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 하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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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정환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7.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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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사내커뮤니케이션 ‘소통’ 현주소

개인에서 기업과 조직,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 본연의 기능을 베스트로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혈액순환이 안 되면 생명은 병이 들어 결국 파멸에 이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그리고 개인 할 것 없이 대한민국의 화두로 떠오른 ‘소통’ 문제를 심층 진단했다.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월드컵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다.
좋은 성적을 거둔 팀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한결같이 감각적인 팀워크가 눈에 띈다. 순간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마치 약속한 것처럼 자로 잰 듯이 정확한 패스를 주고 받는다. 태극전사들도 그리스전에서 처럼 승리를 거둔 경기에서는 틈만 나면 쉴새 없이 이야기하고 사인을 보내고 서로 스킨십하고 엄지를 치켜 세우는 등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 가장 역점을 둔 것도 바로 선수간 활발한 소통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선후배나 연고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 기초한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만이 조직력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간파한 것이다.

소통의 중요성은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도 입증됐다. 낙승을 확신했던 정부 여당이 막상 뚜껑을 열자 참패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주요 일간지 중심으로 사전 여론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완승을 예고했던 정부 여당이 반전의 고배를 마신 것. 원인은 바로 왜곡된 ‘소통’에 있었다. 보수적 성향인 기존 주요 일간지 위주의 소통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 참패한 대중 매체

“홍보 영역이 홍보실-기자-대행사 구도로만 짜여져 너무 좁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지금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까? 저만 해도 아침에 4대 종이신문 안 보고 출근해요. 요즘 20, 30대들은 거의 저랑 마찬가지일걸요? 지하철 출근 시간에 보세요. 스마트폰이나 휴대폰, PMP 보거나 아니면 MP3 듣거나 책 보거나, 무가지 보는 게 거의 99.9%입니다. 그런데 그 일간지 신문에 기사 내고 또 막기 위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죠. 그 노력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말이에요.”

사내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박정은 대표의 말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스마트폰과 트위터, 블로거 등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의 위력 앞에 기존 대중매체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이노종 브랜드평판연구소 소장은 지난 6·2 선거를 이렇게 평가한다. “이번 선거는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다른가를 여실히 보여 준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주요 일간지만 장악하면 여론을 잡을 수 있다는 정부의 생각이 얼마나 큰 오류이고 착각이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 선거였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젊은 세대를 투표장으로 이끌면서 새로운 소통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똑똑히 보여 준 사례죠.”

 

고도의 정보 소스는 바로 ‘종업원’

그렇다면 한발 앞서가는 우리 기업들의 내부 소통은 어떤가?

통상 조직 내부 소통은 사내커뮤니케이션, 조직커뮤니케이션, Employment Relations, Employment Marketing, 인터널 커뮤니케이션, 인터널 PR, 인터널 마케팅,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최근 기업마다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과 그 중요성을 자각하는 사례들이 부쩍 늘어났다.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사내 방송과 사보를 강화하고 있다. CEO들은 직원과의 소통을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는 마케팅적인 측면입니다. 시장의 헤게모니가 이미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넘어왔습니다. 둘째는 하이테크 시대에서 하이터치 시대로 넘어 왔습니다.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에 뜹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살 때도 관련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참조는 하지만 결정은 하지 않습니다. 결정을 할 때는 주변의 스마트폰을 잘 아는 사람한테 갑니다. 하이테크 시대일수록 하이터치 즉 사람에 의존하기 때문인 거죠.”

