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맞는 언론인과의 관계
전환기 맞는 언론인과의 관계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0.05.19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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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며칠 전 한 언론인과 둘이서 저녁 늦게까지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요즘 돌아가는 미디어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형님, 그래도 옛날 형님이 홍보책임자로 있을 때가 기자로서의 활동이 좋았습니다. 요즘엔 도통 재미가 없어요. 예전같은 홍보맨들의 인간적인 면모도 많이 없어졌구요. 게다가 미디어 환경도 확 바뀌고 어렵다 보니 흥이 나질 않아요. 미래도 안 보이고요.”

자조 섞인 그 언론인 한마디에 괜스레 마음이 뭉클해졌다.

사실 최근 1~2년 새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다. 특히 올들어 스마트폰 등장으로 1인 1매체까지 등장하다 보니 예전처럼 기자로서의 파워나 긍지가 많이 약화된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일선에서 홍보할 때만 해도 기자는 갑이요, 홍보는 을의 관계로 기자로서의 위상은 대단했다. 홍보맨 입장에서는 대 언론인 관계가 무엇보다 소중했고 그 관계를 잘 유지해야 홍보의 힘도 발휘하면서 보람도 느꼈다. 기자들과 매일같이 서로의 입장에서 얼굴을 붉혀가며 기사가 틀리다 맞다 설전까지 벌이곤 했으니…. 그러다가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갈라서기도 수없이 많이 했다. 하지만 결국엔 바늘과 실의 관계는 끊어 질 수 없어 술 한잔에 미운정 고운정 토해내며 화를 풀고 인간적인 정을 쌓아 갔다.

그런 인간적인 정은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50을 훌쩍 넘어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들어서 보니 지금은 가장 소중한 벗으로 남아 있다. 홍보 일선에선 떠났지만 그래도 가장 코드가 맞는 사람이 언론인인지라 누구보다 그들과 술자리 할 때가 많고 또 그 자리가 제일 즐겁다.

환경이 바뀌어도 기자는 기자…

추억을 안주 삼아 한잔 두잔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겨버리기 일쑤다.

혀 꼬부러진 소리로 “형님, 우리 마지막으로 옛날처럼 폭탄주 한 잔 말아 마무리 할까요?” “그럼 좋지~”하며 서로 폭탄주에 러브샷으로 마무리를 하지만 그래도 끝내 헤어지는 게 아쉽기만 하다. 게다가 과거에 신세 많이 졌으니 갚아야 된다며 계산까지 하려 한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기자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사실 기자들 입장에서 보면 40까지가 황금기인 것 같다. 소수 매체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언론인 경우 50이나 60을 바라보는 기자들은 은퇴 이후 생활이 막막하기만 하다. 기자생활 하면서 제대로 마련한 게 겨우 집 한 채 정도다. 게다가 건강은 건강대로 그렇고, 오직 가진 것이라곤 달랑 자존심 하나 뿐인데, 그마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구겨져 가고 잠식당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자존심과 패기 하나로 버텨왔던 이들이었는데 변해버린 사회·경제적 환경이 그들을 슬프게 한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다. 1996년 백두사업으로 당시 이양호 국방부장관과 염문설로 장안에 화제가 됐던 미모의 로비스트, 린다 김도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성공 비결은 바로 정이라고 했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정에 약하다. 특히 언론인은 필자 경험으론 더 약한 것 같다.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그만큼 평상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베풂에 그리 인색하지도 타산적이지도 않고 순수한 듯 하다. 이런 소중한 친구들을 비록 환경과 처지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냥 일로서만 관계를 맺는다면 홍보하는 사람으로서도 적지않은 손실이란 생각이다.

아무리 환경이 바뀌어도 기자는 기자다. 홍보인으로서 이럴 때 일수록 더 인간적인 정을 나누고 더 가까이 한다면 그들은 누구보다 다정한 벗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어렵고 힘들고 외롭고 쓸쓸할 때 진정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김광태

(주)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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