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이.모.티.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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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04.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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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문자에서 시대·사회 비추는 거울로
▲ '이 기사는 이.모.티.콘에 관한 이야기'라는 제목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했습니다.

[더피알=조성미 기자]이모티콘만으로 이뤄진 줄거리 설명에 영화를 본 이들은 ‘맞아맞아’하며 공감한다. 기업은 이모티콘으로 작성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광고를 집행하기도 한다. 하루 20억건 오고가는 그림문자가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와 습관을 바꿔놓고 있다.

카카오내비 길안내만 시작해도 한정판 이모티콘을 모두에게 드립니다.

면허도 없고 차도 없다. 내비게이션 쓸 일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앱을 다운로드받고 길안내를 시도해본다. 이내 메신저로 ‘신상’ 이모티콘이 날아온다. 비록 30일짜리지만 망토를 쓰고 눈을 반짝이는 캐릭터 ‘무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다 큰 어른도 혹할 정도로 이모티콘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다. <재미의 본질> 저자 김선진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모티콘은 한마디로 ‘감성 전달자’”라며 “‘관계의 친근함’을 표시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소통수단’이라 볼 수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면대면 대화에서는 정보를 담고 있는 말 외에도 목소리, 표정, 제스처 등의 감정 언어를 통해 맥락을 읽을 수 있지만, 문자만으로 소통할 경우에는 이런 것들이 배제돼 오해를 불러오기도 한다”며 “이모티콘은 원래 메신저가 갖고 있는 문자 소통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감정을 표현·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글자로 전할 수 없는 행간의 의미와 감정을 담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 전달자가 된 이모티콘은 모바일 생태계를 주름잡는다. 카카오톡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하루 동안 1000만명의 이용자가 20억건 가량의 이모티콘을 주고받는다. 옥스포드 사전은 2015년 올해의 단어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을 선정할 정도로 이모티콘은 우리 언어생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 트위터코리아가 지난 삼일절에 선보인 특별 이모티콘.

이모티콘이 국경을 초월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되면서 문화 현상이나 사회적 이슈들을 반영, 시대를 담아내고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트위터는 지난해 말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개봉 시기에 해시태그를 달아 한글로 ‘#스타워즈’라고 입력하면 이모티콘이 자동으로 뜨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앞서 대형 이벤트에 맞춰 영문 해시태그에 이모티콘을 적용한 사례가 있긴 했지만, 한글로는 스타워즈가 최초였다.

지난 삼일절에는 특별 이모티콘을 한시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Remember1919’ ‘#삼일절’과 함께 트윗을 남기면 유관순 열사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이모티콘이 자동으로 나타났다.

해당 이모티콘은 파워트위터리안이자 ‘흑요석’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우나영씨가 디자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모은 단발머리 소녀의 이모티콘은 해시태그를 달고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기업계정, 그리고 외국 이용자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며 삼일절을 기념하는 하나의 풍경으로 기록됐다.

해외에서는 무슬림 전용 이모티콘이 등장했다. 히잡 등으로 얼굴을 가려야하는 여성, 수염을 기르고 모자를 착용한 남성 등으로 디자인하고 경전이나 기도하는 모습 등 이슬람 문화를 반영한 특징들이 녹아 있다.

올해 진행되는 미국 대선에서도 이모티콘은 톡톡히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스냅스는 지난해 9월 힐러리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모티콘 ‘힐모지’(힐러리+이모지)를 공개했으며, CNN은 대선 후보들의 모습을 이모티콘으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 cnn이 제작한 미 대선 후보들의 이모티콘.

이모티콘은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표정에서 점차 갖가지 상황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행동을 담은 형태로 다변화됐다. 덕분에 이제는 별다른 텍스트 없이 이모티콘만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쉐보레는 지난해 6월 신형 크루즈를 출시하며 이모티콘으로 도배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마치 외계어 같은 모양새로 시선을 끌었다. 맥도날드의 경우 이모티콘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터치 한 번으로 충분하다

▲ 한 트위터리안이 이모티콘만으로 설명한 영화 ‘인터스텔라’의 줄거리.

줄임말을 선호하는 스마트 환경에서 언젠간 이모티콘이 일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한 트위터리안은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인터스렐라 줄거리(스포?)’라는 말과 함께 46개의 이모티콘을 올렸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암호처럼 느껴졌지만 영화를 본 이들은 이모티콘 하나하나를 따져보면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며 무한 공감했다. 공통된 경험이 있는 그룹 안에선 이모티콘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텍스트를 배제한 채 이모티콘 이미지만으로 이야기하는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모티콘 만으로 대화하는 메신저가 이에 해당된다. ‘이모즐리(Emojli)’란 이름의 앱은 가입 아이디도 이모티콘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친구의 아이디를 모르면 대화할 수 없다. 대화 역시 이모티콘만으로 가능하며 문자를 입력할 경우 오류 메시지가 뜬다.

