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광고제로 보는 광고계 트렌드 변화
국제광고제로 보는 광고계 트렌드 변화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6.08.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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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광고’ 빠진 광고제들, 영역 허물기 급물살…개념부터 바꿔야

[더피알=강미혜 기자] ‘광고는 죽었다’는 말이 지금처럼 뼈저리게 다가온 적이 또 있을까. 디지털발 혁명이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흔들면서 광고계의 기존 질서와 개념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최대 국제광고제 칸(Cannes)이 애드버타이징이란 수식어를 뗀 것은 달라진 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광고제 트렌드 변화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업계 전반을 조망하는 전문가 좌담을 열었다. 김주호 콜라보K 대표의 사회로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한신대 교수)과 김윤호 제일기획 프로가 이야기를 나눴다. 

①국제광고제로 보는 광고계 트렌드 변화
②광고계, 이젠 ‘T2C’로 승부걸어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 김윤호 제일기획 프로, 김주호 콜라보K 대표, 강미혜 더피알 기자. 사진: 성혜련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 김윤호 제일기획 프로, 김주호 콜라보K 대표, 강미혜 더피알 기자. 사진: 성혜련 기자

김주호 콜라보K 대표(이하 김대표) : 칸을 비롯해 클리오, 뉴욕페스티벌 등 주요 광고제의 최근 현황을 보면 광고제라기보다 크리에이티브 축제, 솔루션과 콘텐츠 향유의 장으로 변화한 듯합니다. 세계광고제의 전반적인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다고 보십니까.

최환진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위원장(이하 최위원장) : 광고제에 앞서 광고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몇 년 전 한국광고총연합회에서 광고개념을 새로 정립하는 작업을 했었고, 제일기획에서 매년 진행하는 국내 총 광고비 집계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논의가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기존 페이드미디어·매스미디어 위주의 광고시장이 여러 매체와 형태로 다원화되고 있어요.

자연스레 광고제도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칸만 해도 이미 ‘애드버타이징 페스티벌’이란 이름 대신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을 쓰고 있어요. 새롭게 등장하는 여타 행사들도 광고의 영역을 포괄하는 쪽으로 가고 있고요. 부산국제광고제 집행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변화 흐름을 어떻게 탈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김대표 : 김윤호 프로는 제일기획에서 해외광고제 전반을 맡고 있기에 가장 가까이에서 변화를 체감하실 텐데요.

김윤호 프로. 사진: 성혜련 기자
김윤호 프로. 사진: 성혜련 기자

김윤호 제일기획 프로(이하 김프로) : 칸을 보면 영역허물기가 뚜렷합니다. 출품부문에 있어 2000년대 초까지 프린트, 라디오, 사이버 등으로 매체 추가가 이뤄졌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턴 프로덕션, 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헬스 등 영역의 확장으로 넘어갔습니다. 칸 뿐만 아니라 역사가 꽤 깊은 런던광고제도 LIAA(London International Advertising Awards)에서 애드버타이징을 빼고 LIA로 바꿨어요. 광고라는 말 안에 가두기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산업의 경계가 너무 없어져버렸기 때문이에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테크놀로지에 둘러싸여 있고, 말 그대로 디지털 환경을 살다 보니 이제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Music Festival, SXSW)와 같은 인터랙티브 축제도 광고인들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실제 칸 조직위도 SXSW를 참관할 정도로 신경을 씁니다. 산업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거죠. 국내 광고제의 용어 자체도 바뀌어야 할 거라고 봅니다.

김주호 대표. 사진: 성혜련 기자
김주호 대표. 사진: 성혜련 기자

김주호 : 칸이 다른 글로벌 광고제와 비교해 독보적 위상을 갖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 여러 방면에서 변화 흐름을 빨리 수용했기 때문일까요?