통합마케팅(IMC)연구회 회장인 김일철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고도의 인터넷 시대에는 모든 정보는 수집할 수 있지만 정보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은 사람을 통해서라고 말한다. 때문에 고도의 정보 소스는 바로 ‘종업원’이라는 것. 삼성커뮤니케이션팀 정광렬 부장도 같은 의견을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출시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하고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도 만약 관련 개발직원이 트위터를 통해 ‘이 제품 안 좋으니깐 구입하지 마세요’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올린다면 회사로선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환경 하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갑자기 기업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 또한 크다. 회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있다면 회사가 어려울 때 내부고발자로 돌변할 수도 있고 제품과 서비스에 직접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기업이 아닌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최근 발생했다. 지난 6월 참여연대가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한 문건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직접 보냄으로써 정부는 물론 국제 정치계를 발칵 뒤집어 놓기도 했다. 모두 내부 갈등, 소통 부재와 연관된 사건들인 셈이다.

 

사내커뮤니케이션이 강한 글로벌 기업

“도요타 리콜 사태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소통부재’입니다. 내부 사원들의 불만과 항의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경직된 시스템을 도요타는 갖고 있었습니다. 사원들의 문제 제기에도 무대응하거나 무시하는 소통부재 관행이 축적돼 결국 리콜 사태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도요타를 벤치마킹했던 국내 대기업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10년내 똑같은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그만큼 큽니다.”

사내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신호창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지적이다.

“글로벌화가 가속화 되고, M&A도 빈번해지고,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 또한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뿐입니까? 기술혁신에 따라 사업 자체의 구조도 바뀌고, 사업환경 변화는 물론 미디어 환경 변화 등 기업 안팎으로 다양한 변화가 요구 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과 새로운 사내커뮤니케이션 문화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거죠.”

사내커뮤니케이션이 왜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한정호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내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보면 역시 글로벌 기업들이 강하다. 구글, IBM, 애플, GM, GE, 쓰리엠, 존슨엔존슨 등 기업마다 특징은 다르지만 이들 기업의 사내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소통이 아닌 경영전략이자 기업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그 결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IT 기업들이 독특하고도 강력한 사내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는 파격적인 사내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전 세계 취업선호도 1위 기업으로 꼽힌다. 수평적 조직 구조, 열린 커뮤니케이션, 창의적인 조직 관리, 쾌적하고 자유로운 근무 환경, 직원에 대한 철저한 지원 및 배려,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 등 직장인으로서는 꿈같이 느껴지는 그런 조직 시스템을 그들은 잘 갖추고 있다.

 

‘탑다운’ 잘 되는 회사는 ‘버텀업’도 잘 된다

소셜미디어 등의 등장으로 지금처럼 급변하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소통이 막힌 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100% 망한다고 봐야죠. 아직도 독불장군식으로 제왕식 경영을 한다거나 군대식 경영을 지향하는 기업이 있다면 소규모 개인기업이면 모를까 대기업이라면 존재하기 어렵겠죠. 기업은 생산과 창의를 위한 조직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최고경영자가 명령만 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최고의 조직으로 생각합니다만 그건 100% 망하는 조직입니다.”

한국커뮤니케이션연구소 오익재 소장은 아쉽게도 아직 한국에는 이렇게 오해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고 꼬집는다.
“카네기는 조직을 만드는 이유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주변에 넣어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종업원들이 오너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해야지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오류가 생기는 겁니다. 일사불란한 조직을 이상적으로 생각했지만 그래서는 회사가 한 인간의 한계 이상을 넘어설 수 없겠죠.”

계급사회가 아닌 정보를 독점할 수 없는 열린 사회에서는 CEO의 말이 말단 직원에까지 잘 전달되는 것만이 좋은 사내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아니라 말단 직원의 아이디어가 조직의 수장에게도 반영되는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한마디로 탑다운과 버텀업이 융합되고 또 수평적으로도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조직이 시대흐름에 맞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탑다운이 잘 되는 회사는 버텀업도 잘됩니다. 조직이 생긴 이후 수천 년간 내려온 방식이 바로 탑다운이에요. 그만큼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탑다운을 잘 못하고 있어요. 매우 이상한 방식으로 탑다운하기 때문에 소통이 막히는 것이죠. 탑다운은 무조건 지시하고 일방적인 명령을 하는 게 아닙니다.”

오 소장은 열린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단면을 또 이렇게 말한다.

