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광고회사’라 부르지 마세요
더이상 ‘광고회사’라 부르지 마세요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7.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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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 소셜·기술 경쟁력 확보 안간힘...핵심은 디지털·솔루션 역량

 

에이전시 업계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광고회사는 ‘콘텐츠’를 키워드로 기술과 결합한 실험적 조직을 신설하는 추세고, PR회사들은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비주얼 제작 역량 강화에 나섰다. IMC(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는 양측의 공통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디지털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변신하는 이들 조직은 어딘지 닮아있다.

① 디지털발 광고업계 변화
② PR 넘은 PR업계

[더피알=안선혜 기자]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세계 최대 광고그룹으로 성장한 WPP는 현재 디지털, 데이터, 미디어 부문 회사가 전체 계열사의 3분의 2 이상이다.

지난 2007년부터 디지털로 눈을 돌린 결과다. 마틴 소렐 WPP 회장은 오는 2018년까지 회사 매출의 45%를 디지털 부문에서 거둬들일 것이란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 2위 광고회사 퍼블리시스 역시 2018년 안으로 전체 매출의 75%를 모바일 등 디지털미디어와 신흥국에서 거두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는 덴츠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2012년 이지스그룹 인수를 시작으로 디지털, 퍼포먼스, 데이터 분야에서 M&A를 진행해 2014년 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다. 디지털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비단 광고회사만의 일은 아니다. 정보기술(IT) 솔루션 기업, 경영 컨설팅 회사가 디지털 광고로 사업을 확대하고, PR회사들 역시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추고 제작 파트를 강화하는 등 여러 변화를 꾀하면서 디지털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려 하고 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업종 간 경계를 허무는 광경이다.

국내 업계에서도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들이 뒤따르고 있다. 각 광고회사마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는가하면 소셜 전문가로 구성된 소셜마케팅 전문팀을 세팅했다.

직관적 크리에이티브→기술 연계 솔루션

변화 흐름은 조직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우선 광고회사들은 디지털팀을 보강하고 기술과 연계한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조직을 개편한 대홍기획은 기존 3개팀(소셜마케팅팀·디지털마케팅팀·디지털커머스팀)으로 운영되던 디지털마케팅본부를 4개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디지털콘텐츠팀’을 신설하고 소셜마케팅팀은 ‘소셜솔루션팀’으로, 디지털마케팅팀은 ‘디지털솔루션팀’, 디지털커머스팀은 ‘O2O마케팅팀’으로 각각 변화시켰다.

이중 소셜마케팅팀은 대홍기획이 광고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신설하며 다수의 소셜 캠페인을 주도했다. 일반적으로 PR회사에서 담당하던 영역을 광고회사가 가져간 시도다.

▲ 대홍기획 소셜마케팅팀(현 소셜솔루션팀)에서 기획한 롯데제과 #껌스타그램 캠페인. 사진=롯데제과 페이스북

이 팀에서는 IT기술과도 결합한 실험을 감행, ‘디빅스’라는 소셜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론칭하기도 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다양한 영역을 끌어안으면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TBWA 코리아 역시 올해 2월 DAN(Digital Arts Network)이란 디지털 독립 사업부를 만들었다. 완성된 캠페인에 디지털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닌, 디지털에서 최초 전략을 끌어내겠다는 미션 아래 움직인다.

TBWA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가별 특화된 디지털 마케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농심기획도 지난해 12월 디지털마케팅팀을 보강했다. 기존 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통합 마케 팅 커뮤니케이션)솔루션을 담당하던 인터랙티브팀을 변경한 것으로, 디지털마케팅팀만을 육성하기 위해 변화를 꾀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오리콤의 조직은 아예 IMC로 통한다. 제작부서와 기획부서 등 경영지원본부를 제외한 전 부서에 IMC 석자가 앞서 따라 붙는다. IMC크리에이티브본부, IMC전략본부, IMC플래닝 본부 등이다. 지난 2014년 IMC 아이디어 그룹을 새 비전으로 선포하면서 생긴 변화다.

지난해엔 업계 9위 한컴을 인수하면서 종합콘텐츠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제는 콘텐츠 싸움”이라는 게 오리콤 관계자의 첨언이다.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는 건 오리콤만이 아니다. TBWA 코리아는 제작본부를 아예 콘텐츠본부로 부른다. 회사 관계자는 “광고를 포함한 모든 마케팅적인 제작물을 콘텐츠로 규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대홍기획이 디지털마케팅본부 산하에 디지털콘텐츠팀을 신설한 것 역시 업계의 변화된 분위기를 대변한다. 기존 매체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았던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 광고회사 자체가 콘텐츠를 확보해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선두인 이노션은 지난 2007년부터 콘텐츠전략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본부 산하 6개팀이 애니메이션 제작, 영화·뮤지컬 투자, 스포츠 행사 개최 등을 담당한다. TBWA나 대홍기획과 달리 아예 광고·마케팅 산업의 틀을 넘어서 콘텐츠를 활용한 신사업을 전개하려는 시도다.

▲ 이노션 ‘비즈니스큐레이션팀’이 진행한 wrc4d 시뮬레이터. 이노션 제공

연장선상에서 이노션은 지난 3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전담팀을 꾸리기도 했다. 정식명은 ‘비즈니스큐레이션팀(Business Curation Team)’인데, VR기술을 활용한 브랜드 체험 콘텐츠 기획 및 제작, 플랫폼 설계와 운영을 도맡는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콘텐츠 개발에 선제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기본, ‘이것저것’ 실험 中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술과의 연계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SK플래닛 M&C부문은 최근 ‘마케팅테크놀로지본부’를 신설, 빅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결합시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빅데이터마케팅이 소셜 분석에 한정돼 있었다면, SK플래닛은 자사 리서치 서비스인 틸리언의 데이터까지 결합해 보다 정교한 타깃팅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MTC(Micro- Targeting communication)라 부르는데, 기존 온라인 광고를 담당하던 인터랙티브 마케팅 조직과 디지털 광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팀이 함께 작업한다.

제일기획은 지난 2013년 12월 ‘제일DnA(Data and Analy tics)센터’를 출범시켜 일찍부터 빅데이터 관점의 분석 솔루션을 제공해오고 있다.

소셜미디어 분석 시스템(Social Media Analytics, SMA)과 디지털 소비자 패널을 구축해 실시간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다. 한국광고총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총 31명의 인력이 포진해 있을 정도로 큰 조직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신규사업 전담 조직인 ‘비욘드(Beyond)본부’를 별도 구성했는데, 기존 광고 기반의 업(業)을 넘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 hs애드 '프로젝트xt'팀이 기획한 배달의 민족 광고.

HS애드 역시 업의 테두리를 벗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 실험을 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콘셉트부터 제품개발까지 참여하는 ‘오버 더 레인보우’ 사업부, 특이한 아이디어나 기발한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프로젝트xT팀’이 대표적이다. 각종 광고 어워즈를 휩쓴 배달의민족 광고가 바로 프로젝트xT팀의 작품이다.

오리콤도 지난 2014년 말부터 ‘이것저것팀’을 발족시켜 아이디어 중심의 아기자기한 활동들을 실행해왔다. 낙과를 이용해 만든 ‘이런 쨈병’ 출시나 제주 추자도 브랜딩 작업 등을 담당해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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