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대통령? 언론도 부끄럽다
부끄러운 대통령? 언론도 부끄럽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6.11.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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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최순실 사태,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나

[더피알=김광태] 엊그제만 해도 서슬 퍼런 권력이었는데 TV조선-한겨레-JTBC 콜라보가 무너뜨렸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마치 축구에서 환상적 팀워크에 의해 탄생한 골 장면을 연상케 한다.

포문은 TV조선이 열었다. 지난 7월 26일 미르재단이 대기업 기부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안종범 정책 조정 수석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그 패스를 한겨레가 받아 9월 20일 미르·K스포츠 두 재단에 최순실이 개입됐다는 최초 기사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 10월 24일 한겨레 어시스트를 받은 JTBC가 대통령 연설문 등이 담긴 최순실PC를 통해 국정개입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결정적 골을 터트린다. 결국 박근혜 정권은 언론 3사 콜라보 플레이에 무너져 내렸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두 번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는 모습. 뉴시스

언론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증명됐다. 그래서 정권들마다 권력을 쥐면 언론부터 장악하려 한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도 그랬다.

특히 파괴력이 큰 공영방송을 손에 쥐었다. 그 결과 KBS, MBC는 철저히 권력을 위한, 권력에 의한, 권력의 방송이 돼버렸다. 지상파의 탐사보도는 중지됐고 실력 있는 인력들은 수년간 본업에서 손을 놓고 있다.

신문은 사익매체라는 점에서 다르다.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개인 소유이기에 손익계산이 빠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철저히 보호를 하지만 이해타산에 벗어나면 태도가 돌변하다. 의리고 뭐고 없다.

언론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언론을 권력의 ‘제4부’라고도 한다. 직업으로서 언론사의 매력도가 떨어졌다지만 지금도 수백대, 수천대 일의 경쟁을 뚫기 위한 ‘언론고시’가 치러진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그들이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밝혀냈다.

그러나 언론 권력이 ‘권력의 언론’으로 행사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권력의 비리에 눈감았던 언론들이 권력 풍향이 바뀌자 하이에나로 돌변해 비난기사를 쏟아내는 작금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을 위해 쓴소리를 해야 할 언론이 대통령 주변에 직언하는 참모가 없다며 비난을 해대기 바쁘다. 비판과 견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언론 스스로도 직무유기 했음을 밝히는 꼴이다.

기업에 대해서는 또 어떤가. 대한민국은 정권이 기업 목을 틀어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수석까지 나서서 빨리 돈 내라고 압박하는데 이사회 열 시간이 어디 있으며 반대급부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는가. 정권이 이런 짓을 못하도록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피해자인 기업을 꾸짖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국제그룹 대우그룹 등이 어떻게 해체되었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우리사회의 충격적 치부가 드러나고 있다. 중요한 건 언론도 비판의 대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많은 언론들이 사회적 책무나 정치적 소신을 갖고 정권을 지지한 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였음이 증명되고 있다. 어제의 칭송이 오늘은 비난으로, 순식간에 논조가 바뀐 부끄러운 자화상부터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그 구석은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다.

대통령의 2차 대국민사과 발표장에서도 질의응답 없이는 보이콧하겠다는 목소리도 없고 용기 내어 무작정 질문하는 기자도 없었다. 기자로서의 정의감, 그 패기는 다 어디 갔을까.

과거 선배들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언론 탄압에 맞서 싸웠다. 권력과 자본 앞에서 펜 끝은 더욱 날카로웠다. 기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에게 불리한 기사나 아픈 기사는 데스크도 편집국장도 담당 기자 양해 없이는 삭제하거나 고칠 수 없었다.

오늘날은 기자나 데스크나 모두 회사 눈치를 본다. 자연히 기사도 사설의 논조도 경영적 판단에 좌우되기 일쑤다.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미다. 언론이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건을 보도하지 않거나 이를 왜곡해 전한다면 그 국가의 운명은 말이 필요 없다.

우리나라 헌정사에 전무(前無)한 국정농단 사태를 후무(後無)하도록 가이드하는 일, 그것이 지금 국민들이 기대하는 언론의 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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