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소통이 가짜뉴스 키운다
끼리끼리 소통이 가짜뉴스 키운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3.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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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본격화되며 각종 설 난무…“팩트체킹 협업 절실”

[더피알=서영길 기자] 대선 모드에 본격 돌입하면서 정체불명의 가짜뉴스(fake news)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두고 ‘헌재에서 돈 받고 꾸민 음모’라는 허위 주장이 나오는가하면, 유력 대권주자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거대 정치 이슈라는 먹잇감을 두고 가짜뉴스가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을 파고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 현상은 비단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허위사실 유포나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익을 취한 경우는 인류 역사가 출발하면서부터 있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지금의 가짜뉴스는 특정 커뮤니티나 유사 언론 사이트를 숙주 삼아 생산되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전형적 메커니즘을 따른다. 대체로 같은 생각을 가진 정치적·사회적 집단 내에서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즉 끼리끼리 모여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뉴스만 적극적으로 유포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대선을 50여일 남긴 지금 시점에서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얼마 전까지 대통령 탄핵을 두고 서로 극명하게 갈라져 있던 우리나라 상황이 가짜뉴스가 대중에게 가장 잘 파고들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특히 탄핵을 반대하던 집단에 가짜뉴스가 더욱 효과를 발하며 그들의 결속력을 강화해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도 “가짜뉴스로 인해 지금 우리 사회가 자기중심적 네트워크로 변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이들은 상호작용을 하면 할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소통하며,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 계층으로 발전해 서로 멀어지게 된다”고 우려하며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신뢰를 낮추고 여론질서 훼손, 제도권에 대한 신뢰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소셜미디어 안에서 돌고 도는 가짜뉴스를 방치하면 자기들만의 생각이 더욱 강화되는 에코 체임버(Eco-Chamber)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기존 언론보도나 정부기관의 공식 발표보다 자신이 믿는 사람에게 전달 받은 소위 ‘카더라 통신’을 더 신뢰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집단 극화 현상은 올바른 정보 유통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번질 소지가 충분하다.

“결국 언론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 페이스북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 통로가 됐다는 비판에 따라 가짜뉴스 옵션을 추가했다.

가짜뉴스로 지난 대선에서 사회적 몸살을 앓았던 미국은 페이스북과 구글 등의 플랫폼에 주목했다. 가짜뉴스의 주된 유통 창구로 이들 기업이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 1월 가짜뉴스 대응을 위한 ‘저널리즘 프로젝트’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뉴스제품의 협력 개발, 언론인을 위한 트레이닝 등 뉴스 생태계 전반에 걸쳐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에 앞서 지난해 12월엔 권위 있는 미디어 연구소 포인터 인스티튜트(Poynter Institute)에 팩트체킹을 의뢰해 가짜뉴스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구글도 정확한 뉴스 검색을 위한 알고리즘 개선과 함께 광고 플랫폼에 가짜뉴스 사이트가 노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선거를 앞둔 국가들도 가짜뉴스에 대한 본격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4월 대선이 예정된 프랑스는 최근 구글과 함께 크로스체크 프로젝트로 르몽드 등 전통 언론사 37곳과 제휴해 대대적인 팩트체킹에 나섰고, 독일도 오는 9월 연방의회 선거를 맞아 페이스북과 코렉티브(Correctiv)사가 협력해 가짜뉴스에 맞설 계획이다. 특히 독일은 정부가 나서 가짜뉴스나 증오발언을 삭제하지 않는 SNS 서비스 업체에 최대 5000만유로(약 611억원)의 벌금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가짜뉴스 이슈에 국가가 직접 나서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의 모니터링 강화 및 명확한 기준과 처벌에 대한 법령의 조속한 정비 등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하라”고 관련 부처에 주문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유포한 이들을 단속하고 있고, 경찰도 전담반을 만들어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 부처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단속 실적은 거의 없는 상태다. 뉴스 형태로 인터넷에 유통된 게시물만 살피다 보니 빚어진 일이다.

실질적으로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돌고 있는 SNS나 모바일 메신저는 개인 간 주고받는 메시지라 단속이 어렵다. 관련 업계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 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일선 공무원에게 단속을 바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실질적인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이 아니고서야 처벌 규정도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애먼 표현의 자유만 침해하고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진실에 거짓을 적절하게 섞어 더욱 교묘해지는 가짜뉴스를 누가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느냐는 점도 숙제다.

▲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이 ‘jtbc 태블릿pc 입수 경위 즉각 수사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결국 일반론적 얘기지만 언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박아란 연구위원은 “가짜뉴스는 법하나, 기관하나 만들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결국 원론으로 돌아가야 한다. 뉴스 생산자는 팩트체킹으로, 매개자는 가짜뉴스를 필터링 할 수 있는 기술적 노력을, 이용자는 미디어 리터러시(뉴스를 읽는 능력)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필모 한국방송 방송연구소 연구위원도 “인터넷상에서만 가짜뉴스가 양산되는 것이 아니다. 제도권 언론에서도 특정 의도를 가지고 사실에 근거한 교묘한 짜깁기로 진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종편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을 들며 “종편의 이런 보도는 소셜미디어로 여과 없이 퍼날라지며 확대 재생산돼 언론의 신뢰를 추락시킨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언론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가 25개국 가운데 22위를 차지할 정도로 낮았다.

대선 앞두고 팩트체킹 강화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해지며 국내 언론사들도 저마다 ‘팩트체킹’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선 정국을 맞아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다. 한 언론사에서 할 수 있는 팩트체킹 분량이 있고, 자사 언론 보도에 대한 팩트체킹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최근 서울대 윤석민 교수가 네이버와 손잡고 ‘서울대 팩트체킹 시스템(가칭)’을 선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시스템은 국내 주요 언론사들의 팩트체킹 결과물을 모아 보여준다. 미국의 폴리티팩트와 유사하게 △거짓 △대체로 거짓 △거짓 반 사실 반 △대체로 사실 △사실 △판단 유보 등 6가지 척도로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식이다. ▷관련기사: 가짜뉴스 시대, 미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내에 서버를 두고, 네이버 뉴스 홈 한 측면에 서브메뉴를 띄워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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