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 살 수 있는 길은?
종합편성채널이 살 수 있는 길은?
  • 최영택 (admin@the-pr.co.kr)
  • 승인 2011.07.06 2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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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올 연말엔 TV에서 볼 프로그램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종합편성 4개 채널의 개국과 함께 쏟아낼 프로그램들이 기대가 된다. 종편은 지상파는 아니지만 점유율이 80%를 넘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송출을 하고 4대 신문재벌이 사투를 벌이는 상황이므로 프로그램 수준이나 영향력이 지상파에 버금갈 것은 틀림없다. 시청자 입장에선 볼거리가 늘어난다고 좋아하겠지만 광고를 집행하는 기업, 특히 대기업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이들은 벌써부터 종편용 광고비를 별도로 책정한다면서 지역방송과 잡지 등 다른 매체들의 광고비를 축소하고 있다. 방통위에서는 채널을 늘리는 명분으로 기업광고비 확대를 거론했지만 아무리 간접광고, 중간광고를 허용한다 해도 광고시장이 하루아침에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앞선다.

결국 피자의 파이를 더욱 잘게 쪼개 나눠주는 수준에 그칠 것이고 방송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큰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갖은 압력과 협박을 동원할 것이 뻔하고 여기에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사람은 대기업 홍보, 광고, 마케팅담당 임원일 것이다. 기존 매체들의 광고, 협찬 압력 외에 종편 4개사와 보도전문채널 등 5개사의 광고, 협찬 압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된다. 지금까지 방송광고는 프로그램 시청률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역할에 의해 어느 정도 광고주 의견대로 집행돼 왔지만, 종편 초기 케이블방송의 한계로 저조할 것이 예상되는 시청률을 청탁과 압력으로 광고를 수주하려는 신문 대기업들의 기존 관행이 어우러져 한동안 방송광고계에 혼돈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점점 우려되는 구태와 기업의 고초

기업에서 홍보담당으로 근무할 때부터 지금까지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 중 하나가 국내 언론사, 특히 종합지, 경제지 등 신문사의 생존이다. 아무리 은행 빚이 많고 적자에 허덕여도 휘청거리기는 해도 결코 망하지는 않는다. 소유한 땅에 건물을 신축하고 신문사를 사원 소유로 바꾸기도 하고 국민을 주주로 모으기도 하고 종교재단에서 전폭 지원도 받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버티는 방법들도 기발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미국 신문사들이 여럿 쓰러지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 들려오는 데도 말이다.

종편이 출범하면서 한 두 곳만 생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 놓은 이도 있지만 필자 생각은 다르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지 않는 한 언론사 이미지와 신문, 잡지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업에 압력을 넣어 살아남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기업 광고담당자들은 지금부터라도 광고 포트폴리오를 잘 구상해야 한다. 시청률과 영향력, 효과를 고려한 황금배분율(?)은 무엇일까? 방송사의 광고담당자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배분 논리를 구상해 놓아야 한다. 광고효과보다는 압력에 의존해 온 신문사 광고담당들의 광고행태가 이어져 방송광고 생태계의 물을 흐려 놓는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종편은 말 그대로 뉴스보도를 비롯해 드라마, 교양, 오락,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지만 짧은 시간에 모든 장르를 준비하기 보다는 채널 별로 드라마, 뉴스 등에서 차별화를 꾀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연예처럼 시청률이 높은 곳에 집중할 것이며, 이에 따라 벌써부터 기존 지상파 출신 중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들을 만든 일부 예능, 드라마PD들이 종편행을 택하자 기존 방송사들이 비상이 걸렸으며 이들 PD 외에도 앵커, 연예인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심지어 기획, 영업부서 경력사원들에게도 손이 뻗치고 있다. 종편은 기존 경력사원 모집이 어렵자 방송경험이 없는 신문사 인원들을 방송사로 전배시키기도 하고 해외프로그램 수배와 국내 외주업체 섭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원모집에서부터 방송사간에 현격한 차이가 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한편 종편의 설립근거인 방송법이 통과될 때부터 대기업과 신문재벌이라는 거대자본의 언론시장 장악과 언론의 독과점 현상에 대한 우려가 반대파의 논리로 작용되기도 했지만, 방송사 설립과정에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종편사업에 투자를 강요당한 대기업들과 저축은행들까지 언론사 압력에 의한 ‘울며겨자먹기’ 투자인지, 언론에 대한 보험성 투자인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A대기업은 B언론사의 컨소시엄 참여 요청을 거부했다가 사설제목에 그룹명과 오너가 거론되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으며, C대기업은 D언론사로부터 데스크칼럼에 총수 비리와 스타일을 지적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E대기업은 자진해서인지 타의인지 500억원이라는 거액을 한 종편채널에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문제가 된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솔로몬, 제일, 현대스위스 등 PF부실로 홍역을 앓고 있는 저축은행들이 동아, 매경 종편과 연합뉴스 보도채널에 13억원에서 45억원까지 투자했으며, 반값등록금 문제로 고민중인 대학들 중 수원대, 고려대, 성신여대 등이 각각 50억, 20억, 1억원씩을 TV조선과 동아종편 채널A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말고도 금융기관과 중견기업, 심지어 중소기업마저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종편에 투자를 거절한 몇몇 대기업들은 언론사와의 앙금이 남아 부정적인 기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권위에 안주하고 권력에 기대다간…

