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 이것만은 바란다
기자들에 이것만은 바란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6.04.0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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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인이 보는 요즘 기자들 下] “일사부재리 원칙이 괜히 있겠나”

기자와 홍보인.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순망치한, 고장난명처럼 서로 없으면 아쉽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따로국밥이 됐다.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이지 못한다. 언론의 광고·협찬 요구가 더 심해지고, 기업의 예산은 줄면서 관계의 틈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과연 그것뿐일까. 홍보인 10명의 허심탄회한 속마음을 듣고 인터뷰 형식으로 꾸며봤다.

<上> 좋은 기자, 나쁜 기자, 이상한 기자 
<下> 기자들에게 이것만은 바란다

※ 취재원 보호를 위해 영문 이니셜 A~J씨로 익명 처리함을 밝혀둡니다.

당한(?) 사례도 있지만 홍보인으로서 기업이 어려울 때 도움 받거나 기억에 남는 좋은 기자도 많을 것 같습니다.

F씨  아무래도 ‘배울 점이 있는 기자’죠. 업의 특성상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자신만의 관점과 식견이 있는 분이 좋아요. 거기에 매너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또 부정적 이슈에 대한 기사를 쓰더라도 애정을 갖고 쓰는 기자는 기억에 남아요. 상황에 대해 분명히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데스크가 목적을 갖고 조지라 했을 때도 정도(正道)를 지켜가며 표현해주는 기자가 좋은 것 같아요. 기자는 언제 어디서나 기자답게 ‘곤조’가 살아있어야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I씨  고객사 행사를 처음 맡아 진행했을 때 일인데 담당 기자와 서로 얼굴 붉힐 일이 있었어요. 제가 준 자료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직접 만났죠. 다행히 얘기하던 중 친해졌어요. 제가 초보 홍보인이라고 하니 기자 응대 방법부터 자료 전달 방식까지 각종 꿀팁을 알려줘서 굉장히 고마웠어요. 쫄아서 나갔는데 오히려 정이 느껴진 기자였습니다.

D씨  기본적으론 회사 입장에서 써주는 기자가 좋죠. 근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양쪽 입장을 균형 있게 보도해주는 경우에요. 예컨대 식품에서 블랙컨슈머 사건이 가끔 있어요. 이물질이 나왔다든가 하는. 이걸 자극적으로 쓰려면 일방적으로 한쪽 입장만 씁니다. 반면 영향력 있는 매체에서 기업과 소비자 입장 모두를 공정하게 다루면 독자가 내용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거든요. 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맙죠.

기자와 홍보인 관계가 과정은 생략되고 목적만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예전엔 얼굴 붉힐 때 붉히더라도 나름 정이 있었는데, 요즘은 업무적으로만 엮여 아쉽다는 지적인데요, 달라진 관계 변화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A씨  예전엔 기자들이 하루나 이틀에 기사 한개만 쓰면 됐어요. 제대로 듣고 분석해서 쓰곤 했는데, 지금은 너무 바쁘게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왕왕 한쪽 말만 듣고 써버려요.
요즘 언론이 얼마나 많은데 하루 한 꼭지 썼다간 능력 없는 기자 취급받죠. 숨은 진실까지 깊이 있게 파고들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표면적인 팩트 전달에만 급급하다보니 제대로 된 기자가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B씨  기자 개인도 그렇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일부 언론사들이 기자와 ‘공범’이 돼서 돈 받고 기사 바꿔먹는 게 관행처럼 돼버렸어요. 예전엔 기자가 사익을 취하다 걸리면 쫓겨났는데, 지금은 기자가 협찬 유치하면 몇 %를 먹는 판국이에요. ‘기업에서 3000만원 해와, 그럼 800만원 줄게’ 이런 식이 돼버리니 돈 많이 땡겨오는 기자가 유능한 기자가 되는 거죠.

J씨  알고 보면 기자들도 불쌍해요. 주니어 기자들은 정의감과 열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다순데, 나중에 시니어가 될수록 광고 영업사원처럼 되니까요. 그 문제로 괴로워하는 기자들도 굉장히 많아요. 사실 언론사가 나쁜 거지 기자가 나쁜 건 아닐 때가 많아요.

‘기자들에게 이것만은 바란다!’ 한마디.

A씨  “오해하지 말자” 기자에게 펜은 무서운 무기다. 거기에 대해 사람들이 예의를 갖춰주는 건데, 자기 개인한테 예의를 갖추는 줄 아는 바보 같은 기자가 되지 말자.

B씨  “본분에 충실하자” 마케팅이나 영업 같은 관점에서 생각하지 말고, 기자 본분에 충실했으면… 그게 언론이 사는 길이고, 기자가 사는 길이다. 좋은 기사는 상대방을 아프게 해도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려고 기사를 쓰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C씨  “멋있게 해라” 치사하고 더티하게 하지 말고 지킬 건 지키고, 쓸 건 쓰자. 오프 더 레코드인 거 뻔히 알면서 독불장군처럼 깨뜨려서 애먼 사람들 물 먹이지 말고.

D씨  “홍보인도 사람이다” 우리도 기자가, 당신들도 홍보인이 될 수도 있었다. 역지사지해서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면 기사거리든 협찬이든 원하는 그 이상이 돌아온다.

E씨  “거시적으로 생각해 달라” 어떤 사안에만 매몰되지 말고 크게 봤으면 좋겠다. 홍보나 언론이나 계속 마주칠 사람들인데 서로 최소한의 인간적 배려는 해주시길.

F씨  “일사부재리 원칙이 괜히 있겠나” 때린 데 또 때리면 아픈 기사도 나쁜 기사가 된다. 그리고 골프는 좀 적당히들 치시라. PGA 나갈 거 아니잖나. 주중에 홍보인 돌아가며 호출해서 스크린골프 다니고, 주말에 필드 나가고 그러는 거 별로 안 좋아 보인다.

G씨  “확실한 건 좀 수정해주세요” 기업의 민감한 부분, 꼭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팩트에 근거하는 내용은 관대하게 수정해 주셨으면 한다. 너무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길.

H씨  “팩트만 확인해 달라” 아픈 기사도 괜찮으니 팩트, 멘트, 입장을 담아 달라. 제발 확인한 뒤에 써라.

I씨  “서로 신뢰를 깨지 않았으면” 더불어 미팅 자리에 예고 없이 광고팀과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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