이 앱은 영국 출신 개발자 두 사람이 사회관계망이 깨진 것을 풍자하고자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6만여명이 넘는 사용자가 다운로드받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개발자들은 재미로 만든 앱이 유지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 미국 이모지웍스가 선보인 이모지 키보드 프로.

이모티콘 전용 키보드도 출시됐다. 미국의 이모지웍스란 업체가 선보인 이 키보드는 각각의 키마다 그려진 2~3개의 이모티콘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10배 빠르게 입력할 수 있다. 프로형 모델의 경우 5가지 피부톤 키를 활용해 더욱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영국에서는 이모티콘으로 된 비밀번호 시스템이 개발됐다. 영국의 스타트업 인텔리전트엔비론먼츠가 선보인 ‘패스코드(passcode)’는 이모티콘 기반의 PIN번호 체계다. 44개의 이모티콘을 조합해 4자리 PIN번호를 생성, 총 349만8303개에 달하는 비밀번호를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숫자기반의 ATM 등으로 인해 당장 상용화는 어렵겠지만 기존 숫자를 이용한 비밀번호에 비해 480배가량 보안성이 높다는 것이 업체의 설명이다.

띠부띠부씰 세대 공략하라

이모티콘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짐에 따라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 등에서도 이모티콘을 이용해 소비자(국민)에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캐릭터 ‘호로로’의 이모티콘을,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개혁’의 내용을 담은 이모티콘을 각각 제작해 정책홍보에 활용했다.

▲ 코카콜라는 이모티콘 캐릭터와 메시지가 조합된 새로운 패키지를 선보였다.

기업들의 경우 더욱 활발하게 이모티콘을 활용한다. 자체적으로 이모티콘을 만들거나 인기를 끈 캐릭터를 활용한 패키지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메시지의 더 많은 확산과 타깃에 효과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모티콘을 이용한 스티커 마케팅도 눈에 띄고 있다.

스티커 마케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삼립식품의 캐릭터빵은 수많은 띠부띠부씰로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 2014년 7월에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카카오톡의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와 손잡았는가하면, 이듬해인 2015년 7월에는 라인프렌즈를 활용한 빵과 띠부띠부씰을 내놓았다.

또한 농심은 너구리의 모델 혜리의 모습이 담긴 스티커를 ‘너구리 멀티팩 한정판’ 제품에 담아 판매했다.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혜리가 1988년 당시의 너구리 제품을 들고 있는 것으로 온라인상에서 거래가 이뤄질 만큼 관심을 모았다.

이와 더불어 오리온은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스티커 마케팅을 펼쳤다. 오리온 측은 “웹툰을 기반으로 한 그래픽 콘텐츠를 제품과 연결 짓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심쿵스티커’를 제품에 넣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 이모티콘만으로 이뤄진 메신저 대화.

하기 힘든 말 대신 해줄래?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리온은 치인트 심쿵 스티커와 판박이 스티커 속 단어를 활용해 재치 있는 문구를 작성한 후 사진으로 찍어 포토댓글로 올리는 ‘치인트 문학쌀롱’을 통해 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은 “앞서 웹툰 ‘연애혁명’을 활용해 와우껌에 판박이 스티커를 진행한 결과, 웹툰의 주 소비층인 10대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면서 “스티커 마케팅은 수집욕구를 자극함과 동시에 자신이 모은 스티커를 인증하며 온라인에서 확산효과가 크다”고 타깃 공략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이모티콘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사랑받는 것에 대해 김선진 교수는 “정확한 정보의 전달 목적 외에도 요즘은 상업적으로 이모티콘을 캐릭터화해 귀여움이나 성격적 특질을 전달하려는 용도로도 사용된다”며 “더 나아가 단지 소통상의 ‘재미’를 위해, 일종의 ‘놀이도구’가 됐다”고 평했다.

때로는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대신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기 쑥스럽거나 ‘사랑해’란 말로 마음을 표현하기 부족할 때 이모티콘이 친근한 메신저가 돼준다. 또 불쾌한 감정이나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금은 에둘러 표현하기에도 좋다.

이에 따라 하고픈 말을 적으면 이모티콘으로 바뀌거나 자신의 얼굴을 담아 여러 가지 형태의 이모티콘으로 생성해주는 앱들도 등장하고 있다. 기존에 나와 있는 것에 비해 좀 더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는 잘 나가는 이모티콘 공식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모티콘은 모바일 세계에서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방식인데, 캐릭터에 얼마나 감정이입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김선진 교수는 “성공적인 이모티콘은 사람들의 다양한 일상의 감정 변화를 잘 캐치해서 사용자들의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 때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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