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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르네상스호텔을 보며 20세기 PR을 추억하다[기고] 박찬희 PR클리닉 대표
승인 2017.02.14  16:22:07
박찬희 PR클리닉 대표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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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박찬희] 강남 테헤란로 한복판의 르네상스호텔이 얼마 전 다른 이름으로 바뀌더니, 매각되어 조만간 건물도 헐리고 새 건물이 들어설 것이라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개관됐던 객실 500개의 이 초특급 호텔은 문자 그대로 강남의 랜드마크였다.

   
▲ 강남의 랜드마크로 불린 르네상스호텔(현 벨레상스서울호텔) 외관.

필자는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이 호텔의 홍보 책임자로 근무했다. 당연히 근처를 지날 때 마다 20세기 PR의 랜드마크처럼 반가웠다. 로비로 향하는 직원 출입구에는 빠짐없이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당신의 무대입니다. 기억하세요. 첫인상의 기회는 두 번 오지 않습니다(StageDoor: From here is your stage door. Remember. You never get a second chance to make the first impression)”

당시 라마다 체인에서 부임했던 외국인 총지배인은 호텔은 객실을 파는 곳이 아니고, 추억을 파는 곳이라는 점을 늘 강조했다. 그 순간부터 그 말은 PR의 키워드가 되었고, 그만큼 PR의 지평 또한 넓어졌다.

90년대 만해도 연말이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로 인해 객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홍보실에서 낸 아이디어가 ‘화이트 크리스마스’ 패키지였다.

크리스마스 전날 테헤란로에 눈이 내리면 고객에게 파격가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것이고, 눈이 내리지 않을 경우 객실 요금의 일부는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했다. 눈이 와도 안 와도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 외국인만이 아닌 우리나라 투숙객들에게도 추억의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였다.

   
▲ 특급호텔 윈터패키지 상품을 소개한 1988년 12월 3일자 매일경제 기사.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그런가하면 당시 금지됐던 특1급 호텔 결혼식에 대한 여론의 환기를 위해 딱한 이웃의 사연을 받아 채택된 사람들에게 무료 결혼식을 올려주기도 했다. 행사가 없는 주말을 이용해 주방장들의 재능기부를 이끌어냈고 주례는 외국인 총지배인이 맡았다.

미국에서 갓 부임한 당시 총지배인 마이클 로 씨는 이외에도 홍보실의 추억 만들기 전략에 기쁘게 동참해 주었다. 직원들과 함께 젓가락을 사용해 김치를 먹는 소탈한 국제 신사의 모습은 주요 언론에 재미있게 다뤄졌다.

또 홍보 부족으로 고전하던 국산차 ‘인동초’는 DJ로 알렸다. 이름에 이니셜 DJ가 들어있는 고객들에게 무료로 인동초차를 제공한다는 소식은 정치 성향을 떠나 많은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추운 겨울에 자란다는 인동초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별명이었다.

또한 200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경쟁이 치열했을 때 각국의 객실 투숙객들에게 일주일간 설문을 실시한 적도 있다. 설문 비치와 수거는 하우스키핑 직원들이 빈틈없이 해줬다. 2000명 정도 참여한 설문 결과는 개최도시 발표 하루 전 주요 언론에 기사로 다뤄졌다. 시의성 있는 기사가 됐을 뿐 아니라, 단골 고객과 직원들 간의 대화 주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이라이트는 ‘르네상스 사거리’였다. 본사 브랜드 정책으로 인해 라마다라는 호텔명을 르네상스로 바꾸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인식이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르네상스호텔 사거리이다. 거리명으로 인한 혼선에 대해 고객, 직원, 지역주민, 택시기사 등과 공감대를 만들어낸 결과였다. 공식 명칭이 르네상스호텔 사거리로 바뀌고 모든 언론에서 이를 수시로 불러주자, 이는 PR의 요술 방망이가 되었다.

흔히 20세기식 PR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언론 상황의 변화, 정보 기술의 발전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쉽게 확산되고, 금세 잊히는 휘발성 메시지를 양산하는 것만이 과연 발전된 PR의 모습일까? 오히려 다양한 공중(Public)과의 장기적 관계구축(Relations)을 통해 신뢰 자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해진 건 아닐까? 그리고 사람 중심의 스토리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20세기를 넘어 21세기 PR인들의 과제일 것이다.

굿바이 르네상스~ 한때 PR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었던 아름다웠던 호텔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박찬희


박찬희 PR클리닉 대표/ 메리메이드 코리아 PR 자문역
前 하얏트, 르네상스, 월마트, 스타벅스, 한국 수력원자력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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