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마케팅
스토리텔링 마케팅
  • 최영택 (admin@the-pr.co.kr)
  • 승인 2011.04.1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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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초콜릿 하면 스위스 초콜릿을 연상하지만 고급 초콜릿은 벨기에산이 더 유명하고, 그 중에서도 세계적인 고가 초콜릿 브랜드로 벨기에의 고디바(고다이바)를 꼽는다. 이 브랜드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진다.

 

전쟁과 폭정으로 신음하던 11세기 중엽, 영국 코번트리의 영주 레오프릭의 가혹한 세금으로 농민들이 몰락해갈 때 이를 보다 못한 영주의 두번째 부인 17세의 고디바(Godiva)는 농민을 위해 세금을 감축해 달라고 간청을 했다. 이를 무시하던 영주는 고디바의 애원이 계속되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돈다면 고려해 보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고디바는 고민 끝에 실천에 나섰고 주민들은 영주 부인에게 존경심과 고마움의 표시로 모든 집의 창문을 커튼으로 가렸으며 결국 고디바의 나체 시위로 농민들은 세금을 경감 받았다.

이 전설을 바탕으로 고디바 브랜드가 탄생했으며 스토리텔링의 효과 덕택인지 고디바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옛날 옛날에 금슬이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았는데…. 산에서 호랑이가 내려와서…. 우는 아기가 곶감을 주니 울음을 뚝…. 호랑이는 곶감이 무서워 그만 산으로 올라 갔데. 스토리텔링의 효시는 이런 옛날이야기, 이솝 우화에서 비롯된다. 고전설화인 심청전, 춘향전, 홍길동전 등은 구전동화로, 만화로, 드라마로 제작되며 이야기의 원조로 자리잡고 있고 삼국지, 서유기 같은 중국의 이야기도 계속 새로운 버전이 나오며 현대에 이어지고 있다.

이야기가 돈이 되는 시대

이야기가 돈이 되는 시대, 바야흐로 이야기 전쟁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같은 상품이라도 이야기가 담긴 화장품, 음식, 음료수가 잘 팔리는 게 요즘 현실이다. 누가 더 많은 이야기를 확보하고 이를 재가공해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탄생시키느냐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의 부(富)가 이야기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류 바람의 대명사가 된 대장금과 겨울연가 등도 이야기의 산물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들의 헐리우드, 디즈니 이야기에 공략만 당하다가 비로소 동남아시장을 겨냥해 이야기가 중심인 드라마를 수출해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연수하던 시절, 광고크리에이티브 시간에 교수가 봄을 주제로 글을 쓰라고 했다. 미국 학생들은 저마다 살아온 배경을 바탕으로 각기 특색있는 글들을 써냈는데, 한국 학생들은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봄, 새순이 돋아나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 나는 등 비슷한 글을 써서 학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창의적이지 못한 암기 위주의 교육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요즘은 우리나라 교육도 외국의 영향 탓인지 많이 달라지고 창의력을 높이는 전문교육도 생겨 이야기를 창출하는 능력들도 높아진 것 같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덕도 있고 높아진 한국의 드라마 제작능력 탓도 있으리라 본다. 이제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각색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21세기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 대열에서 탈락하는 나라들은 후진국으로 낙오되고 마는 것이다.

해리포터시리즈 매출이 국내 반도체수출 보다 많아

역설적인 말이지만 역사가 짧아 이야깃 거리가 적은 미국이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할리우드와 디즈니 등에서 만들어 내는 영화와 미국 드라마가 전세계 극장과 TV를 장악하고 있다. 해리포터시리즈를 만들어 낸 영국의 조앤 롤링의 연수입이 빌 게이츠보다도 많고, 해리포터 시리즈 총 매출액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보다 많다는 신문기사를 보며 이야기 산업이 만들어내는 부(富)가 얼마나 대단하며, 한 개인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위대함을 존경한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도 동남아뿐만 아니라 이란 등에서도 대장금 드라마의 인기가 90%까지 올라갈 정도로 높으며, 미국 할리우드에도 수출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야기를 잘 하는 리더는 그 기업 PR의 반 이상을 담당한다.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소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방북하는 이벤트를 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속 현대’라는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했고, 사후에도 아들 회사의 광고에 등장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금융회사를 찾아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일화를 아직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하나씩은 갖고 있는데, 그들은 이야기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객을 설득시키려 하는 반면 ‘설득메시지의 이야기화’ 에는 인색한 것이 특징이다. 잘 각색된 기업의 이야기는 그 기업의 가치를 알리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주며, 갈등을 해소해 주거나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천안명물 호두과자가 유명하게 된 것은 해방 이후만 해도 기차의 연착이 잦아 천안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교통문화와 함께 성장한 간식거리라는 것이다. 이제 호두과자는 유사품이 양산되어 전국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고 천안지역 휴게소에서 파는 호두과자도 별다를 게 없다. 원조가 되고 차별화되려면 호두함유량을 늘리는 등 제품 차별화도 중요하지만 호두과자를 먹거리로만 보지 말고 콘텐츠를 갖는 이야깃거리로 보고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전개하고 디자인차별화 등을 통한 브랜드화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요즘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각 지역의 특산물 홍보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버스, 지하철 광고, 온라인을 통한 홍보, 오피니언 리더 초청 등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여기에 그 지역의 전설과 고장의 특색을 잘 살린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곁들여지면 더욱 효과가 클 것이다. 즉 그 상품에 담겨있는 의미나 역사, 개인 인물 등의 이야기를 곁들임으로써 해당 제품에 대한 감성적인 몰입 또는 흥미를 유도해내는 감성적인 마케팅기법인 것이다.

이야기 곁들여 제품에 몰입 유도하는 감성마케팅

2000원짜리 다방 커피를 먹던 사람들이 5000원짜리 브랜드커피를 찾게 된 데에는 맛과 분위기 외에도 브랜드와 문화코드, 그리고 그 안에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소개한 고디바 초콜릿, 이태리의 정통 젤라토인 빨라쪼, 키엘 화장품 등과 같은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찾지 않고 국내에서 울릉도 호박엿, 천안 호두과자, 경주 황남빵 등에 스토리가 듬뿍 담겨 세계적인 제품이 되고, 대장금에서 소개된 요리, 겨울연가의 목도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 스토리텔링의 성공사례로 학생들에게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한국의 김치, 비빔밥, 불고기 등에도 스토리를 넣어 세계인들의 밥상에 올려지길 바란다.

기업에서 PR이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PR인, 마케터들도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성공사례들을 분석하고 연구해 자사의 제품과 브랜드에 이야기를 실어 보자. 이제 원료와 기술습득이 용이해지며 제품의 질도 평준화되고, 정보와 지식도 컴퓨터를 통해 보편화되면서 자동화, 표준화할 수 없는 부분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즉 감성과 상상력, 창의력, 스토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스토리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승리할 것이다. PR인들이여! 스토리경제시대, 모바일 홍보시대에서 항상 튀는 아이디어 투구와 차별화된 갑옷으로 무장한 이야기 전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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