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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피뎀 부작용 방송, 역기능 우려된다[유현재의 Now 헬스컴] 대중 향한 경종이 ‘비뚤어진 교육’ 될 수도
승인 2016.08.08  09:19:16
유현재 서강대 교수  |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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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얼마 전 모 방송사 프로그램이 수면을 유도하는 약제인 졸피뎀을 다뤘다. 졸피뎀은 수면제를 구성하는 성분이며, 최근 들어 대중적으로 처방되는 수면 유도제 자체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개념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의 핵심적 내용은 결국 사람(환자)들이 의사가 지정해준 적정 용량을 준수하지 않고 과도하게 졸피뎀을 복용할 경우, 중증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위 가수면 상태에서의 폭식, 무작정 외출, 지인에게 지속적 전화 등의 행위가 소개됐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일련의 부작용을 정작 환자 본인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 지난 7월 16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졸피뎀 부작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을 다뤘다. 해당 방송 화면 캡처 

부작용의 가장 심각한 형태는 다양한 수준의 자해로, 자살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무차별 상해를 입히기도 했고 ‘살해 후 자살’을 저지른 비정의 가장도 있었다. 방송은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는 근거와 주장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고(故) 최진실·최진영씨, 이후 연달아 자살을 택했던 주변 인물들의 사례들을 꼼꼼히 소개하며 결국 졸피뎀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판단된다는 논리를 느낄 수 있도록 콘텐츠가 구성됐다.

해당 프로그램 방영 다음날, 필자와 헬스커뮤니케이션 전공 대학원생들은 소위 건강과 관련된 정보들을 포함하는 프로그램들이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 역할 및 파급효과, 이상적 형태 등에 대한 토론을 했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미디어의 ‘비뚤어진 교육기능’을 언급한 연구원이 있었는데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예를 들어 환각과 환청, 그리고 지속적인 가수면과 몽롱함 등의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졸피뎀이 자칫 일부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으로 포지셔닝돼 시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프로그램에서도 정확하게 지적한 내용이지만, 현재 다수의 병원에서는 의사에게 수면장애를 호소할 경우 졸피뎀을 대단히 쉽게 처방하는 상황이라 대책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가치 있다고 판단된다. 일부 의사들은 졸피뎀이 보유한 심각한 중독성과 부작용에 근거해 수면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나중에’ 처방하는,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약제임을 주장했으나 모든 의사들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현실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팩트’ 교육과 ‘믿음’ 강화

실제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한 일부 지인을 인터뷰한 결과, “졸피뎀이 여타 수면제에 비해 그렇게 빨리 수면으로 이어지게 하는 줄은 몰랐다. 약효가 꽤 궁금하긴 하다”든가 “중독만 안 된다면… 사실 편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정말 피곤한데 잠을 못 잔다면 복용을 고려할 수 있겠다” 등의 의견이 나타나기도 했다.

인터뷰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에 수면제라는 일반적 카테고리만 인지하고 있던 보통의 사람들로, 프로그램 시청 후 수면제에도 종류가 다양하다는 사실과 함께 졸피뎀이 최근 처방이 증가하고 있는 약효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수면 유도제라는 ‘팩트’를 교육받았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에 노출된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한 추가적인 정보 습득으로 앞서 기술한 ‘믿음’들을 강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터넷에 졸피뎀을 검색하면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정보도 제공되지만, 기존 수면제 보다 3배 이상 약효가 높고 FDA에서도 승인을 받은 대단히 합법적인 약제라는 점도 확인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그동안 상당수의 사람들이 알 수 없었고, 어쩌면 굳이 알 필요도 없었던(?) 정보들을 대단히 짧은 시간에 인상적으로 교육시켰다고 할 수 있다. 혹시나 비뚤어진 환각을 경험하고 싶은 일부 사람들, 그다지 심각한 위법이 아니면 한번쯤 경험해도 좋겠다는 그 누군가들에게는 일종의 부추김 효과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 방송의 공익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졸피뎀 관련 정보들을 짧은 시간에 인상적으로 교육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 콘텐츠 가운데 졸피뎀 복용은 ‘자살을 감행할 수 있는 용기도 주는 것 같다’는 식의 멘트는 적잖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평안한 주말 저녁, 대중의 안방으로 전달되는 내용치고는 너무나 위험을 안고 있는 정보라는 생각이 스쳤다. 상당수의 자살 시도자들은 자살행동에서 불가피하게 경험해야만 하는 아픔과 괴로움이 두려워서 시도 자체를 안 하기도 하고, 혹은 불행 중 다행으로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지 않아 생명을 건지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졸피뎀이 잠시라도 자살할 용기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는 내용은 ‘미디어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필자와 같은 연구자에게 큰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마치 자살 관련 보도에서 자살에 사용된 방법을 자세하게 제공함으로써 예비 자살자들에게 일종의 교육이 이뤄지는 비극적 순환을 떠올리게 만든다. 특정한 자살 방법에 대한 경고, 강력한 경종을 울릴 목적으로 기사를 작성했지만 결국엔 교육효과를 양산할 수 있는 케이스와 유사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만큼 헬스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 대중의 건강과 미디어의 역할에 관련된 주제는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대단히 어렵다. 과연 사람들의 건강 수준 향상에 있어 미디어가 순기능을 하고 있는지, 혹여 결정적인 역기능 또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기 때문이다.