종편 개국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개국 전까지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는데, 가장 민감한 이슈가 채널문제다. 홈쇼핑채널들이 몇 천억 원씩을 부담하며 차지하고 있는 지상파 앞뒤번호 채널들에 들어가려고 종편들이 방통위에 압력도 넣고 있다지만 이는 엄청난 매출을 바탕으로 배팅하는 홈쇼핑업체들과의 경쟁이며 SO들과 협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이에 대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현재의 홈쇼핑을 중심으로 채널을 배정하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종편의 채널 배정에 방통위가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는 야릇한 입장을 표명했다. 다음으로 종편의 광고영업과 관련, 최 위원장은 미디어랩에 포함시키지 않고 직접광고영업을 허용하겠다는 발언을 했으며, 광고주협회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또한 심의기준도 지상파에 비해 완화하겠다는 등 여러 면에서 종편에 특혜를 주는 듯한 인상에 기존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세상이 전개되면서 인쇄미디어가 퇴색하고 그 동안 전성기를 구가해왔던 신문재벌들은 인터넷 포털, 인터넷 방송, 케이블TV 진출, 인터넷 경제신문 등 크로스 미디어를 만들며 생존을 위한 변신을 거듭해왔다. MB정권의 레임덕 현상 전에 정권과 타협하며 만들어낸 종편은 자리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제 우리 한류가 동남아를 넘어 문화의 고장 유럽에 까지 진출하는 현실을 보며 우리 방송문화도 세계 속 한국방송으로 발전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출판, 방송, 엔터테인먼트, 광고를 포함한 전세계 미디어산업은 이제 무한경쟁체제로 접어 들었고 승자독식의 냉정한 현실 속에서 우리 언론사들도 미디어기업을 넘어 콘텐츠기업으로, 콘텐츠 경쟁력 기반의 크로스 미디어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살아나가야 한다. 미디어 기업간 경쟁을 넘어 이젠 삼성전자와 애플과 구글이 맞붙고 3D TV, 스마트TV로 진화하며 ‘수퍼스타K2’ 가 ‘위대한 탄생’ 으로, 다시 ‘나가수’ 로 변화해 가는 가수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쟁과 진화 속에서 새로 태어나는 종편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종편도 채널별 차별화된 장르 특성과 콘텐츠를 확보하고 지상파, 기존 케이블PP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장기적인 미디어 경영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미디어 소비자들인 디지털 노마드들이 원하는 시청기기와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며, 역사와 권위에 안주하고 권력에 기대어 잠시 한 눈을 파는 순간 미디어 생명도 끝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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