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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맛’의 진화[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웃음 속 메시지…기업철학 부재 아쉬워
승인 2016.03.29  10:51:31
신현일  |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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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신현일] 썩 내키진 않지만 ‘병맛’의 정의를 찾아봤다. 이미 온라인 국어사전에 버젓이 등록돼 있었는데, ‘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을 뜻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이전에는 내용이 이상하고 말이 안 되는 웹툰을 주로 병맛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미디어 전반에 걸쳐 콘텐츠의 테마적 속성을 칭할 때 사용됨으로써 그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B급 코드’ 콘셉트를 통칭할 때 병맛이라고 하는데 최근엔 광고나 TV 예능프로그램,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병맛의 진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 2015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원숭이 분장을 한 개그우먼 박나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

지친 현실의 시원한 돌파구

연초부터 주가는 폭락하고, 북한은 미사일 쏘고, 공공요금은 인상한다고 선전포고하고, 청년실업률은 10%를 웃돈다. 도대체 서민들은 어디서 ‘웃음’을 찾아야 하는지 머리가 아프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원한 맥주 한잔에 목을 축이며 박장대소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한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 병맛은 특효약이자 가장 빠른 처방전이다.

요즘 TV를 틀면 개그우먼 박나래의 전성기를 만끽할 수 있다. 그녀의 웃음코드를 바로 ‘병맛’으로 볼 수 있다.

스토리보다는 강한 분장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통쾌함을 준다. 장도연과 함께 했던 개그콘서트 시절에도 그녀의 개그소재는 다소 ‘엽기’에 가까웠는데 그때의 과감함이 이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박나래의 영리함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과거에도 강한 분장이 꾸준히 살아남았지만 박나래의 분장은 동물탈이나 우스꽝스러움보다 현재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인물을 극사실주의에 가깝게 묘사해 직관적 공감과 반전을 선사한다.

시청자들에게 임팩트 있는 잔상을 남기는 박나래의 콘텐츠는 확산의 힘 또한 다른 개그 콘텐츠보다 강력한 편이다. 새로움을 갈구하는 시청자들에게 박나래의 매력 또한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오겠지만 병맛 트렌드와 함께 꽤 오랫동안 우리에게 찐(?)한 웃음을 줄 것 같은 예감이다.

내재된 B급 욕망 분출

우리는 남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일지 매일 같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쓰며 산다. 꽤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다. 그래서 때로는 소소한 일탈, 아니 과감한 일탈을 꿈꾸며 살지만 실행에 옮기긴 힘들다. 그런 내재적 ‘B급 욕망’을 병맛 콘텐츠들을 보며 분출하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TV프로그램에서는 트렌드에 발 빠른 tvN이 ‘SNL코리아’를 진작 내놓았고, 최근 JTBC는 ‘아는형님’ 등으로 B급 코드에 승부수를 던졌다. TV광고에서는 숙박 모바일 앱 서비스의 병맛 광고 전쟁이 아주 볼만하다.

온라인을 근간으로 하는 디지털 마케팅에서 B급 코드는 그 맹위를 더욱 떨치고 있다. TV광고보다 낮은 제작비로 여러 소셜 채널에서 사용 가능하며 짧은 시간에 소비자의 반응을 이끌어야 하는 디지털 마케팅 특성상 병맛은 아주 달콤한 맛인 것이다.

얼마 전 공개 된 GS25와 모바일팝 앱을 광고하는 온라인 광고에서는 개그맨 장동민·유상무가 외계인으로 분해 무대본으로 극강의 애드리브를 보여주며 폭소를 자아낸다. 일회성 광고지만 재미가 쏠쏠해 몇 번씩 보게 된다. 

가볍고 짧게 즐기는 스낵 콘텐츠(Snack Contents)와 병맛 코드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소비자들을 집중시키고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이런 B급 감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수위가 너무 높으면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니 이 점은 주위 해야 한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콘텐츠 수위조절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경쟁사끼리 소재가 중복되고 유사한 메시지를 내보내는 걸 종종 보게 된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지만 병맛의 과도기로 가는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공감대 넘치는 긍정의 풍자

우리나라 이동통신 3사 광고 경쟁은 매년 기대가 되는 빅매치다. 특히 SK텔레콤은 설현이라는 복덩어리를 얻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설현 화보를 얻기 위해 대리점을 방문하고 여러 패러디를 양산하는 현상에 분명 관계자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통사 광고를 보면서 아쉬운 점은 브랜드 철학의 퇴색이다. 물론 LTE 서비스가 전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미션이며 대세적 과제이겠지만 각 사만의 철학이 담긴 광고가 그립다.

과거 SK텔레콤이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광고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긴 호흡으로는 그런 고찰이 담긴 핵심 메시지를 던지고 짧은 호흡으로는 앞서 언급한 B급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로 배치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병맛 물씬 나는 콘텐츠들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2012년부터 파워레인저를 패러디한 ‘볼테레인저(VoLTE Ranger)’를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해 신선한 충격을 줬으며, 작년 하반기엔 SK텔레콤도 대세 개그맨들을 모아 ‘노답레인저’로 웃음코드를 가미한 온라인 시리즈 광고를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휴대폰 분실·고장 상황을 개그맨 유세윤이 주성치로 분해 코믹하게 연기한 LG유플러스 ‘심쿵지왕, 헌폰구원기 ’은 병맛의 재미도 있지만 공감대까지 형성케 한다.

페이스북에 공개 된 이 영상은 128만 조회수를 기록해 LG유플러스 페이스북 페이지 동영상 콘텐츠 중에서도 톱3 안에 드는 인기 동영상이다.

병맛 콘텐츠를 찾아보며 피식피식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잠시나마 기분을 업(up)시켜준 제작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분명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로 이어져야 하는 숙명을 타고나지만 병맛의 근본적인 목적인 ‘해학’을 이어가면서 공감대 넘치는 긍정의 ‘풍자’로 브랜드와 제품에 병적으로 좋아지는 맛을 제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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