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기피하는 홍보인-선호하는 홍보인
기자가 기피하는 홍보인-선호하는 홍보인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7.04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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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기자·금성홍보인 上] ‘기회주의형’ ‘선생님형’ 등 불편...접대 보단 정보 원해
화성남자와 금성여자는 자주 싸운다.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잘 지내려면 상대방을 바꾸는 대신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자와 PR인도 마찬가지다. 한솥밥 먹는 사이지만 이해득실만 따지다 오해가 깊어졌다. 관계 회복의 싹은 상대를 관찰하는 노력에서 움튼다. 기자 눈에 비친 요즘 PR(홍보)인들의 모습을 살펴봤다.

<上> 기자가 기피하는 홍보인-선호하는 홍보인
<下> 웬수 혹은 파트너? 이런 홍보인 원한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더피알>은 앞서 ‘좋은 기자, 나쁜 기자, 이상한 기자’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다뤘다. 홍보인 10명에게 언론 에피소드를 듣고 그 과정에서 기자에게 느낀 서운함, 고마움, 바라는 점을 생생히 전달했다. 기사 바로가기 

이번에는 반대로 기자의 눈으로 홍보인을 바라봤다. 기자 10명에게 좋은 홍보인과 나쁜 홍보인, 이상한 홍보인은 어떤 유형인지 묻고 관계가 틀어진 원인을 점검했다. 

▲ 업의 특성상 불가근 불가원으로 표현되는 기자-홍보인은 역지사지 자세가 필요한 관계다.

각각의 입장을 돋보기로 들여다본 까닭은 역지사지를 위해서다. 돈 없으면 홍보 못하는 시대, 돈 없는 곳은 취재 안하는 시대다. 장기 불황에 홍보예산은 줄고 언론의 생존경쟁도 치열해지면서 홍보와 기자 모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동병상련을 느껴도 모자랄 판에 관계는 더 서먹해졌다. 언론은 광고·협찬용 ‘기사실탄’을 준비하고 기업홍보는 돈으로, 몸으로 버텨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비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려면 서로의 입장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변화는 아주 작은 틈에서 시작된다. 기사를 통해 마음의 거리를 좁히길 기대한다.

불편한 홍보유형…거짓말·불성실·무개념

기자들이 꼽은 불편한 홍보인 1순위는 거짓말하는 사람이다. 취재 도중 기업 관련 질문에 사실과 다르게 답하는 홍보인이 종종 있다. 민감한 사안은 “모른다”거나 “내가 말할 위치가 아니다”라고 하면 다른 곳에서 알아볼 텐데, “사실무근”이라는 바람에 기사방향이 확 바뀐다.

모 일간지 A부장은 “거짓말 때문에 오보가 나고 기자와 홍보인 사이가 틀어지기도 한다”며 “기업 보호하려고 그러는 건 알지만 나중에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태도 불량’ 홍보인들도 기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유형별로 따지면 ①어색한 사이인데 필요할 때만 친한 척 들이대는 ‘기회주의형’ ②업계 정보만 얻어가고 취재거리는 안주는 ‘노 기브 앤 테이크형’ ③취재에 응대하며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아?’라는 식으로 기자를 가르치려 드는 ‘선생님형’ ④메이저 언론사 기자엔 ‘입안의 혀’처럼 굴고 마이너 기자는 깔보는 ‘매체차별형’ 등이다.

종합지 B기자는 “민감한 업계 정보를 줬으면 그쪽에서도 살짝 흘려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술이나 사준다고 뭉개는 사람들은 정나미가 떨어진다”며 “기사에 버무릴 수 있을 정도의 내부 분위기라도 좀 줘야지 일방적으로 정보만 빼가는 사람들은 싫다”고 털어놨다.

일 못하는 홍보인들도 기자들의 기피 대상이다. 취재하려는데 하루 종일 연락 안 되는 홍보팀, ‘대행사 통해서만 응대한다’며 시간 끄는 외국계 기업, 보도자료에 오류가 있거나 요청 자료를 약속 시간 내에 안 보내는 사람들은 답답하다.

▲ 기자는 항상 단독, 특종에 목말라 한다.

이밖에 ‘예/아니오’로만 답변해 기사에 쓸 멘트가 없거나 취재에 불성실한 홍보인, 해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아 기사 논점을 흐리는 경우, 부정적 이슈에 대해 면피성 발언만 하고 팩트 확인이 안 될 때 짜증이 난다.

잡지사 C기자는 “컨택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연락두절로 급한 상황만 벗어나려는 홍보인이 의외로 많다”며 “부정적 이슈에 정면 대응하지 않고 남 탓 하면 한심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반면, 홍보인 중 기자 마음에 쏙 드는 이들도 많다. 일하는 센스가 있고, 기자 입장에서 배려하며, 소통에 진정성이 느껴지고, 인간적으로 배울 게 있는 사람들이다.

“센스 있는 홍보인이 사랑받는다”

우선 센스 있는 홍보인이 사랑받는다. 자료 요청 시 기사가 어떻게 나갈지 미리 가늠해서 말하지도 않은 내용까지 포함해 먼저 챙겨주는 경우다. 기사에 맞는 배경자료나 업계 동향, 관련 사진 등을 입체적으로 주면 토씨 하나라도 기업에 유리하게 바뀌기 마련이다.

두 번째 유형은 발언에 믿음이 가는 홍보인이다. 기업에 문제가 될 만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확실히 끊고, 민감하지 않은 내용은 말할 수 있는 선에서 성실히 답변하는 경우다. 할 말은 하고 못할 말은 딱 자르는,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는 사람이 기자 입장에선 편하다.

인격적으로 훌륭한 홍보인도 호감도가 높다. 홍보랑 언론 타이틀 떼고 만나도 좋은 사람, 평소 인간적인 얘기를 했을 때 공감대가 형성되는 친구 같은 이, 나이가 많은 데도 귀가 열려있고 마인드가 젊어서 인생 상담이 되는 홍보인들은 관계가 오래 간다. 자신만의 시각, 콘텐츠가 있는 사람들도 기자들에게 인정받는다.

알아서 광고 챙겨주는 홍보인도 기자에겐 ‘땡큐’다. 창간일이나 기업에서 광고 뿌릴 때 신경써주면 언론사 내에서 속칭 ‘가오’가 산다. 다만 광고 줬다고 출입기자를 광고쟁이 보듯 대하면 역효과가 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기사에 부담주지 않는 미묘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기자 출신 홍보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린다. 대체로 “언론 생리를 잘 알아서 편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아직도 “내가 기자 선배인데~”라며 아니꼽게 구는 홍보인에겐 반발심이 생긴다.

취재 소스나 내부 이야기를 은밀히, 뒷거래 없이 던져주는 홍보인들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지만 홍보업 특성상 많지 않다. 대신 분위기라도 넌지시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 종합지 G부국장은 “기자는 항상 단독, 특종에 목말라 한다. 직접 말은 안해도 기사 방향이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홍보인은 고맙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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