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짧고 명성은 길다
인기는 짧고 명성은 길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1.07.06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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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올해 초 1960~70년대 음악과 낭만 ‘세시봉’ 열기에 이어 요즘은 MBC ‘나가수’ 프로그램이 장안의 화제다. 여기에 출연한 가수들은 하루아침에 몸값이 치솟고 대박을 치고 있다.

세시봉 멤버들은 올해 말까지 공연 스케줄이 꽉 찼고 해외순회공연도 나선다. ‘나가수’ 는 6월 현재 방청권을 기다리는 대기자 수만 12만명이란다. 나가수 최대의 수혜자로 회자되고 있는 임재범도 초야에 아웃사이더로 묻혀 지내다 갑자기 슈퍼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는데 광고, 공연 등 모든 제의를 다 받아들인다면 100억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밖의 출연자들도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공연마다 표가 매진이다. 한마디로 인기 절정이다. 이럴 때 명성관리를 공부한 홍보인의 한사람으로서 그들에게 권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고. 인기나 돈에 연연하지 말고 인기를 만들어 준 팬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명성’을 만들어 보라고….

팬들이 박수쳐줄 때…

1960년대 매혹적인 외모와 ‘커피한잔’ 이라는 노래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여성듀오 ‘펄시스터즈’ 가 있었다. 언니인 배인순씨가 당시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과 결혼을 하면서 가요계를 떠났는데 20여년이 지난 후 이혼을 하게 되자 과거의 화려했던 인기를 잊지 못했는지 2004년에 컴백을 선언했다.

그 당시 극구 만류한 사람이 신중현씨였다. 신중현씨는 “팬들의 추억 속에 젊고 신선한 펄시스터즈의 모습을 왜 나이 들어 지우려고 하느냐” 며 “그 시절의 인기는 추억으로서 팬들이 간직하도록 해주는 게 팬들의 사랑에도 보답하는 길” 이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이를 뿌리치고 컴백했지만 결국 올드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그와는 반대로 세시봉 멤버라 할 수 있는 ‘아침이슬’ 의 가수 김민기씨는 올해 초 세시봉 열기를 타고 많은 출연 제의가 들어왔지만 이를 다 거절했다. “지금의 모습이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이 아니다” 는 이유에서 였다. 오로지 20년을 끌어온 자신의 무대 ‘학전’ 에서 세시봉 열기와 관계없이 ‘학전 탄생 20년’ 행사만을 조촐하게 치렀다.

200석 남짓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소위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다투어 표를 구하려 했지만 김민기씨는 학전을 많이 이용한 관객 순위로만 판매했다. 이 행사에서도 김민기씨는 노래는 부르지 않고 자신이 작사한 ‘봉우리’ 노래 가사만 낭독한채 조용히 구석진 자리를 지켰다. ‘나가수’ 임재범도 심신이 지치고 불쌍한 영혼을 회복시키고 오겠다며 잠시 한국을 떠났다. 팬들에게 큰 존재감으로만 남고 싶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존귀성’이요 ‘명성’인 것이다. 삼성전자 휴대폰이 명품이 되기까지 펼친 전략도 바로 이 ‘존귀성’이다. 초창기부터 노키아보다 고가전략을 구사했다. 비록 브랜드 파워는 떨어졌지만 일단 기능과 디자인 등 제품을 잘 만들어 놓고 VIP 마케팅을 통해 비싸게 팔았다. 가격을 내리면 많은 양을 구매하겠다는 바이어 제의도 있었지만 절대로 팔지 않았다. 고가로 제품을 사겠다고 했을 때에도 이번에는 물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요구한 사항을 다 들어 주지 않았다. 철저히 존귀성 전략을 펼쳤다. 이 전략이 주효해 세계적인 명품이 됐다.

명성은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다. 지키면 지킬수록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그러기에 과거가 현재가 아닌 이상, 명성은 명성으로 묻어두는 게 좋다. 만약 세시봉 멤버들이 방송 첫 출연 그것만으로 끝을 냈다면 어찌 됐을까? 아마도 그 존귀성은 더욱 빛이 나고 있었으리라….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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