“요즘같이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는 개개인이 모두 게릴라처럼 정보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독주는 화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기업이든 국가든 마찬가지입니다. 한 개인이 정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채널도 있고 미디어도 통일돼 있고 정보력과 지식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때론 한 나라의 재정경제부조차 우습게 아는 미네르바 같은 튀는 개인이 나타나고 또 그 한 개인이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발생하는 겁니다. 어쩌면 나만 빼고 다 미네르바일 수 있는 그런 시대죠.”

 

“매스미디어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왜 지금 이 시대에 소통이 이처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을까? 정치인들의 모임이나, 단체 모임, 기업 내 워크숍 등의 이름에도 소통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왜냐하면 현대사회가 워낙 사회적 갈등이 심하잖아요. 또 근본적으로 갈등을 안고 있는 게 바로 조직이기도 하고요.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과 남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혈액과 같습니다. 잘 돌아야 해요. 한쪽이 안 돌면 다른 쪽도 막힙니다. 간도 위도 장도 다 좋은데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동맥경화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죠.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조직, 기업, 심지어 국가까지도 망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됩니다.”한 교수의 지적이다.
“매스미디어가 주였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스미디어를 담당하는 기자들만 게이트 키핑을 하면 어느 정도 위기를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등장한 이후로는 게이트 키핑이 급속히 약해졌습니다. 특히 온라인 쪽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 됐습니다. 때문에 게이트 키핑 쪽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쪽으로 사내커뮤니케이션이 바뀌었습니다.”삼성커뮤니케이션팀 정광열 부장의 말이다.

 

리더의 필수 덕목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미디어가 다양하게 변한 상황 하에서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환경도 바뀔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얘기다. 때문에 지금 사내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쏟지 않으면 아무리 매스미디어를 잘 관리해도 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홍보담당 임원들이 모여 회의할 때도 똑같은 얘기를 나눕니다. 이젠 매스미디어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그것만 커버하면 반밖에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내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죠. 자연스럽게 그렇게 맞춰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제 소통은 단지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모든 시스템과 조직 구성원간에 절실히 필요한 화두가 됐다. 그럼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08년 2월 취업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와 비즈몬이 공동으로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20∼30대 직장인 997명을 대상으로 ‘좋은 리더의 조건’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리더의 필수 덕목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꼽았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한 조사(복수응답)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응답률 59.5%로 1위로 지목됐다. 그 다음은 정확한 의사결정력(52.9%), 추진력(41.8%), 다양한 사회적 경험(39.1%), 넓은 포용력(35.0%), 전문지식(31.2%) 순이었다.

“대통령도 대국민 소통 때문에 어려워하고 있지 않습니까? 개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정치적인 능력,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정책 지지를 호소해도 우호적인 세력이 아니면 안티하게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민의 독특한 민족성에 맞는 적극적이고 솔직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는데도 말이죠.”이 소장의 지적이다.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능력인 시대. 이제 남을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자신의 전공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타인과 다름을 인정하는 것, 자신의 주장이 아무리 옳아도 일방통행보다는 경청하고 상대의 마음까지도 읽어서 소통할 줄 아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국가까지 포함해 모든 조직의 흥망을 분석해 보면 모두 커뮤니케이션 문제에 기인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이 부진한 건 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때문이고 회계 부정, 사내 부정이 발생했다는 건 사내문화를 건전하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을 잘못한 탓입니다.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국가간 분쟁이 일어나고 하는 모든 것의 근간에도 역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깔려 있는 겁니다.”

오 소장의 지적처럼 소통 문제는 단순히 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어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인에 이르기까지 생존을 위한 핵심 코드가 됐다. 글로벌화되고, 복잡해지고, 다양화되고 전문화되고 게다가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등 소통 환경이 급속히 달라지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사고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스스로는 물론 사회 전체의 시스템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2010년은 대한민국 사회는 물론 기업과 모든 조직이 전방위로 사통팔달하는 소통 3.0 시대의 원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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