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깬 대학 미디어, 기성 언론과 어깨 나란히
틀 깬 대학 미디어, 기성 언론과 어깨 나란히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2.24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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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태철 경성대 시빅뉴스 대표 겸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더피알=이윤주 기자] 인터넷을 기반으로 수많은 매체가 생겨나면서 ‘포털 입점’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도 네이버·다음 등 포털뉴스 검색제휴에 성공한 매체는 신청 언론사의 6.71%인 46개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런 상황에서 학교 언론사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 심사를 통과해 눈길을 끈다. 경성대 신문방송학과에서 운영하는 ‘시빅뉴스’(civicnews.com)가 그 주인공.

‘작은 것도 크게 보는 시민언론’을 모토로 내건 시빅뉴스는 대학이란 틀을 벗어나 기성 언론과 취재경쟁을 펼친다. 당초엔 신방과 학생들의 지도를 위한 학내 뉴스사이트의 성격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터넷 언론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현재 신문방송 전공 및 언론계 출신 교수들이 정규 기자와 학생 인턴 기자를 지도,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기사 취재 및 작성과 영상물 제작 등의 교육을 받고 시빅뉴스에서 인턴과정을 거치게 된다.

“포털 검색제휴를 계기로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뉴스 콘텐츠 발굴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는 정태철 시빅뉴스 대표(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에게 기성 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비결을 물었다. 

▲ 정태철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겸 시빅뉴스 대표. 시빅뉴스 제공

대학교에서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시작하게 되셨나요? 

의과대학은 부속병원이 있어서 교수와 학생이 실제 환자를 진료하고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의사를 양성합니다. 사범대도 부속 중·고등학교가 있고요. 그런 개념으로 보면 됩니다. 신방과는 부설 언론사가 있어야하는 게 사실 당연한 거 아닌가요. 전국 150개 신문방송 유관 학과 중 부설 언론사를 가진 곳은 저희가 유일합니다.

포털 입점 소식도 그렇고 기성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타 언론사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시빅뉴스는 학교기업입니다. 신문방송학과에서 인터넷 신문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차별점이죠. 학교는 법적으로 수익사업을 할 수 있지만 기업활동과 교육과정이 연계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그래서 시빅뉴스는 기자들이 학생들을 훈련시키면서 통상적인 언론사로서의 서비스도 하고 있습니다.

시빅뉴스에는 경성대 재학생들만 있나요.

지금은 그렇습니다. 1,2학년 땐 3학점짜리 기사작성, 영상제작 등 과목을 배웁니다. 이 중 잘하는 학생을 3학년 때 상근인턴으로 뽑습니다. 한 학기에 15학점을 받고 종일 근무를 하는 거죠. 현재 5명이 최저시급에 해당하는 수당을 받으며 일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생은 한 학기 동안 100개 정도의 기사를 소화하기도 합니다. 사회에 나가자마자 어느 신문사로 가도 될 정도의 실력입니다. 완벽한 기자는 아니더라도 잘 교육된 기자를 배출하려고 해요. 현재 근무하는 정 기자는 졸업생들입니다.

▲ 경성대학교 내에 있는 시빅뉴스 사무실 전경. 시빅뉴스 제공

다른 학교 출신은 입사할 수 없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만약 결원이 생겨 공채를 하게 된다면 다른 학교의 우수한 사람도 뽑을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진 빈자리가 없네요. (웃음)

학교 내 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제한되는 점도 있을 듯합니다. 

비윤리적인 내용이나 정치적으로 편협한 기사들을 쓰긴 어렵습니다.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도)기본적으로도 안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시빅뉴스는 이상적인 기자를 길러내는 게 목적입니다.

시빅뉴스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역시 교육에 있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기자교육이란 게 진짜 언론사에서 활동하면서 배워야 훈련이지, 그냥 교실에서 두어 번 기사 작성한다고 흉내낼 수 있는 건 아니지요.

학생들이 취재하고 싶은 아이템은 대부분 하도록 합니다. 교수들은 결과물을 봐주면서 보완취재를 조언하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기사가 송출되기 때문에 기사의 질이 우수한 편이죠.

실제 근무하는 편집국장, 논설주간 등의 이력을 보니 언론계에서 몸담았던 분들이 많던데요? 

언론사에서 은퇴하신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논설위원, 편집국장을 했던 분이 교수로 온 겁니다. 쉽게 말해서 겸직인 셈이죠. 의대 교수가 강의와 진료를 병행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학교기업이지만 회사 운영과 직원 월급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잖아요. 유지를 위한 수익구조가 궁금합니다.

2015년 교육부에서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매년 2억원씩 받고 있어요. 지원금으로 월급을 주니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어요. 하지만 교육비 지원이 3년 뒤에 끊기니 그 전에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겠죠.

그래서 네이버와 카카오(다음) 검색제휴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번 기회로 인해 시빅뉴스 독자수가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만 광고도 유치할 수 있으니까요.

▲ 시빅뉴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좋은 선례를 만드셨으니 다른 학교에서도 시빅뉴스와 같은 언론사를 계획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1월 서울대 교수진들이 비슷한 것을 만들고 싶다고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아요. 우선 비·상근인턴을 하기 위해서는 기사 관련 영상제작, 포토샵, 일러스트 등 10여개의 과목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기존 과목을 없애야하죠.

저희는 1,2학년이 관련 수업을 듣고 상근인턴을 거쳐 졸업하고 인터넷신문을 꾸려가는 이런 과정을 만드는 데 무려 20년이나 걸렸습니다. 실습 교수, 실습 교육과정, 실습 언론사 3가지가 필요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대학교 교수 겸 신문사 대표로서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학생들이 취업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진출했을 때 경성대 신방과 졸업했으면 물어볼 것 없이 인정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빅뉴스가 꾸준히 활동하고 성장해 나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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