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피할 수 없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자
김영란법, 피할 수 없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자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6.07.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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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언론-홍보 관계·관행 달라져야

[더피알=최영택]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고리를 청산하기 위해 제정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2015년 3월3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고 3월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재가했다. 지난 28일에는 헌법재판소도 합헌판결을 내려 이변이 없는 한 시행될 것이다.

언론에서 큰 관심을 갖고 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 법안에 대해 반대했던 이유는 적용대상에 공무원은 물론 언론사 기자들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언론사 임직원들과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400만명이 법을 지켜야 한다.

▲ 김영란법이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모습. 뉴시스

국민권익위원회가 5월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령에 따르면 앞으로 기자들이 이해관계자(기업 홍보맨, PR회사 직원 등)에게서 3만원 이상의 식사접대와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을 경우 불법으로 과태료를 내야 한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경조사비는 10만원까지 쓸 수 있고 강의료는 100만원까지다.

언론사는 대부분 사기업이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방송의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언론은 행정, 입법, 사법부 외에 제4부로 불리며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존재해왔지만, 무소불위의 펜대를 휘두르며 한 때 언론 사주는 ‘밤의 대통령’으로 불렸다. 펜의 힘을 남용해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의 발전으로 펜끝이 무뎌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갑 중의 갑’이다.

언론에서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이 식사접대 3만원이다. 점심은 대충 3만원으로 가능하지만 저녁접대에 술을 곁들이면 한도를 훌쩍 넘어간다. 물론 2차는 생각할 수도 없다. 26개 경제단체는 이 법이 시행되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음식을 7만7000원, 선물을 1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농축수산물과 화훼를 금품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호소가 받아들여질지는 모르나 필자의 의견은 김영란법을 일단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국내경제도 침체이고 일부 고급식당과 농축수산가에는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선물(뇌물)로 받는 대신 내 돈 내고 사먹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부패방지와 우리나라가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젠간 겪어야 할 일이므로 언론인들이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한다.

실제 필자도 미국 언론인들과 식사 때 더치페이(각자 부담)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일정금액 이상의 선물도 받지 않았다. 아시아만 해도 청렴국가인 싱가포르나 일본 등의 경우 접대나 선물에 대해 더욱 엄격하다. 2014년 한국 국가청렴도 순위는 세계 175개국가중 43위, 아시아 16개국중 11위로 역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명절에 지인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게 미덕이라는 이유로 기업 홍보팀에서 언론인들에게 선물해 온 것이 관례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비싼 선물은 마음이 담긴 선물로, 회사 접대비 역시 착한식당에서 건강식단으로 밥을 먹으면 된다. 김영란법을 핑계로 2차 안 가면 건강에도 좋다. PR인들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천해서 새로운 언론인 접대문화를 만들자.

모 언론사는 이달부터 골프접대 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어느 대기업은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에 해외 기자초청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지금은 많이 사라진 기자들에 대한 촌지(寸志)문화도 바뀔 것이다.

본래의 뜻대로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로 정당화될 것이다. 한 때 명절이면 대형 언론사 산업(경제)부장은 촌지로 집 한 채 값을 챙긴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부패한 시절도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해 국민의 66%가 잘된 일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필자도 이 법의 준수대상에 포함되지만 기꺼이 받아들인다. 9월28일 이후 홍보인들과 기자들의 접대문화가 어떻게 변화될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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