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MB 정부, 기업에서 ‘소통’ 배워라
[리서치]MB 정부, 기업에서 ‘소통’ 배워라
  • 주정환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7.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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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 대기업 홍보맨 100명이 본 ‘소통’

“정부 지도층 소통 리더십 중요” 74%
“기업 커뮤니케이션 능력 양호” 56%

대한민국의 ‘소통’ 시계는 지금 몇 시쯤일까. 생산성과 효율만을 외칠 때는 전혀 부각되지 않았던 소통의 문제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The PR’은 100개 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홍보담당 임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소통 실태를 파악해 보고 소통 측면에서 6·2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해 봤다.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설문조사 개요

조사목적 : 소통(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의식 조사
조사대상 : 국내 주요 100개 대기업 홍보담당자 100명
조사방법 :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조사
표 본 수 : 주요 기업체 100명 (1기업체당 1sample)
표본추출 : 리스트를 이용한 무작위 추출
조사시기 : 2010. 6. 1 ~ 2010. 6. 16
조사내용 : 커뮤니케이션 수준 평가, 소통 대상,
현재 또는 바람직한 사내/대외 홍보 비중,
사내 커뮤니케이션 실태, 6·2지방선거 관련 소통 평가
조사기관 : GH코리아(대표 지용근)


선거 때만 되면 북풍과 대형 사건으로 민심을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 했던 정부 여당의 단골 정치행태도 오히려 역풍을 맞는 시대에 이른 것 같다. 정보가 더 이상 권력층의 전유물이 아닌 열린 사회에서의 소통은 그만큼 어렵다. 특히 구성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정부와 기업의 경우는 일방적인 소통 방식만으론 한계가 있어 보인다.

■ 60% 이상 “기업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양호”

이번 설문조사 결과 기업의 소통 수준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소통 수준에 대해선 아주 낮은 수치의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아직 한국기업들의 소통 수준이 선진국의 다국적기업에 비해 떨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의 소통 수준은 거의 ‘위기에 가깝다’는 말이 된다.

조사결과를 분석해 보면 먼저 기업의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묻는 설문에 전체 응답자 중 56%(긍정적 39%, 매우 긍정적 17%)가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현업에 있는 홍보인들 스스로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기업의 대정부, 대언론, 대고객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묻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 중 65%가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또 사내커뮤니케이션 수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전체 응답자 중 64%가 긍정적 의견을 보였다. 젊은 연령의 응답자일수록 높은 긍정 의견(20대 76.9%, 30대 60.4%, 40대 58.3%)을 보임으로써 신세대의 성향대로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사내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 기업 소통 비중…고객 투자자(50%)·언론(30%)·임직원(10%) 순

CEO와 직원간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묻는 설문에는 전체 응답자 중 62%가 긍정적 의견을 보였으며 5점 척도에 평균 3.74의 만족도를 나타냈다. 30대 응답자(52.1%)의 경우 상대적으로 20대(69.2%)와 40대(66.7%) 응답자보다 낮은 긍정 의견을 보였다. 샌드위치 직급인 대리, 과장급 사원들이 상대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기타 각 부서장과 구성원간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묻는 설문과 구성원과 직계 상사간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묻는 설문에도 각각 74%, 87% 등 높은 긍정 의견을 나타냈다.

기업들이 현재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소통 대상을 묻는 질문에서는 역시 ‘고객 및 투자자(50%)’가 가장 높았고 이어 ‘언론(30%)’, ‘사내 임직원(12%)’ 등의 순이었다. 또 한편으로 비중을 더 높이려고 하는 소통 대상에 대한 질문에서도 역시 고객 및 투자자가 62%로 가장 높은 가운데 일반 국민(13%), 사내 임직원(12%), 언론(10%), 정부 및 정부기관(3%) 순으로 지목됐다.

내부 이해관계자인 임직원에 대한 비중이 비교적 낮게 나온 것은 국내 기업의 경우 아직 인터널 PR과 종업원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90% 가까이 내부커뮤니케이션에 비중을 두는 해외 다국적기업들 보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 “사내·대외 홍보 비중 5:5로 균형 맞춰야” 46%

