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딩시대
블렌딩시대
  • 지영만 (admin@the-pr.co.kr)
  • 승인 2010.06.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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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만의 삶

‘김연아는 한국산인가?’ 어느 패션 잡지 기사의 헤드라인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김연아 선수가 한국 태생이라고 해서 정말로 100% 순수한 한국의 기술력만으로 오늘과 같은 영광을 이룰 수 있었을까? 물론 김연아 선수의 점프나 스핀이 훌륭했지만 기술들을 연결하는 안무, 곡 선택, 의상 등 종합예술 코드를 지원한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드림팀이 없었으면 가능했겠느냐는 얘기다. 히딩크와 월드컵 4강신화도 비슷한 사례이다.

휴먼 브랜드든 IT기기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려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다니엘 헤니, 석호필, 제시카 알바,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멋진 배우라는 공통점 외에도 블렌딩(Blending), 즉 2가지 이상의 인종 간 융합이 이루어진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스코필드’역을 맡아 한국에서는 석호필로 알려진 웬트워스 밀러의 경우 12가지 인종이 블렌딩 됐다고 한다.

‘융합’ ‘연결’은 창조의 원동력

서로 다른 인종이 만나듯, 서로 다른 상상력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금 소통의 세계에서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여러 분야가 만나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기술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서로 섞는다는 것, 그것은 단순 결합이 아니라 서로의 가치를 융합해 새롭게 창조되는 가치이다. IT와 패션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도 블렌딩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IT와 패션의 결합은 정반대 이미지를 연결하는 것이다. 소품종 소량 생산의 장인정신은 첨단기술과 원가절감을 통한 대량생산을 기본으로 하는 IT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아이팟이 단순한 MP3 플레이어가 아닌 라이프 트랜드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떠올랐고 삼성의 아르마니 폰, 뱅 앤 올슨 폰, LG의 프라다 폰과 같은 블렌딩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와롭스키가 필립스와 손잡고 개발한 USB 메모리는 USB만이 아닌 아름다운 액세서리 그 자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에서 출시했던 아이팟 케이스는 재미있게도 아이팟보다 훨씬 고가이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관점을 벗어나 나만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패션으로 변화한 것이다. 4G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 S 신제품이 같은 날 발표되며 스마트폰의 뜨거운 전쟁을 실감케 했다.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휴대폰 자체의 성능만으로 우위를 논하지 않는다.
하드웨어의 성능을 중심으로 그 것을 둘러싼 소프트웨어와 솔루션들의 집합체인 앱 스토어 같은 에코 시스템(Eco-System)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에코 시스템은 거대한 우주와 같아 몇몇의 노력이나 아이디어만으로 구축할 수가 없다. 많은 상상력들이 만나 기존 개개의 구성요소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창발적 현상들이 갑자기 출현하는 현상, 즉 계량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알파가 창조되는 체계이다.

삼성이 신경영 선언 17주년을 맞아 이건희 회장의 ‘말이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마불정제(馬不停蹄)’를 화두로 제시하고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수준을 뛰어넘어 디자인, 브랜드와 같은 소프트한 창의력과 솔루션, 컨텐츠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한다. 최근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3D 컨텐츠 관련 제작 협력식을 가진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기존의 하드웨어, 디자인 등의 강점에 삼성만의 소프트 경쟁력과 컨버전스 역량을 키워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줌으로써 지구촌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초일류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다짐이 블렌딩 시대를 앞서가는 초일류 대한민국의 기초가 되길 기대한다.

지영만

한국항공대 전자공학과 졸업/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 정책과정 수료/

순천향대 산학연 정책과정 수료/NYU(NewYork University) 마케팅과정 수료/

1979년 삼성전자 입사/1998년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이사)/

2001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상무)/2005년 제일모직 마케팅 및 홍보담당 상무/

2007년 제일모직 남성복 컴퍼니장(전무)/2009년 제일모직 경영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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