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하려면 올세인츠처럼
디지털 혁신하려면 올세인츠처럼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6.09.2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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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실시간 정보 공유에서 시작된 4년만의 환골탈태

[더피알=신현일] 최근 여러 건강프로그램에서 ‘체질개선’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단순히 섭취하는 영양소만 바꾸는 것이 아닌 생활습관이나 태도 등을 바꿔 전체적인 체질을 다른 타입으로 바꾸는 것이다.

요샌 기업들도 장기불황과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면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질개선을 공표하고 조직과 생산체계에 혁신을 도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하지만 기존의 관행을 완전히 바꾸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미미한 변화만을 이끌 뿐이다.

▲ 스타필드 하남 내 올세인츠 매장 전경.

여기 제대로 체질개선해 환골탈태한 기업이 있다. 1994년 설립된 영국의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인 올세인츠(All Saints)다. 올세인츠는 지난 2012년 1월부로 한국인 CEO 윌리엄 김(William Kim)을 영입하며 디지털혁신을 시작하게 된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올세인츠를 혁신기업의 아이콘으로 만든 이야기를 해보자.

시작은 새로운 DNA 찾기

올세인츠는 2008년부터 글로벌 세일즈 전략을 펼치지만 경영악화로 2011년 영국의 라이온 캐피탈에 1억500만 파운드(약 1547억원)에 인수된다.

이와 함께 새로운 CEO로 버버리(Burberry)의 디지털전략을 총괄하던 윌리엄 김이 영입된다. 당시 윌리엄 김은 버버리 본사의 유일한 아시아인이며 버버리의 디지털혁신을 이끌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러브콜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브랜드로서 하향길을 걷던 올세인츠에 합류한 이유는 바로 혁신에 대한 수용 의지였다. 버버리만 해도 거대한 조직체계를 이루고 있어 종종 변화의 파장이 시작과 끝을 달리 했다. 때문에 오롯이 자신의 손에서 변모할 수 있는 올세인츠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윌리엄 김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3개월 동안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오랜 경영악화로 부정적인 내부 이슈와 직원들이 가진 생각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중심엔 ‘디지털 체질화’를 위한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가 있었다.

이런 선택을 하기 위해서 윌리엄 김은 패션 회사가 아닌 구글, 아마존과 같은 IT기업을 벤치마킹해 그들의 혁신 DNA를 스터디하고 적극 도입했다. 그 결과 영국 로컬 브랜드에 가까웠던 올세인츠를 약 4년만에 매출 4500억원, 전세계 16개국 3000명의 직원, 150개의 직영매장을 보유하고 자사 홈페이지에서 200개 이상의 국가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게 했다.

▲ 소비자들이 #allsaints 해시태그를 달고 올린 사진들을 한곳에 모아 볼 수 있도록 했다.

과감한 드라이브

디지털 혁신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실행’이다. 그러나 신속하고 과감한 실행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만큼 기업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실행은 책임과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올세인츠의 성공요인 중에 기존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변화는 체질개선의 직접적인 처방이자 실행전략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전세계 매장의 물류정보를 디지털·모바일화한 시스템 일원화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은 태블릿PC를 통해 제품의 재고현황 및 상세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만약 매장에 재고가 없을 시 바로 태블릿PC를 통해 주문해 하루 만에 받을 수 있다. 또한 매장 직원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제품에 대한 재고뿐만 아니라 근거리 매장의 현황까지 바로 확인 할 수 있어 즉각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패션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입하는 부분은 신제품에 대한 디스플레이와 이에 대한 직원 교육이다.

▲ 올세인츠 2016년 가을 컬렉션 쇼케이스. 공식 페이스북

올세인츠는 7명으로 구성된 본사 비디오팀이 자체 제작한 영상을 통해 전세계 매장에 공급하는 신제품 소개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또한 매장 인테리어도 런던 외곽에 있는 인테리어연구소에서 직접 소품을 제작해 영국이 가진 인더스트리얼(산업) 콘셉트로 독특하게 구성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확실히 사로잡았다.

본사와 지사, 그리고 전세계 매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기업 SNS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기존에 여러 단계를 거쳐 많은 비용을 들여 진행했던 과정들을 최대한 축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절약한 비용은 다시 디지털 혁신을 위해 사용된다. 패션기업에 10명 내로 있을 법한 IT기술자들이 100여명에 가깝게 배치돼 실시간으로 올세인츠의 디지털 채널을 분석하고 채널별·매장별 매출 추이를 대시보드에서 바로 확인하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제와 배송 또한 아마존의 시스템을 도입해 온라인 고객은 30초 이내에 결제할 수 있게 하고, 기존 어려움을 겪던 배송물류관리시스템 또한 ‘재고 ZERO’를 위한 시스템으로 자동화해 생산과 판매, 재고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디지털 혁신, 해답은 결국 ‘사람’

윌리엄 김은 한 방송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디지털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의 과정이며 조직의 문화입니다. 변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술이 아닌 그 기술을 받아들이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의 인터뷰를 보면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국내 대기업부터 소기업까지 대부분 디지털 관련된 프로젝트는 외주를 주거나 내부관리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전사적 개편을 해야 하며 비용과 시간에 대한 손실이 막대하지만 내부적으로 그 심각성을 느끼는 구성원은 거의 없다. 이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어떤 ‘디지털 DNA’를 우리 조직과 기업에 내재화하느냐가 중요함에도 아직 국내 기업들의 사고방식은 저만치 떨어져 있다.

올세인츠는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IT스타트업과 협업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디지털과 전혀 관련 없는 직원들이 해당 서비스와 제품을 평가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런 시도는 올세인츠 조직 전체를 디지털 DNA로 체질개선했고 결국 직원들의 디지털 마인드셋을 통해 디지털을 기술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게 했다.

디지털이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분명 그 디지털을 다루는 주체는 ‘사람’이다. 단순히 시스템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정도를 가지고 혁신이라고 칭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기업의 전체 과정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보고 디지털을 통해 어떤 혁신적 서비스나 프로세스가 나올 수 있는지 전 직원들의 공감과 실행이 있어야 제2의 올세인츠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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