졸피뎀을 다뤘던 프로그램의 기획 목적은 숨겨지거나 간과돼온 사실의 전달과 대중을 향한 경고였을 것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수면 유도제의 치명적 중독성과 부작용을 알려서 졸피뎀 사용에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는 공익적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기획된 본질적 의도에는 추호의 의심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순기능 못지않게 발생 가능성이 있는 역기능에 대해서도 논의와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 또한 가지고 있다.

건강 프로그램의 애매한 원칙, 혼란 부추겨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디어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미디어 종류가 얼마 되지 않아 파급력이 ‘끝판왕’ 수준이었던 수십 년 전에는 ‘강효과’ 이론들이 대세로 받아들여졌다. 미디어가 특정한 콘텐츠와 시각(Perspective)을 제공하면 대중들은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이다. 미디어의 효과성이 너무나 높았던 현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했으며, 탄환이론(Bullet Theory)과 피하주사이론(Hypodermic Needle Theory)등이 대표적이다.

이후 진행된 미디어의 양적 팽창, 정보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리터러시(Literacy) 상승 등이 배경이 돼 강효과와 비교되는 미디어의 ‘약효과’들이 논의된 경우도 많았으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보유하고 누리는 미디어의 종류가 방대한 지금도 미디어의 영향력은 대체로 막대하다는 생각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사람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콘텐츠들은 반드시 예상되는 순기능 및 역기능을 모두 고려하면서 프로그램이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자료사진) 종편 등 다양한 방송사에서 여러 건강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혼란 당시 미디어에서 흑마늘을 비롯한 특정 식품이 메르스 예방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묘사해 해당 제품들의 소비가 즉각 뛰어올랐으며, 아슬아슬한 광고 및 광고성 기사가 연달아 쏟아지는 상황도 있었다. 일부 자살보도가 번개탄과 관련해 ‘고통의 수준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정보를 제공한 다음 번개탄을 활용한 자살자가 증가하는 모습에 놀란 적도 있다.

지금도 종편 등 다양한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서는 과학적 검증의 경계를 자의적으로 넘나드는 애매한 원칙들, 식품 및 방법들이 대중에게 무방비로 제공되고 있다. 과연 프로그램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제작진들은 얼마나 예상하는지, 예상했다면 어떠한 책임성을 논의했는지 궁금해지는 사례들이다.

미디어 역할과 책임은 어디까지?

현실적으로 개별 프로그램의 콘텐츠가 포함하는 모든 내용을 심의 대상으로 여겨,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 건강 관련 미디어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과 특정인의 건강 일탈행위 및 오남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규제를 논하는 것도 이상론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감히 콘텐츠 기획·제작을 담당하는 분들에게 요청하는 사항은 스스로의 영향력에 대해 자각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가 일반적인 화두로 등극하는 등 현재 우리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민감한 상태다. 그렇기에 건강과 관련된 주제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의 관심을 획득할 수 있는 핫한 아이템임에 분명하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건강 관련 정보가 포함된 콘텐츠를 기획할 때는 기본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예상 하에서 파급성까지 미리 예측해야 한다. 너무나 쉽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예측과 자세, 즉 프로그램의 파급성에 대한 진지한 고려는 부작용을 줄이고 순기능을 높이는 다양한 장치의 마련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건강 콘텐츠가 포함하는 내용에 대해 오직 주목도 상승만을 위한 편향보다는 다양한 시각의 존재를 언급하며 오디언스에게 판단할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고, 콘텐츠에 포함된 의견이 일부 의료인들만의 시각이며 여타 의견도 존재해야 한다는 언급도 가능하다. 시청자 가운데 미성년이 있다면 부모의 지도가 필요할 수 있는 콘텐츠라든가, 아니면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사례일 수 있다는 등의 안내도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겠다.

모든 일이 그렇듯 영향력이 크다는 말은 책임에 대해 심각해야 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역기능과 순기능을 미리 예측해 더욱 진지한 접근을 해주시기를 감히 부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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