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者)와 갖지 못한 자(者)
가진 자(者)와 갖지 못한 자(者)
  • 김주호 (webcorn@the-pr.co.kr)
  • 승인 2010.05.3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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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홍보에 활용하는 두 가지 시선

다시 월드컵의 6월이 다가왔다. 월드컵의 의미가 남다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경기 이상으로 한국사회에 다양한 현상을 만들어 냈고 마케팅이나 홍보 관점에서도 다양한 시각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국내기업의 월드컵을 통한 홍보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월드컵을 포함한 스포츠를 활용함에 있어 두 가지 홍보적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즉 ‘스포츠 프로퍼티(sports property)’에 대한 권리를 가질 것이냐 아니냐 하는 시각이다. 스포츠 프로퍼티라 하면 스포츠 단체나 경기, 개인 등이 갖는 스폰서 가치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예를 들어 남아공 월드컵 스폰서로 참여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심플한 선택이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진 자’‘못 가진 자’월드컵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주호제일기획 마스터(BTL 캠페인 팀장·프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수많은 기업이 올림픽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지만 스폰서가 아닌 나이키가 전체 기업 중에서 코카콜라에 이어 두 번째로 스폰서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키는 당시 비싼 후원금을 내는 대신 애틀랜타 올림픽 파크 바로 밖에 부지를 임대해 대형 나이키 타운 형태의 테마 파크를 운영했다. 또 당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 올림픽 스폰서인 리복이 후원한 선수가 61명인 반면, 비스폰서인 나이키가 후원한 선수는 64명이었다. 나이키는 유명 선수 후원이라는 다른 수단을 선택해 더 효과를 본 것이다.

보통 어떤 대회의 스폰서가 되면 공식 휘장 사용권, 광고 우선권, 티켓 우선 구매권, 경기장 출입권, 이벤트 개최권 등이 주어진다. 권리를 구매하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팬(소비자)의 시선이 집중된 대회의 인기를 활용할 수 있고, 공식적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매복 마케팅’ 가세…뜨거운 홍보 경연장

그러나 스폰서가 아닌 기업 입장에서 홍보를 활용하려면 후원사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의 비공식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른바 매복(埋伏, ambush) 마케팅이다. 아이디어가 좋거나 일정 예산이 투여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스폰서 비용에 대한 투자가 없어 효과적으로 홍보를 하면 효과가 배가될 수도 있다.

가진 자의 대표적인 경우는 코카콜라와 아디다스다. 코카콜라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모두 다 스폰서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올림픽 현장에는 핀 트레이딩 센터(Pin Trading Center), 월드컵에는 777응원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쳐왔다. 아디다스는 오랫동안 월드컵 공식 공인구를 제공하면서 월드컵을 활용한 홍보 캠페인에 열심이다. 아디다스는 이번 월드컵에 축구공 ‘자블리니’를 선보였다. 국내기업으로 보면 삼성이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을 시작으로 올림픽 후원사로서 휴대폰 분야의 전세계 홍보 권리를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자동차 분야의 월드와이드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가진 자 못지 않게 갖지 못한 자들의 활약도 대단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SK텔레콤을 들 수 있다. 월드컵 스폰서가 아니면서 시청 앞 월드컵 응원을 주도해 강력한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남겼다. 물론 붉은 악마와 손을 잡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권리를 산 셈이지만 월드컵이란 큰 권리를 사지 않고도 대대적인 기업 이미지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진 자는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월드컵 스폰서인 경우이고 또 하나는 한국 국가대표팀 후원사이다. 월드컵 스폰서는 당연히 공식 로고나 휘장, 마스코트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국내기업으로 참여한 경우는 앞서 언급한 현대자동차가 유일하다. 비자카드, 코카콜라, 소니 등이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FIFA와 공식 상품 판매권리 계약을 맺고 다양한 월드컵 공식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FIFA 공식매장(Official Event Store)인 홈플러스는 축구 국가대표 서포터스인‘붉은악마’와 손잡고 ‘2010 남아공 월드컵 붉은악마 공식 응원 티셔츠’를 독점 공급한다. 이 티셔츠에는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 공식 슬로건인 ‘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승리의 함성, 하나된 한국)’가 쓰여 있다. 이 슬로건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FIFA 인증까지 받았다. 특히 홈플러스는 김연아까지 활용해 붉은악마 티셔츠를 매개로 소비자에 접근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후원사들 움직임도 활발

그러나 국내에서는 국가대표팀 후원사들의 활동이 더 활발하다. 이들은 ‘남아공 월드컵’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한국대표팀 선수들을 활용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을 활용해 3D TV 홍보에 나서고 있고, KT는 전직 국가대표선수들로 구성된 황선홍 밴드를 구성해 ‘더 샤우트 오브 레즈(The Shouts of Reds)’라는 응원가를 만들어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도 월드컵조직위 입장에서 보면 매복 마케팅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예 권리를 갖지 않은 채 월드컵을 활용하는 기업이 현실적으로 더 많다. 기업들은 대개 전·현직 축구선수를 광고모델이나 홍보대사로 활용하거나 전·현직 축구대표팀 감독의 활용, 축구공이나 축구경기 장면의 활용, 경기가 개최되는 국가, 즉 남아공의 이미지나 국가명 활용, 응원가 삽입, 붉은 악마 등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매복 마케팅에 나선다. 이번에도 역시 SK텔레콤이 가장 적극적인데, ‘울려라 다시 한 번’이란 응원가와 함께 가수 싸이와 김장훈을 내세우고 있다. 또 GS가 박지성과 축구 이미지만으로 월드컵 홍보에 나섰고, 위스키 윈저 역시 박지성 등 프리미어 리거들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일 월드컵 당시 월드컵을 직간접적으로 활용한 기업이 50여 개가 넘어섰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남아공 월드컵 역시 뜨거운 홍보 경연장이 될 것이다. 더구나 방송 권리를 독점한 SBS가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월드컵 붐 조성에 나서고 있으며, 정부 역시 월드컵이 대한민국의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월드컵의 프로퍼티를 가진 자와 갖지 못한자는 활동 공간과 접근방법은 다르지만 팬과 공감을 이루고 스포츠를 통해 피어오른 감성을 기업 이미지와 연결시키려는 뜻은 같다고 생각된다. 어떤 홍보적 시선을 갖든 이번 남아공 월드컵 홍보 전쟁은 역대 어느 월드컵 이상으로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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