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있어도 말을 안하는 PR인들
입이 있어도 말을 안하는 PR인들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6.08.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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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一心] 권익침범·이미지왜곡 현안에 유관 단체들 왜 침묵하는가

[더피알=김광태] 김영란법이 곧 시행된다. 앞으로 어떤 상황들이 전개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기업이나 언론은 일단 몸조심부터 해야겠기에 법을 지키는 선에서 모든 행위를 최소화하고 판례가 나오면 그에 맞춰 하나 둘 풀어갈 생각이라고 한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 중 하나가 바로 대언론 업무를 하는 홍보인이다. 당장 언론관계를 어떻게 풀어 갈지 고민이 크다. 특히 언론인과의 깊은 유대 관계로 개인기를 인정받은 임원들은 “인간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능력의 차이가 없어졌다”며 “이젠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광고예산 확보에 달렸다”고 하소연 한다.

▲ (자료사진) 김영란법 시행 이후 언론홍보 업무에 있어 큰 변화가 예상된다. 뉴시스

언론에서의 관점은 어떤가?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언론사 기자들이 “앞으로 유능한 홍보인은 얼마만큼 광고나 협찬을 지원해 줄 수 있느냐로 갈릴 것”이라 말한다. 광고·협찬 예산만 잘 확보하면 누구에게 맡겨 놓아도 언론홍보를 잘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신의 업무나 역할에 중대한 위협이 눈앞에 다가왔건만 안타깝게도 홍보인들은 전전긍긍만 할뿐 별다른 액션이 없다. 언론단체 중 하나인 한국기자협회가 김영란법 합헌 판결이 나자마자 성명서를 내고 비판언론 재갈물리기에 악용된다며 유감을 표시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홍보계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한국PR협회(KPRA), 한국PR학회(KASPR), 한국PR기업협회(KPRCA) 등이 있지만 미동조차 없었다.

어디 그뿐이랴. 최근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얽힌 뉴스커뮤니케이션스(뉴스컴)로 인해 마치 홍보업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 마냥 각종 언론에서 보도하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홍보대행사’란 타이틀을 내건 뉴스컴 이슈로 PR업계 전체가 ‘불법 로비스트’로 낙인찍히고 있는데도 말이다. ▷관련기사: 뉴스컴 이슈로 보는 PR업의 오해와 진실

여론조성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들의 평판을 위한 여론형성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다. 적어도 PR회사들의 권익과 입장을 대변해야 할 PR기업협회에서만큼은 성명서를 발표하는 게 옳았다.

홍보를 업으로 삼고 있는 PR인들은 왜 나서지를 못할까?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사인걸까? 업의 특성상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니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걸까? 나서기를 싫어하고 개별성이 강해 뭉치지 못하는 모래알 같은 존재라 그럴까?

▲ 뉴스컴 이슈로 '홍보대행사'란 타이틀을 단 부정적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각 기사 온라인 캡처

학회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PR, 홍보의 가치가 도매금으로 매도되는 지금과 같은 때 바로잡는 목소리를 내야 했다. 아직 PR(Public Relations)과 홍보(弘報)에 대한 합치된 용어 정의도 없는 실정에서 지나친 기대를 하는 건가.

이번 뉴스컴 사건으로 드러났지만 PR업에 대한 언론인의 왜곡된 인식도 문제다. ‘홍보대행사’란 이름으로 매일 같이 접하는데 기껏 보도자료 작성해서 배포하는 곳 정도로만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늦게라도 협회나 학회에선 홍보의 역할, PR회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PR회사가 일종의 로비창구가 돼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에 청탁을 알선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업으로 한다는 세간의 오해를 씻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훼손된 PR인, 홍보인의 명예를 회복하기는 쉽지가 않다.

PR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직과 업으로 삼기 위해 희망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는 새싹들이 많다. 자라나는 그들 세대에게 PR인으로서 어떻게 명함을 내밀 것인가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덧붙여 이제부터라도 PR인들도 인하우스, 에이전시 구분에 앞서 언론인과 같은 결속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PR 유관 협회와 학회 등이 서로 긴밀히 협조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전제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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