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례] ‘관리의 삼성’에서 ‘열린 삼성’으로
[기업사례] ‘관리의 삼성’에서 ‘열린 삼성’으로
  • 주정환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7.19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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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삼성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직원들의 자유로운 발언이 아무런 제재 없이 ‘미디어 삼성’을 통해 소통되고 또 적극 반영되고 있다. 삼성그룹을 주축으로 변신하고 있는 삼성의 사내커뮤니케이션 실태를 살펴본다.


지난 5월말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인 이인용 부사장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사실을 발표하는 순간 현장에 있던 직원은 그 사실을 사내 홍보담당자에게 전화했고 이 내용은 그 즉시 사내 매체인 ‘미디어 삼성’을 통해 전 직원에 알려졌다. 언론이 보도하기 전에 먼저 직원들에게 이 회장의 복귀 사실을 전한 것이다. 기존의 관행을 깨고 사내에 먼저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직원들에게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의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이 바뀌고 있음을 예고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삼성의 사내커뮤니케이션은 그룹 홍보조직인 커뮤니케이션팀이 헤드쿼터 역할을 맡고 있고 각사 홍보팀에서 자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삼성그룹의 사내커뮤니케이션 툴은 크게 4가지. 기업 사내방송으로 SBC, 그룹사보인 삼성&유 그리고 삼성전자의 라이브 매체인 ‘미디어 삼성’과 인트라넷인 ‘마이싱글’이 있다.

삼성&유는 회사를 통해 배포되는 것이 아니라 마이싱글을 통해 신청하면 가족도 같이 볼 수 있도록 집으로 직접 우송된다. 삼성 전 직원 중 2/5가 받아 보고 있다. 삼성그룹의 사내커뮤니케이션 특징은 우선 과거와는 달리 커뮤니케이션 관행이 많이 개방됐다는 점이다.

온라인 사이트인 ‘미디어 삼성’에는 익명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진다.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아무런 제재 없이 자유롭게 개방해 놓고 있다 보니 자사 제품에 대한 비판부터 회사에 대한 아쉬움까지 다양한 불만도 쏟아진다. 또 인트라넷인 ‘마이싱글’에는 마이싱글 블로거를 별도로 마련해 전 그룹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물론 각 사별로도 똑같은 블로거가 마련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이 코너에는 외부 블로거와 마찬가지로 업무이야기, 취미, 직장생활 관심사 등 온갖 이야기가 다 올라간다. 모델도 실제 직원을 활용해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홍보팀에서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삼성 커뮤니케이션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계열사 사장단들이 개인 블로거를 만들어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등 10명이 넘는 사장들이 블로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또 직원들의 글에 댓글을 다는 등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홍보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던 삼성그룹 홍보팀이 커뮤니케이션팀으로 바꾼 것 또한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홍보는 관례적으로 매스미디어 중심의 소통이었다는 것. 진정한 소통을 위해 본래 뜻 그대로 커뮤니케이션팀으로 개칭했다. 조직 또한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인용 부사장이, 사내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최홍섭 상무가 맡고 있다. 최 상무의 부임 첫 일성이 바로 ‘사내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였다는 것. 그만큼 삼성그룹의 사내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파워 블로그 보유한 삼성그룹 사장단

지성하 사장 / 삼성물산
윤부근 사장 / 삼성전자
장원기 사장 / 삼성전자
이헌식 사장 / 삼성코닝정밀소재
황백 사장 / 제일모직
김인 사장 / 삼성SDS
곽상용 부사장 / 삼성생명
홍창완 부사장 / 삼성전자
고영범 부사장 / 삼성전자
전동수 부사장 / 삼성전자
박대영 부사장 / 삼성중공업
박중흠 부사장 / 삼성중공업
윤용암 부사장 / 삼성화재

[인터뷰] 정광열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쓴소리, 단소리 다 들으려 노력”

비판적인 글을 삭제하거나 관리하지 않습니까?
“일방적인 소통보다는 설득과 이해 위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회사에 대해 싫은 소리를 다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것을 개방하고 있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궁금한 것 있으면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요. 과거처럼 경영진이 생각하는 이슈를 자꾸 반복해 몸에 배어들게 하는 방법보다는 서로 얘기해 보고 고민해 보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내용들이 올라옵니까?
“워낙 많이 올라옵니다. 큰 이슈부터 작은 이슈까지 사업장에 한정된 경우도 있고 전사적인 것도 있고 일상 속에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관심사를 적극 소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같은 경우도 왜 우리가 이것밖에 못 만드느냐? 왜 우리가 미리 기회를 못 잡았느냐? 이렇게 가야 삼성이 산다 등등 과거 같으면 하지 못할 이야기도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별로 가리는 것 같지 않아요. 어떨 땐 너무 기본을 지키지 않고 악성적인 글을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그냥 둡니다. 다소 회사 입장에서는 아프거나 하는 경우가 있어도 듣습니다.”

계열사에 하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지침은 없는지.
“하나의 컨센서스로 몰아가거나 공통 메시지를 주거나 하는 것은 없습니다. 바로 소통하고 가리지 말고 얘기하는 것이 사내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메시지니까요. 아프거나 불만스러운 것이 있으면 직접 이야기하고 들어줄 수 있어야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계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삼성 사장단 개인 블로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과거에는 메일로 사장 월례사를 보내고 했었지만 요즘은 블로거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사장이 적극 나서니까 임원급, 부서장들도 많이 만들고 있어요. 전 그룹적인 현상입니다. 벌써 열 분 이상이 만들었는데 그분들 영향력으로 보자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지요.”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불만 내용이 올라오면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빨리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정확히 해결하자는 것이 기본 방침이자 기조입니다. 어려운 점은 규모가 크다 보니까 문제나 애로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문화적인 것, 협력관계에 있는 것 또 다른 회사와의 문제에서 발생한 것 등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니까요.”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 문화에 있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제일 큰 변화는 직원들이 불만이 있으면 참고 지나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사에 얘기하고 싶은 점이 있으면 다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해소되는 거죠. 저희가 사내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것도 사내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불만이 외부로 돌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거에 올리고 트위터에 올리고 하면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경영진들도 이런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매도 미리 맞는 게 나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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