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홍보논란…업계 ‘실제 관행’은 무엇?
걸핏하면 홍보논란…업계 ‘실제 관행’은 무엇?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7.1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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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정치권 리베이트 의혹 몸살, ‘갑을병’ 구조 봐야

[더피알=박형재 기자] ‘정치권 리베이트 의혹이 업계 관행 논란으로 번졌다. 국민의당 김수민 리베이트 의혹에 애꿎은 홍보업계가 눈총을 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누리당마저 선거 동영상 홍보비 의혹에 휩싸였다. 그들의 주장대로 업계에 리베이트가 만연해 있는지, 없어져야 할 나쁜 관행들은 무엇인지 점검해봤다. 

“관행입니다.” 말 한마디에 난리가 났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국민의당’과 ‘김수민’이 오르내리고 그때마다 ‘홍보업계 리베이트’란 단어가 뒤따랐다. (관련기사: ‘관행’이란 이름의 국민의당 위기) 이 와중에 새누리당 의혹까지 불거져 수백개의 관련 기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 논란이 된 사건을 다시 살펴보자.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 홍보위원장이던 김수민 의원은 TV광고대행업체 S사와 선거 공보물 제작업체 B사에 30여억원 규모의 물량을 발주하고 그 대가로 2억3820만원을 자신이 대표로 있던 ‘브랜드호텔’을 통해 돌려받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판단했고 검찰은 사건 관계자들을 수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총선 홍보비 파문에 휩싸였다.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 TV광고제작사 M사에 3억8500만원 규모의 광고 제작을 맡기면서 8000만원 상당의 홍보 동영상 39편을 공짜로 요구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최근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신생정당의 첫 비리 의혹이란 점에서, 새누리당은 거대 여당마저 홍보비 의혹에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사건의 정치적 파장과 국민적 관심은 뜨겁다.

리베이트 의혹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를수록 유관한 광고·PR업계도 난감해지고 있다. 누군가 나서서 해명하기도, 그렇다고 의심스런 눈초리를 감수하기도 억울하다. PR인들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업 홍보팀 A과장은 “옳지 못한 일을 하고 나서 관행이라고 핑계 대고 홍보 바닥을 걸고넘어지는 것 자체가 어이없고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정치컨설팅을 하는 중견업체 대표 역시 “정치권은 자신의 불리한 이슈를 희석시키기 위해 다른 이슈 프레임을 짜는데 ‘홍보 관행’이 국면 전환용으로 사용된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은 비리 의혹이란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번 사건을 그냥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뒷맛이 씁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 일부 기업들과 광고회사 간 ‘밀월관계’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J사 비자금 파문, 광고업계 불똥튈라) PR인 C는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그런 식으로 사업하는 곳들이 없진 않다”면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쉬쉬하던 나쁜 관행들을 살펴보고 반성할 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갑질·리베이트로 얽힌 관계들

그렇다면 실제 업계의 나쁜 관행들은 뭐가 있을까. 우선 국민의당 주장처럼 광고주와 광고회사가 리베이트(일명 ‘킥백’)를 주고받는 경우가 있다.

광고주인 기업에서 “이번에 광고할건데 얼마에 해줄 수 있어?”라고 물으면 대행하는 회사가 “7억에 가능합니다”라고 답하고 “그럼 용역비 10억 청구하고 나머지 돌려줘”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부풀려진 3억원은 기업 회계조작이나 오너 뒷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다.

에이전시업계 대대행 문제도 고질적인 관행이다. 대형 광고회사에서 물량을 수주하고 제작 등의 세부 업무를 재하청줄 경우 광고회사 전담직원은 1명이 맡고 소위 대대행사 인력 20여명이 달라붙는다. 그러나 수익 배분은 수주회사가 50%까지 떼어간다. 대형 에이전시 입장에선 사실상 손 안대고 코푸는 셈이다. 

