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가 서러울 때, 홍보가 자랑스러울 때
홍보가 서러울 때, 홍보가 자랑스러울 때
  • 최영택 (thepr@the-pr.co.kr)
  • 승인 2011.08.10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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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얼마 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국-중국 국제광고 심포지엄에 다녀온 뒤 들려온 안 좋은(?) 소식 하나. 오래 전부터 친하게 지내온 잘 나가던 C그룹의 부사장급 홍보실장이 보직 해임되어 홍보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줄곧 홍보로 커온 임원에게 홍보를 그만두라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물론 홍보를 맡았던 임원이라면 영업이나 다른 보직을 맡기더라도 성공적으로 잘 수행한, 잘 수행하고 있는 임원들이 많지만 말이다.

C그룹 측에서는 홍보실장 교체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언론이나 홍보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대한통운 인수전에 삼성SDS가 포스코컨소시엄을 통해 참여하자 C그룹은 홍보실장을 내세워 인터뷰를 하고 보도자료를 내는 등 거세게 항의함으로써 S그룹의 심기를 자극했고, C그룹은 당시 인수가 유력해지자 일종의 화해 제스처로 홍보실장이 오버 대응을 했다는 이유를 대고 그를 경질시켰다는 게 중론이다.

기자와의 인터뷰 중 오너를 거론함으로써 언론에서 집안싸움, 사촌간 전쟁으로 비화시킨 책임을 물었다는 얘기다. 홍보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다 알만한 일이다. 어떻게 월급쟁이 홍보실장이 최고경영층의 지시나 사전 교감 없이 사촌그룹의 오너를 입에 올릴 수 있으며 더구나 비난할 수 있는가를…. 이는 평소 언론과 유대관계가 깊었던 해당 홍보실장의 입장을 언론이 적극 대변해주자 생각보다 일이 확대되었고 C그룹은 S그룹 측에 더 이상 확산을 차단시키겠다는 의지로 홍보책임자를 희생양(Scapegoat)으로 삼은 것일 게다.

최근 C그룹은 다행히도 이 임원을 계열사 홍보팀장으로 재기용해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해 주었지만, 당사자는 불면증에 시달렸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아픈 상처로 남을 것이다.

M&A 홍보에선 오너를 거론하지 말라?

이러한 인수전이나 M&A 경우 홍보전략과 함께 홍보임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홍보전에서 승리했지만 인수전에서 져서 홍보가 빛을 바래는 경우도 있고, 인수전에서 승리하고서도 이렇게 자신의 실력이나 승패와 관계없이 ‘팽’ 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홍보는 실력이 아니라 운이다” 라는 얘기도 이런 경우에 나오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위기관리 상황에서 홍보의 역할, 대변인의 중요성을역설하며 CEO와의 충분한 교감, 일관된 목소리, 솔직한 입장 표명… 그리고 평소 언론과의 호의적인 관계를 가르쳤지만, 앞으론 여기에 덧붙여 비록 인수전의 상대편이라도 납품관계나 인척관계에 있다면 추후의 가변적 상황을 고려해 공격의 수위를 잘 조절해 대응해야 하며, 특히 오너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니 가급적 삼가라고 강조해야 할 것 같다.

홍보 최고봉까지 올라가고 홍보의 달인이 된 인물들 가운데는 전략적이고 정확한 판단력을 갖추고 유창한 언변의 홍보인들도 많았지만, 밖으로는 존재감도 드러내지 않고 항상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쟁점의 정곡을 피해가면서도 눈치 9단, 판단 10단으로 상황을 뚫고 나가는 나름대로 능력 있는(?) 홍보인들도 여럿 있었다.

홍보를 하다 그만두는 홍보인 가운데는 언론으로부터 일격을 당하기도 하고, 줄 섰던 라인이 물을 먹기도 하고, 회사가 합병되거나 청산되는 등 여러 경우가 있지만 의자에 등을 대고 있었다고, 다음 언론사로 이동하자고 졸랐다고, 물 오염시킨 주민들에게 사과광고 하자고 했다고 문책하는 등 부당하게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임원들에게 연말까지 정리할 시간을 주는 회사는 그나마 임원에 대한 배려와 오너의 관대함이 돋보이는 회사다. 이른 나이에 회사를 나오는 경우 다른 회사의 홍보부서로 옮길 수도 있고, 홍보대행사나 광고수주가 필요한 회사로 옮길 수도 있지만 오랜 경력을 활용하는 기회를 잡기는 매우 힘들다.

PR인 출신 모범 성공사례 많이 나왔으면…

영업이나 기술 분야는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으로 옮길 수도 있고 대리점을 운영할 수도 있지만 PR이나 광고부문의 경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PR 분야는 재직기간 중 많은 언론인들을 사귈 수 있고, 광고, 사보, 카탈로그, 영상물들을 제작해 볼 수도 있으며 창의적인 기획과 아이디어를 펼쳐보는 등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또한 갑의 입장과 을의 입장에 모두 서 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기기 경험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 고객, 젊은이들과 SNS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이제 PR도 전문분야이고 전문가로서 파워블로거도 될 수 있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홍보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 PR인들에게 재직기간 중 자신에게 알맞은 전문분야를 찾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언젠가 다가올 퇴직에 미리 미리 대비하기를 권고하고 싶다. 홍보 전문분야 지식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학 강단에 설 수도 있고 창업을 할 수도 있으며 소셜 마케팅, 소셜 커머스 분야에서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다.

PR이나 홍보를 전공하고 기업에서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까지 오른 홍보인들을 최고의 성공사례로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지만, 제조업이 아닌 IT나 뉴미디어, 인터넷, 모바일 등 최근 떠오르는 업종에서는 CFO 못지 않게 CCO의 기능이 중요하며 CEO의 역할도 가능하다고 본다. 2011년 세계 50대 혁신기업 10위 안에는 Twitter, facebook, groupon과 같이 생긴지 10년이 안된 SNS 관련 기업들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홍보인 출신으로 창업에 성공해 후배 홍보인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오너의 기사와 사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홍보를 전공한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지고 PR인들에게 자랑스러운 인물로 소개해주고 언론인들이 앞다퉈 인터뷰를 요청하는 그 날을, 그 꿈을 PR 후배들이 이뤄주길 간절히 염원하고 응원해 본다.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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