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안선혜 기자] 지난 26일(현지시간) “오늘 윤전기는 멈췄다”는 문구로 영국 유력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마지막 종이신문 발행을 알린 가운데, 국내에서는 34년 역사의 여성 종합 월간지가 휴간에 들어갔다.
이번 4월호로 제 503호를 맞은 <레이디경향>이다. 신경희 레이디경향 편집장은 ‘에디터스 레터(Editor's Letter)’를 통해 “34년 동안 걸어왔던 여정을 멈추고 새 길로 들어서려 한다”며 “오프라인 매거진은 2016년 4월호를 마지막으로 휴간한다”고 밝혔다.
대신 시대 변화를 반영해 온라인 등 독자들이 요구하는 형식의 콘텐츠에 더욱 힘을 쏟겠다는 설명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레이디경향은 매달 수억원의 적자를 견뎌오다 결국 접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형편이 나아지면 복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 휴간이라는 말을 썼지만 재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디어 시장이 디지털·모바일로 빠르게 수렴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 오프라인 잡지 시장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 한국잡지협회가 발간한 ‘매거진저널’ 3월호에 따르면, 잡지산업 규모는 지난 2012년 총 1조8625억원에서 지난 2014년 1조3754억원으로 약 26% 감소했다.
잡지 시장의 고전은 잇단 유명 월간지들의 기약 없는 휴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여성 패션지 <보그걸>은 지난해 12월호를 끝으로 휴간했고,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만화 전문 잡지 <뉴타입>, <월간만화 보고> 등도 휴간을 알렸다. (관련기사: 경영난에 빠진 잡지들, 잇따라 휴간)
IT전문 매체 <마이크로소프트웨어>의 경우 지난해 12월 휴간했다가 올 3월 <조선비즈>가 인수하면서 명맥을 잇게 됐다.
신 편집장은 앞선 레터를 통해 “디지털 전환, 미디어 융합 등으로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은 격변하고 있다”며 “레이디경향은 재정비를 통해 다른 포맷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격변기 속에서 국내 일간지들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포털 네이버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일자리 콘텐츠를 제공하는 ‘잡앤(JOB&)’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매일경제> 역시 네이버와 함께 여행 및 레저 분야에서 콘텐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전통 미디어들이 독자적으로 디지털 공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미 영향력을 구축한 기존 인터넷 플랫폼과의 제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