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기관리, 스스로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라!
기업 위기관리, 스스로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라!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2.06.01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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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비유해 보자. 이등병은 보초를 서고, 청소를 하고, 총을 잘 쏘고, 지도를 보는 방식을 빨리 배우고 싶어 한다. 소대장은 소대원들을 리드해서 작전계획에 정해진 대로 진지를 구축하고 전시에 사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사단장은 연대병력들을 어떻게 운용해 사단에게 맡겨진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 위로는 사단들을 편제하고 관제해서 지역을 방어하고 공격의 기회를 찾는 레벨의 장군도 존재한다. 더 나아가 육군과 해군과 공군을 편제하고 통합하며 협업하게 하는 레벨의 장군과 책임자들도 존재한다.

기업 위기관리에 있어서도 이 레벨에 따라 위기관리 니즈는 각기 다르다. 홍보실을 비롯해 위기관리 실행을 하는 모든 부서 일선들의 니즈는 만약 OOO같은 위기가 발생 했을 때 나는 어떻게 상부에서 하달되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그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진상조사단 기자회견 모습

직급에 따라 다른 위기관리 니즈

“OO일보 산업부장을 좀 아시나요? 부정적 기사에 대해 말씀 좀 나눌 수 있었으면 해서요” “OOO방송 쪽 선이 닿는 분이 좀 있나요? 이번 OOOO고발 프로그램 때문에 그런데요” “OOO 포털에서 뉴스 기사를 좀 아래로 밀어내는 서비스를 소개 해 주실 수 있을까요하는 현실적 일선의 니즈들이 그들에게는 전부다.

그러나 일선 팀장급이나 책임 있는 매니저가 되면 기업위기관리에 있어 니즈는 약간 달라진다. 위기발생 시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팀의 위기관리 역할과 책임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마련이다.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는 체계에 대해서도 신경 쓰게 되고, 어떻게 상위 담당 임원에게 적절한 정보와 인풋을 드려 위기 시 자기와 팀의 성과를 인정 받을 수 있는가도 고민 대상이다.

평소 이해관계자 분석이나 맵을 마련해 놓고 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 홍보팀 내 역할들을 좀 나눠야 하겠어. 저번 위기 때 너무 몰려 다니면서 우왕좌왕했던 것 같아”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정보는 나에게 직접 보고해! 정리하지 말고 일단 구두 보고 하도록 해! 내가 취합해서 O상무에게 실시간 보고할 수 있게 지원해 줘이런 요청들을 안팎으로 하게 된다.

그 상위 임원들은 어떤 니즈를 가질까? 임원들은 기본적으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으로 최고 의사결정과정을 함께 하게 된다. 아래로부터는 가장 빠르게 실시간으로 위기관련 정보를 보고 받는 체계를 필요로 한다. 또한 위기관리 위원회에서 결정된 전략과 실행 명령을 가장 정확하게 실행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하부 조직 체계를 꿈꾼다.

CEO와 최고임원들은 더 큰 개념에서 접근

“OOO이나 OO같은 형태의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 팀들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나? 대응들이 가능하지 우린?” “영업일선에서 올라오는 상황보고가 우리 팀들에게도 공유가 되나? 내가 임원회의에서 보고 받는 것 이외에 일선간에 어떤 공유 체계는 없어?” “자꾸 위기관리를 맨땅에 헤딩하는 형식으로 하지 말고 좀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어? 어떻게 생각해 O팀장?” 이런 식의 니즈와 요청들이 일반적이다.

CEO를 비롯한 최고임원들은 또 어떤 니즈를 가질까? 이들의 니즈는 좀 더 큰 내용과 개념을 담기 마련이다. 반면 일선에서의 어려움이나 한계 그리고 현실적인 실행방식에 대해서는 그리 깊이 있는 관심이나 주목은 없게 마련이다. 이분들이 생각하는 위기관리는 우리 조직이 최선을 다해 하나로 움직여 일사불란한 대응을 보여주고, 최악의 위기 시에도 최선의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다.

“O상무, 경쟁사 OO사의 이번 위기사례 어떻게 생각해요? 우리는 어떤가?” “내가 어제 OOO컨퍼런스에 갔어 들었는데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O상무 그런 시스템 좀 컨설팅 받을 곳을 알고 있어요?” “O상무, 어제 9시 뉴스는 뭐예요? 왜 그런 보도가 요즘 자꾸 나오지? 뭐 하는 겁니까?” 이런 식의 니즈를 보여준다.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기업 위기관리 체계를 이야기 하면서 주장하는 방법론들에는 이런 기업 내부 이해관계자들의 현실적인 니즈들을 골고루 충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어느 한 레벨의 니즈를 충복시키기만 하면 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 어떤 위기관리 시스템을 그리고 있는가?

CEO에게 부정적인 기사 빼는 방식을 설명하는 컨설턴트는 무능한 컨설턴트로 비춰진다. 반대로 일선 직원들에게 전사적 위기관리 시스템을 설명하면 그 컨설턴트는 아카데믹 한 사람으로 비하(?)된다. 매우 어렵다.

일부 기업내부에는 임원이 일선 직원들이 가져야 할 고민을 아직도 품고 있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일선의 대리나 과장급이 임원들이나 최고경영자들의 고민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경우들도 있다. 이런 경우들에도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은 그 해당 기업의 니즈를 일반화 해서 컨설팅 해야 한다. 매우 어렵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에 대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성공전제조건은 우리 스스로 어떤 위기관리 시스템을 그리고 있는가?’하는 명확한 니즈의 존재 여부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이 원하는 자동차는 아이까지 식구가 5명이니 넉넉한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출퇴근 보다는 장거리 주말 여행에 적합한 형태였으면 합니다. 또한 짐도 넉넉하게 실을 수 있었으면 하고, 아이들이 오르고 내리기에 적절한 높이의 바디 높이를 가졌으면 해요. 당연 연비도 상대적으로 좋았으면 하고, 가격대는 5000~6000만원 선이었으면 합니다. 수입 브랜드면 더 좋겠지만 꼭 수입이 아니어도 됩니다는 정도의 정확한 니즈에 대한 그림이 있어야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내 여러 레벨의 니즈들과 시각들 그리고 정의들과 현실들을 모두 통합해 적절한 니즈를 찾는 것이 기업 위기관리 시스템의 시작이다. 그렇게 보면 그냥 있잖아요. 위기관리 시스템. 어떤 시스템들이 있는지 좀 보여 줘 보세요하는 니즈는 아직 준비된 니즈가 아닌 셈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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