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00색 시대, 브랜드가 가는 길
1인 100색 시대, 브랜드가 가는 길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02.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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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출수록 탈나는 세상…단순화 혹은 명료화

정석으로 여겨지던 규칙이나 마케팅, 숫자가 통하지 않고 있다. 이변이 속출하고 여론조사 결과는 쉽게 뒤집힌다. 소비자는 마케터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심지어 기업을 갖고 논다. 미묘한 기류 변화를 짚고 공통점을 뽑아내 불확실성이 커진 오늘을 분석했다.

①기존 규칙이 깨지고 있다
②1인 100색 시대 브랜드가 가는 길

[더피알=박형재 기자]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불확실성 폭풍과 그에 따른 규칙파괴 사례의 방향성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욕망으로 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적인 참여정치 열풍이다.

2015년 2월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엔 꼬뮤’가 바르셀로나 시장을 당선시키며 돌풍을 일으켰다. 2013년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오성운동’이란 단체가 창당 4년만에 제2당으로 도약하며 화제를 모았다. 르몽드는 이 사건을 ‘정치적 지진’이라며 대서특필했다.

▲ 기존 규칙이 깨지며 세계적으로 디지털 직접민주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 참여정치 플랫폼 데모크라시os.

이들 정당은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한 정치세력이다. 모든 제안과 결정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시민들의 직접 참여에 의해 이뤄진다. 선거자금도 클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모았다. 기존 대의민주주의로 뽑은 정치인들이 시민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니 디지털 직접민주주의를 꿈꾸는 것이다.

촛불집회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횃불로 커진 촛불집회의 원동력도 기득권에 대한 반발과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촛불을 든 민심은 더 나은 세상을 원했다. 단순히 대통령 탄핵을 넘어 그간 우리사회에 누적된 모순을 비판하고 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승복부재의 사회, 저신뢰 사회다. 부자나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에 대해 인정하거나 높이 평가하지 않는데 이는 그들이 부동산 투기, 부정축재 등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의와 공정이 계속 실현되지 못해왔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상실된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갈증이 폭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한 분노 역시 주목해야 할 세계적 흐름이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일해서 버는 노동소득이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자본이 없는 사람이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 체제에서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권력의 배분은 정보의 유통 확대와 맞물려 이뤄졌다”면서 “소통 채널이 늘어나고 기득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정치·경제·언론 모든 곳에서 기존의 원칙과 규칙, 트렌드가 깨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두 갈래 전략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지금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100인 1색에서 1인 100색 시대로 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소비자들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처럼 기업이 일방향으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거나, 기업이 정한 경계선 안에서만 놀 거라고 예단하면 안 된다.

▲ 브랜드 성격을 분명히 하고 명확한 가치지향점을 밝힐 필요가 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아진다. 논란이 될 만한 변수를 제외하다보면 이벤트가 딱딱하고 재미없어진다. 반대로 너무 열어두면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PR과 마케팅 사이에서 어느 쪽에 방점을 두고, 어디까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짬봉닷컴 운영자인 마케터 조종완 씨는 “요즘은 진짜 소비자가 왕이 됐다. 다들 너무 똑똑하고 영악해서 기업 입맛대로 컨트롤하거나 오점을 감추면서 이용하겠다고 접근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고 말했다. 브랜드 성격을 분명히 하고 기업의 가치지향점을 밝힐 필요도 있다.

사회·정치 이슈도 제품·브랜드와 연결시켜 정확한 포지셔닝을 가져가야 한다. 우리는 어떤 기업이고 어떤 성 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야 소비자에 불필요하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조언이다.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REI는 역발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한 좋은 사례다. REI는 최고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옵트아웃사이드(#OptOutside) 캠페인’을 전개했다. REI는 ‘야외 활동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143개 매장 문을 닫고, 우리 직원들이 야외로 나가도록 했습니다’란 카피를 내걸었다.

이와 함께 홈페이지에서 스키, 캠핑 등 다양한 야외활동 방법을 소개하고 독려했다. 그 결과 600만명이 캠페인 동참 의사를 밝혔고 매출은 7%가량 늘어났다.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박재항 전 기아자동차 마케팅전략실장은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기업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가져가고 진정성있게 행동한 것이 먹혀들었다”고 평가했다.

▲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rei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문을 닫고, 야외활동을 독려하는 'optoutside' 캠페인을 전개했다.

사람들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항상 ‘두 갈래 전략’으로 가야 한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함께 보고, 전체를 겨냥하는 마케팅과 1인 겨냥 마케팅을 다르게 가져간다. 예컨대 카드회사라면 대학생카드, 신입생카드, 신입생 중에서도 여학생카드 등을 제각각 출시하는 식이다. 1인 100색의 상충된 니즈를 모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단순화(검약적 혁신)를 통해 하나의 타깃이라도 분명히 잡는 게 나을 수 있다.

콘텐츠도 양갈래로 간다. 이성이나 감성 한쪽을 완전히 자극해야 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즐겁거나, 이념 편향 없이 감동적이어야 통한다. 메시지가 어중간하면 안 된다. 더욱더 합치고 더욱더 쪼개서 갈 수밖에 없다.

정보 주권의 재편으로 비밀 없는 시대가 되면서 기업의 위기는 상시화 됐다. 꾸며서라도 진정성 있게 가야 한다. 착한 기업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정말 착하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랜드 사태처럼 기부 행위도 조롱거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태도가 변해야 한다. 현대차 제네시스 이벤트의 경우 터질 게 터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엔진결함 논란 등 각종 문제들이 표면화됐는데 이는 덮어두고 ‘눈 가리고 아웅’식 이벤트를 하니 소비자들은 예견된 방향으로 튀었다는 지적이었다. 기업 입장에선 당혹스럽고 ‘4행시하면 경품 준다는 데 왜 이러지?’하고 황당하겠지만, 그것조차 감수하고 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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