최교수 : 광고제는 크게 도심지와 휴양지의 두 가지 모델이 있어요. 칸의 경우 여러 경쟁력이 있지만 입지적으로 정말 매력적인 휴양지입니다. 현실적으로 그 부분이 다른 어떤 경쟁요인보다 우위에 있다고 봐요. 휴양지 모델을 바탕으로 집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프로 : 다른 광고제가 시상 중심인 데 비해, 칸은 시상과 세미나를 두 축으로 행사 자체를 굉장히 풍부하게 만들어요. 일례로 세계적인 셀럽(celebrity)들을 초청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올해는 반기문 UN 총장,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 등이 스피처로 참석했죠. 아울러 스폰서에 대해서도 조직위 차원에서 굉장히 오픈된 자세로 적극 지원해줍니다.

시상 측면에서 칸이 꼿꼿하게 갈 수 가장 큰 바탕은 심사라고 봐요. 일단은 주최 측이 돈의 힘이 좀 있잖아요.(웃음) 400여명의 심상위원이 광고제 기간 내내 칸 현지에 머무르면서 식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하드워킹 합니다.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로직 자체도 명확해요. 최근 3년 간 수상실적을 기준으로 국가별 쿼터를 적용해 안배하는 식인데, 부문당 심사위원이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되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조직의 한두 사람이 결코 좌지우지할 수 없습니다. 칸의 수상결과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끔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은 거죠.

김대표 : 종합하면 칸은 매력적인 휴양지가 축제의 장이 된다는 점, 스폰서를 적극 끌어들여 행사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 카테고리를 다양화해 (광고 외) 다른 영역을 끌어들이는 확장성, 공정한 심사로 상의 권위를 높이는 노력 등 크게 4가지 요인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섰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닐 텐데요.

최환진 위원장. 사진: 성혜련 기자
최환진 위원장. 사진: 성혜련 기자

최위원장 : 실제 칸의 성장에 따른 폐해도 크다고 생각해요. 카테고리가 헬스, PR, 테크, 엔터 등 전방위로 확장되다 보니 이른바 다이버시티(diversity, 다양성)가 무너지는 거대한 독점적 행사가 돼버렸어요.

아까 김 프로께서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전 그 부분도 좀 다르게 봐요. 국가별 쿼터가 있다 해도 심사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사실상 유럽계 광고인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심사위원도 포함되지만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고 어필하기엔 숫자나 언어 측면에서 불리한 게 현실이에요. 결국 세계 광고를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재단하고 상을 주게 되는데, 그게 과연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있어요.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적지 않은 광고회사가 칸에 목숨을 걸면서 스캠광고(광고주가 아닌 광고제를 위해 만드는 유령광고)를 만드는데 문화종속적인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있다고 봅니다. 부산국제광고제의 핵심 개념이 문화적 다양성인 것도 이런 문제를 알고 칸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뜻이에요.  

김대표 : 디지털솔루션과 IT기술이 커뮤니케이션과 접목하는 차원에서 보면 인터랙티브 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특히 올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해서 화제를 모았죠. 최 교수께서 다녀오신 걸로 아는데 이런 행사는 기존 광고제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최위원장 : 사실 SXSW는 광고제와 거리가 먼 행사지만 광고의 개념이 넓어지면서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디까지가 광고이고 마케팅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됐는데 그 핵심이 테크놀로지잖아요. 인디음악축제로 시작한 SXSW가 세계 최대 복합문화축제로 부상하게 된 것도 테크놀로지 즉,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의 인터랙티브 때문입니다.

인터랙티브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2016 모습. 사진: 공식 홈페이지(www.sxsw.com)
인터랙티브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2016 모습. 사진: 공식 홈페이지(www.sxsw.com)

다른 한편에서 보면 SXSW의 성장은 국내 무수히 많은 지역축제에 주는 함의가 적지 않습니다. 대다수 지역축제들이 소모성·향유성 이벤트로 그쳐버리는 데 반해 SXSW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합니다. 가령 음악애호가들 취향에 따라 어떻게 마케팅할 것인가를 주제로 놓고 세미나를 열기도 해요. 문화의 향유를 넘어 마케팅과 연결하고 경제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한 듯합니다.

김프로 : SXSW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들의 축제에요. 개최지인 텍사스주 오스틴에 몰려있는 스타트업들과 투자자 매칭을 기반으로 합니다. 저는 부산국제광고제가 SXSW 식을 추구하면 부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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