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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브랜드’로 살아보기[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옥시 사태의 시사점...선행 앞서 기본 약속부터 지켜야
승인 2016.06.02  14:00:49
신현일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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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신현일] 5개월 된 딸아이의 아빠로서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사프로그램에서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돌이 채 되지 않은 아이의 마지막을 담은 영상이 엄마의 휴대폰을 통해 공개됐다. 아이와 그 엄마와의 마지막 순간,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아이의 뺨에는 그간의 고통을 말해주는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해당 기업 임원들과 관계자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서도 계속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시켰다는 보도를 접했다. 그 중 가장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옥시레킷벤키저는 2011년 12월 처음 가습기 살균제가 문제가 되자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하고 14년엔 ‘옥시’를 빼고 레킷벤키저의 영문이니셜을 딴 ‘RB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회사 이름은 그리 쉽게 바꾸는데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제품은 바꾸지 않았을까? 이 사건을 계기로 ‘착한 브랜드’로 살아가는 기업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착한 브랜드로 살기가 그렇게 힘든 것일까?

옥시, 몽고식품, 미쓰비시의 공통점

110년이 넘는 장수기업인 몽고식품은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직원폭행 사건으로 매출이 이전보다 48%나 떨어졌고, 앞서 언급한 RB코리아(옥시)도 대형마트 유통물량이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또한 100년 역사의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수십 년 간 이어온 연비조작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판매량이 반 토막이 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닛산에 헐값에 인수 당했다. 모두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장수하던 기업들이다. 그 긴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스스로 끊어버린 것이다. 왜 그랬을까?

연간 20억대의 가습기 살균제 시장에서 3억에 가까운 비용이 드는 흡입독성 실험비용은 분명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앞의 이윤을 위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기업은 결국 소비자의 엄중한 심판을 받곤 한다.

   
▲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소환조사 관련 피해자입장발표 및 검찰 내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 설치요구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작은 것을 탐하다 오히려 큰 것을 잃는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눈앞 달콤한 사탕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취한 비윤리적 이윤은 결국 소비자들의 응징이라는 결과를 맞이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을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이미 여러 경영석학들이 주주보다는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는 경영철학과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경영을 지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주가치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보다 정교한 윤리경영에 대한 잣대가 필요한 이유다.

핵심은 기본 지키는 것

지금은 프로그램의 포맷이 많이 변하고 인기도 낮아졌지만 KBS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 초창기 버전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필수품이나 익숙한 환경에 제약을 주고 불편하게 살아보는 것이 콘셉트이다.

기본에 충실한 삶이 생각보다 힘들 수 있다는 것과 우리가 기본 이상의 과한 욕심과 낭비를 하고 있고 주변에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음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착한 기업’, ‘착한 브랜드’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사회공헌을 활발히 하고 기부도 많이 하는 기업일까?

   
▲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회사가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착한 기업철학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했다.

당연히 맞다. 착한 기업일수록 사회적 현상과 활동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적 기여도도 높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일례로 유아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유아의 건강에 해가 되는 재료를 사용하면 안 된다.

착하게 산다는 건 선행도 포함되지만 기본을 지켜 배신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브랜딩(Branding)이라 함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비하게 하는 일련의 활동을 총칭하지만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약속을 지켜내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RB코리아(옥시)는 안티 브랜딩(Anti-Branding) 기업이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패키지에 ‘인체에 무해한…’을 적어놨지만 기본적인 약속을 저버렸고 소비자들은 그 몇 마디를 철썩 같이 믿었지만 결국 배신을 당했다.

우리는 착한 기업이 되면 편법을 쓰는 곳보다 기본을 지키기 위한 제반비용으로 손해를 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몇몇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윤리적 기업들의 제품을 선호하며 장기적으론 높은 브랜드 충성도와 구매의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기업 수익 성장률이 5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결과도 있다.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좋은 재료로 솔직하게 장사하는 음식점은 형형색색의 감언이설로 도배된 전단지 없이도 결국 성공하게 되고 단골들이 멀리서도 찾아온다. 어쩌면 참 단순한 논리인데 최근 옥시 사건을 보면서는 절대 풀리지 않는 그 어떤 수학공식보다 어렵게 다가온다.

‘Let them Talk’ 하게

매년 늦가을부터 각종 브랜드대상, 소비자대상의 신청참여 이메일이 수시로 들어온다. 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브랜드의 상을 주는 대회는 소비자가 뽑는 것이 아니라 특정기관이 평가하고 선정할까? 물론 어워즈가 하나의 비즈니스고 시장논리로 돌아가는 이벤트이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손으로 뽑는 ‘착한브랜드대상’이 생겼으면 한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면 기업이 똑같이 한 켤레의 신발을 기부하는 탐스슈즈(TOMS)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착한 기업철학으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했다. 1995년 영국에서 탄생한 화장품 브랜드인 러쉬(LUSH)도 설립초기부터 동물실험반대, 과대포장반대 등 환경 문제를 자사 제품을 통해 해결하는 노력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동물실험반대, 과대포장반대 등 환경 문제를 자사 제품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한다. 

착한 브랜드는 스스로 착하다고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써보고 느끼고 인정하면 그때서야 비로소 착한 브랜드라는 칭호를 얻는다.

이런 말이 있다. “명성을 쌓는 데 20년이 걸리고, 이를 무너뜨리는데 5분이면 족하다.” 이제 소비자들의 눈과 귀는 더욱 밝아졌고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얼마 전 아기물티슈 ‘베베숲’ 브랜드가 아기피부연구소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공장견학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아기물티슈 시장에서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 중인 베베숲은 브랜드 철학을 공유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설명했는데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도 꼭 약속을 지켜줬으면 하는 노파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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