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소중함
‘인연’의 소중함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0.06.3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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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홍보인의 하루 하루는 언론인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897명.

필자가 30년 회사 생활 중 25년을 홍보 분야에 몸담으면서 적어도 점심 한 끼라도 해야 했던 언론인의 숫자다. 대리에서 시작한 홍보 업무, 이어 과장, 부장, 이사, 상무, 전무까지 거치면서 많은 언론인과 조우했지만 그중에서도 마음에 담아두었던 인연(因緣)들이다. 문득 영화 ‘별들의 고향’ 중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경아가 한 말이다. “내 몸을 스쳐간 많은 남자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숱한 사연 속에 즐거웠던 일, 고통스러웠던 일도 많았지만 세월을 뒤로하고 생각해 보면 그리움으로 넘친다. 불가(佛家)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그 인연은 100겁의 인연이요, 하룻길을 동행할 수 있는 인연은 200겁이라 했다. 또한 친구는 500겁이요, 부부 인연은 1000겁이라 했다.

1겁을 시간으로 계산하면 4억3200년이라 하니 897명의 인연을 적어도 친구 인연으로 계산한다면 정말 엄청나고도 소중한 인연들이다. 그런데 이 많은 인연들을 이어 간다는 것이 몸이 하나인 나로서는 여간 힘들었던 게 아니다. 그래서 서로 만나도 부담이 없고 편한 사람들끼리 그룹핑을 해서 저녁자리도 하고 운동도 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 연말에 가서는 만나지 못한 인연들에게 일일이 메일로 아쉬움을 전해야 했다.

자신의 이름 석 자 걸고 인간과 인간으로…

어떤 때에는 늘어만 가는 인연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홍보 업무에서 손을 털고 다른 부서로 옮길 생각도 했었다. 이런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해 그런지 필자는 언론인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일례로 부장에서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영향력 있는 모 신문사 경제부장이 기자를 시켜 나에 대한 승진 문제를 사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이사가 되었고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

필자가 후배나 부하들한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자들과의 관계는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걸고 인연을 맺어 가라고. 처음 만났을 때는 회사와 언론사가 중매를 섰지만 그 다음부터는 개인과 개인이라고…. 실제로 사무적인 관계만 유지하는 홍보맨은 낙제점을 주었다. 이왕 만났다면 인간과 인간으로서 인연을 맺어 평생을 끌어 가라고 했다. 그래야 대화가 된다고. 서로가 인간적인 연을 쌓아 가는 게 바로 홍보의 노하우라고….

언론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홍보맨들은 대부분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다. 가슴이 따듯한 사람, 훈훈한 인간미에 의리를 지키고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라 했다. 어느 날 기자가 출입처를 떠났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버리고 마는 홍보맨들도 많다.

과거 모 신문사 경제부장이 울분을 토하며 필자에게 한 말이 생각난다. “경제부장에서 논설위원실로 발령이 나니까 그 다음 날로 바로 점심, 저녁, 운동 약속까지 취소가 들어오는데, 정말 인간적인 배신감과 상실감에 빠져 심히 괴로웠다”고. 훗날 이 분이 편집국장이 되었는데, 그 당시 인간적인 실망을 안겨준 홍보맨들이 많은 곤욕을 치렀다.

길지 않은 우리네 인간사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홍보하는 사람들의 경우 ‘언론인은 돌고 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인들의 기본적인 속성은 한마디로 ‘순수’다. 어찌 보면 가슴이 뜨겁다.

지금 이 순간 불현듯 과거 출입처를 떠난 언론인이 떠오른다면 바로 전화를 해 안부를 묻고 소주 한잔을 청해 보시라. 그리움에 한걸음에 달려 올 것이다. 귀갓길에 달빛을 뒤로하는 자신의 그림자도 한번쯤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순간 느껴지는 그 무엇이 반드시 있기에….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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