정하는 상상에 빠지다. 언론자유 등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서민생활과 민생경제를 파탄시킨 이명박 정권의 집권당인 새누리당에게 단 한 표도 주지 맙시다’는 MBC 직원(기자)의 트위터 글을 실었다.

하단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정동영 상임고문, 문성근 최고위원, 박영선·전병헌 의원,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노회찬 의원,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등 노조 집회에 참석한 21명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MBC 노조집회에 참석한 정치인들, 이들은 모두 야당소속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파업 가담 안 하면… “회사 못 다니게 할거야”’라는 글귀 뒤로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에서도 투쟁 동력을 떨어뜨릴만한 행위나 이의제기가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론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는 업무 복귀한 사원의 글을 실었다.

유래 없는 MBC의 광고 집행에 대해 MBC 노조는 물론 야당까지 전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트위터(@saveourmbc)를 통해 “오늘 광고 ‘자발적 탈의 광고’로 명명한다”며 “김재철 사장과 그 일당의 신문 광고는 100만 서명운동의 10배쯤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자신들의 수준, 실력, 철학을 스스로 시민들에게 까발린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광고모델로 데뷔하신 김재철님. 오늘 광고로 쏟아 부은 돈만 6억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간 이런 광고에 쓴 돈 다 합치면 20억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 아무도 사장님 이야기 안 실어주니 답답한 건 알겠는데 20억이면 몇명 월급인지 아시죠?”라며 김재철 사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의도치 않게 광고모델(?)이 된 정치인들의 비판 글도 쏟아졌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jwp615)에 “MBC 김재철 사장이 21명 의원 사진과 함께 자신의 사진으로 도하 신문에 대대적 광고! 광고비는 개인돈? 이것만 보아도 그는 아웃해야. 아웃 김재철!”이란 트윗을 올렸다.

▲ 박영숙 의원의 트위터글 캡처.

MBC 앵커 출신인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도 트위터(@Park_Youngsun)를 통해 “MBC 후배들이 파업하는 현장에 선배가 들러보는 것도 김재철 사장 허락받고 가야하나?”라며 “선배가 후배 만나는 것도 정치파업? 정말 하나밖에 모르는군요”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언론사가 다른 언론에 광고를 하는 유래 없는 진풍경을 두고 업계 전문가들도 상당히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다. 기업의 경우 해명성 의견광고(개인이나 단체가 어떤 사항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일이 왕왕 있었지만, 언론은 그 사례 자체를 찾기가 드물다는 것. 무엇보다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사측의 입장을 밝힐 기회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광고라는 형태를 통해 자기주장을 펼친 데에 대한 의문이 크다.

이와 관련 동국대 김효규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시대엔 누구나 돈을 주고 광고할 자유가 있다지만, 현재 MBC 파업이 장기화되는 불편한 상황 속에 적잖은 돈을 대대적으로 쏟아 부으면서까지 지면 광고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의견광고라고 하면 대개 매체 접근이 어려운 일반인 혹은 뉴스 가치가 없는 사안에 대해 특정 집단이나 단체가 ‘호소’하기 위해 돈을 내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MBC의 경우 사정이 전혀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미디어로써 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지면을 돈으로 사서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광고를 홍보 수단으로 택했다는 점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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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처리 2012-06-29 22:48:25
재철아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지. 팔월엔 니 거기 앉혀준 정부에서 손수 끌어내리겠단다- 재철장사 다 했으니 이제 고만 내려와라. 여러 젊은 기자들 생고생시키지말고.

최후발악 2012-06-27 18:54:57
아침부터 참 재미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MBC 재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