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팬을 소비자로 만들기
스포츠팬을 소비자로 만들기
  • 김주호 (admin@the-pr.co.kr)
  • 승인 2010.07.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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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의 스포츠

스포츠 속에 숨어 있는 PR적 요소

월드컵처럼 대형 스포츠 행사가 끝나면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가 기업들이 너무 상업적인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상업적으로 비쳐지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방송광고와 경기장의 펜스광고다. 기업들은 스포츠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일정 금액을 스폰서 비용으로 지불해 그 대가로 마케팅이나 홍보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데도 팬들은 기업들의 홍보활동을 탐탁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팬들의 눈치만 살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팬들을 더 즐겁게 할 수 있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더 나아가 팬이나 일반시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 광범위한 스포츠팬을 ‘우리 기업’이나 ‘우리 브랜드’의 소비자로 만들어야 한다. 그 고리가 PR이다. PR은 공익활동, 이벤트 접점에서 고객과의 만남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상업적인 요소를 완화해주는 완충 기능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활동이 반드시 기업PR적 요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디다스 축구공, 코카콜라 음료, 버드와이저 맥주도 소비자들에게 스포츠 현장을 이루는 즐거운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 PR적 요소도 존재한다.

팬들과 소통하는 PR 각광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전에서 승리하자마자 박지성 선수가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는데 이는 FIFA 홈페이지의 팬 투표를 통해 나타난 결과다. 이 ‘Man of the Match’는 이번 월드컵부터 생긴 프로그램으로 바로 월드컵 스폰서인 버드와이저가 후원하고 있다. 또 정유회사인 캐스트롤(Castrol)은 국제축구연맹의 월드컵 데이터 관리 사이트를 후원한다. 이 사이트는 각종 월드컵 베스트11 통계를 보여준다. 국별 월드컵 통산 베스트11, 각국별 역대 베스트11, 월드컵별 베스트11, 축구 전문가별로 선정한 역대 월드컵 베스트11, 그리고 개인이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참여하는 베스트11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캐스트롤은 캐스트롤 인덱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이 공격, 수비, 파올, 팀 기여도 등을 분석해 이번 월드컵 매 라운드마다 베스트 11을 발표한다. 첫 베스트 11은 1라운드가 끝나고 발표된다. 버드와이저와 캐스트롤은 경기와 최우수선수, 베스트11 등을 통해 팬들과 가까이 만들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팬들은 이런 사이트를 통해 스포츠에 더 깊게 몰입하면서 기업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스포츠와 어린이의 결합은 기업이 팬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다. 맥도날드 ‘플레이어 에스코트 프로그램(Player Escort Program)’은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운영되고 있다. 경기마다 선수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에스코트 프로그램이다. 세계에서 선발된 어린이들에게 월드컵 경기 시작 직전 각국 축구 선수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FIFA 등이 주관하는 주요 대회에서 전 세계 6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플레이어 에스코트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오고 있는데, 남아공 월드컵에는 전세계 48개국 1408명의 맥도날드 플레이어 에스코트를 선발했다.

보다 사회공익적인 접근을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경우도 많다. 현대자동차는 ‘아프리카 드림볼(One Million Dream Ball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1대를 판매할 때마다, 그리고 드림볼 회원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공 1개를 살 수 있는 비용을 모아 공 1백만 개를 사서 아프리카 빈곤층 어린이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현대자동차는 월드컵 공식 자동차 파트너로서 경기운영을 위해 소요되는 차량 일체를 제공하고 있다. 각국의 응원구호가 적힌 선수단 차량도 현대가 제공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각종 국내 길거리 응원도 지원했다.

붉은 원정대, 공인구 자블라니 등 직접적 마케팅 활용도

보다 직접적인 마케팅을 통해 팬들을 즐겁게 하는 경우가 바로 코카콜라와 아디다스다. 코카콜라의 경우 전통적으로 응원단을 파견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코카콜라는 마케팅 관점에서 판촉을 통해 소비자를 선발해 응원팀을 구성하는 전형적 프로그램을 반복해 실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3~5월 코카콜라 병뚜껑 행운잡기 프로모션, 글로벌 UCC 콘테스트 등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300명의 ‘코카콜라 붉은 원정대’를 선발해 한국의 예선전마다 100명씩 나누어 파견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국가별로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이 월드컵 현장에서 각국의 선수단을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월드컵마다 새로운 공을 개발해 대회공인구로 사용토록 하고 이를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공인구는 ‘자블라니(JABULANI)’다. 자블라니는 ‘축하하다(celebrate)’라는 뜻이다. 아디다스가 FIFA 공식 지정 축구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인데 이번이 11번째다. FIFA가 공식행사로 조추첨을 할 때 아디다스는 축구공을 공개하는 행사로 활용한다. 축구공의 출시가 월드컵이라는 이벤트와 연계되어 팬들이 이제 월드컵에 어떤 축구공이 나올지를 기대하는 단계가 됐다.

월드컵 파트너인 소니도 보다 직접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소니는 3D TV 론칭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전개했고, 각종 방송 장비 지원을 통해 25개의 경기를 3D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물론 메인 프레스센터나 선수촌 공식호텔 등 모든 TV공급권은 소니가 가지고 있다. 소니는 현물협찬(VIK) 형태로 제품을 제공하는 대가로 월드컵을 활용해 스포츠팬을 소니의 고객으로 끌어 들이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폰서십 초기 단계에 FIFA나 IOC, OCA, PGA 등 프로포티를 가진 단체들과 사전 협의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충분한 협의가 되지 못하면 프로그램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또 주최측이 가지는 니즈를 잘 반영해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내야 한다. 스포츠 단체들도 종목간의 경쟁 속에 좋은 스폰서를 통해 펀드를 유치하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관심사가 일치하면 얼마든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들이 스포츠를 통해 팬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골프대회 등 다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스포츠 행사 후원을 단순히 마케팅이나 판촉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보고 있다. 스포츠 프로퍼티를 일종의 공익활동으로 접근하고 그 이면에 마케팅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PR적인 고려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중요하다. 기업 이익을 앞세우기 전에 고객의 이익을 먼저 고려한다면 그런 접근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환경프로그램이나 어린이 관련 행사, 기증,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 등은 PR적 요소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BTL캠패인팀장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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