현재 각 기업의 사내홍보와 대외홍보의 비중을 묻는 질문에서는 대외홍보 비중이 높다(63%), 같은 비율(23%), 사내홍보 비중이 더 높다(13%)로 각각 나타났다. 사내홍보와 대외홍보의 비중이 3:7의 비율로 아직도 각 기업의 대외홍보에 대한 비중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로 일간지를 중심으로 한 전통 대중매체가 위협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기업 속성상 급격한 환경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하지만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사내홍보와 대외홍보의 비중을 묻는 설문에는 ‘5:5로 동일한 비중이어야 한다’가 46%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금과 같은 대중매체 중심의 홍보환경이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는 홍보인들의 속내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재미있는 점은 대외홍보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46%, 2:8-5% 3:7-19% 4:6-22%)고 생각하면서도 사내, 대외가 같은 비중으로 홍보 균형(5:5)을 맞춰야 된다고 답변한 점은 과도기적인 홍보환경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아직 내부 소통에 대한 중요성이 기업 실무 현장에까지 깊숙이 스며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 사내커뮤니케이션 주도 부서…홍보(74%)·마케팅(15%)

사내커뮤니케이션 주도 부서를 묻는 질문에는 74%의 압도적 수치로 홍보팀이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마케팅(15%), 혼재(4%) 순이다. 실제 기업을 취재해 보면 HR 부서 또는 경영혁신 부서 등에서 별도조직으로 사내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향후 홍보팀의 존립 및 위상과 연계되는 사내커뮤니케이션 주도 역할에 대해 홍보부서의 심층적인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안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는 ‘인트라넷(56%)’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사보’(19%) ‘사내방송’(13%) ‘회사 블로그’(6%) ‘소셜미디어’(2%) ‘스마트폰’(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회사 안에서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는 ‘소통에 대한 관심 부족(38%)’, ‘소통 시스템 미비 및 부재(29%)’, ‘딱딱하고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28%)’ 등의 순으로 거론됐다. 이밖에도 ‘부서간 높은 장벽(18%), 오너 및 CEO의 일방통행식 결정(3%) 등도 소통을 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 “정부 일방독주로 선거 참패” 65%

그럼 정부의 소통 능력은 어떨까?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정부의 소통을 평가해 봤다.
‘6·2 지방선거에서 여당(한나라당)의 참패 이유는 정부의 일방적인 독주 때문이라고 본다’에 대한 견해에 전체 응답자 중 압도적 수치인 65%가 동의(어느 정도 동의 32%, 매우 동의 33%)했다. 세종시 문제, 4대강 문제 등 정부 독주로 끌고 온 정책과 천안함 사건 이후 군과 정부가 보여 준 대국민 대응, 또 막판에 불거진 전교조 교사 해임 문제 등에서 소통 부족이 드러났다는 이야기다.

‘우리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잘했다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에 대한 의견에도 과반수인 57%가 동의한다는 의견(어느 정도 동의 29%, 매우 동의 28%)을 보였다. 이 결과가 보여주듯 소통 방법을 바꾸면 정부 여당에 대한 지지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정책 자체에 대한 문제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소통의 실패로 인해 빚어지고 있음을 대다수 홍보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있을 선거의 향배도 대국민 소통 여하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는 의견에도 거의 압도적인 81%가 동의(어느 정도 동의 45%, 매우 동의 36%)를 나타냈다. 그만큼 우리 국민 대부분이 현 정부 아래에서 소통의 갈증을 심하게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준다.

■ “소셜미디어가 투표율 높였다” 59%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인 미디어는 스마트폰,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다’에 대한 의견에는 응답자의 59%가 ‘그렇다’고 동의(어느 정도 동의 34%, 매우 동의 25%)를 나타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과거 선거와 달라진 모습 중 가장 두드러진 점이 바로 소셜미디어(스마트폰, 트위터 등) 등장과 활용에 따른 젊은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가장 공을 들여 관리해 온 유력 일간지들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란 조사결과를 앞다퉈 쏟아냈다.

하지만 선거 막판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등 트위터를 통한 누리꾼들의 활발한 참여는 지방선거 판세를 순식간에 바꾸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가능해진다.

‘대통령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 중 대다수인 74%가 동의 의견(어느 정도 동의 42%, 매우 동의 32%)을 나타냈다. 동서·지역·세대·이념·남북간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갈등 현상과 급속히 다문화돼 가는 사회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소통이다. 이 소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계층의 전향적인 리더십이 더없이 필요함을 홍보인들은 지적하고 있다.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보다는 포용하고 화합하고 상생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홍보인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기업들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수준은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은 반면 정부의 대국민 소통은 30% 미만의 낮은 점수를 받는 데 그쳤다. 향후 MB 정부가 개선해야 할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도 바로 소통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는 기업들의 소통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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