대형 프로젝트시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큰 회사와 작은 회사의 수익 배분이 다르다는 것도 작은 회사 입장에선 서글프다. 만일 업무량이 50대 50이라면 수익도 똑같이 나눠야하는데, 리드 에이전시가 70을 먹고작은 곳이 30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 대학 광고홍보학과 E교수는 “갑을병 구조는 업계 내부에도 존재한다”며 “광고주가 갑이라면 광고회사는 을이고, PR회사는 병”이라고 꼬집었다.

클라이언트가 막무가내로 단가를 후려치거나 갑질하는 사례도 있다. PR회사에 “이러저러한 업무를 하면 성공보수를 주겠다”고 말한 뒤, 막상 해주면 애초 약속한 금액의 일부만 지급하거나 깎아달라고 배짱을 부린다. 단발성 이슈관리나 위기관리 쪽에서 빈번한데 ‘급한 불은 껐으니 이거라도 받든가 아님 말고’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다.

제작비를 인정하지 않는 ‘악덕 기업’들도 많다. 배너광고라든가 디자인 등 추가작업이 필요한 업무에 대해 “광고 물량 집행하면 매체 수수료 나오니 제작비는 알아서 해”라며 뻗대는 경우다. 전자상거래나 소셜커머스, 게임업계에 특히 많은데 일반 기업 중에도 따라하는 곳도 꽤 있다는 전언이다. “기껏 신경 써서 광고 줬는데 제작비까지 따로 받아야겠어?”라고 따지고 들면 대행사 입장에선 난감해진다.

대놓고 ‘공짜 컨설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대기업 홍보팀 직원이 아이디어가 없을 때 업무상 관계 맺은 대행사들에 ‘소집령’을 내리는 것. 대행사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짜깁기해 임원에게 보고한 뒤 실적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공식 업무가 아니니 당연히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업무상 불이익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도울 수밖에 없다.

▲ 조동원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 3월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총선 슬로건 및 홍보전략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생존 위해 양심 외면하는 대행사

기업과 광고회사가 비자금 조성이나 갑질로 사욕을 채우는 데 비해 PR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상도덕을 저버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격 출혈경쟁’. 공공PR 등 공개입찰 과정에서 실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승부 보려는 업체들이 아직도 많다. 책임지지 못할 ‘백화점식 제안서’를 일단 질러놓고 보자고 내놓거나, 낮은 금액을 제시하고 나중에 PR서비스들을 추가로 끼워 넣어 단가를 높이는 수법이 자주 활용된다.

일정 요율이 정해진 대행수수료를 스스로 깎으며 광고회사에 구애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디지털광고의 경우 수수료가 통상 20%인데, 광고회사에 “우린 15%만 받겠다”고 제안한다. 더 황당한 것은 손해 본 5%를 매체 집행하는 랩사에서 뜯어내는 경우다. ‘고통분담’이란 명목으로 통상 10%로 정해진 랩사 수수료를 5%로 후려친다. 결국 꼼수를 부린 당사자는 손해 보는 것 없이 약자를 쥐어짜는 구조다.

관행으로 포장된 소소한 비리들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 기업으로부터 ‘중앙일간지 특집기사’ 미션을 받은 PR회사에서 실제로 들어간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을 기업에 요구하거나, 각종 비용을 부풀려 남겨먹는 방식은 고전적인 수법이다.

이밖에 ‘짜고 치는 비딩’도 나쁜 관행으로 통한다. 정부나 기업에서 광고·홍보 용역을 내놓고 공개입찰을 붙이는데 인맥 등 이해관계가 얽힌 업체를 낙찰자로 정해놓고 나머지는 들러리 세우는 경우가 있다. 미리 낙점한 대행사를 붙이기 위해 각종 꼼수가 동원되기도 한다. 과업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경쟁사에 제안서 마감시한을 촉박하게 주거나, 경쟁사 투찰금액을 몰래 보여줘 더 낮은 가격을 써내게 한다.

컨설팅회사 D대표는 “밀어주는 업체보다 경쟁사가 낙찰가를 낮게 써내면 은밀히 연락해 ‘A는 1억 썼으니 너희는 9500만원 적어’라고 언질을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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