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_되어진다는_것+1
#브랜딩_되어진다는_것+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6.03.21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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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쯔위 사태와 트럼프 발언의 시사점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브랜딩_되어진다는_것1에 이어...

[더피알=정지원] “누구나 명성만큼 추악하다.” 얼마 전 JTBC 썰전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한 말이다. 명성을 얻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밟고 오를 수밖에 없기에 선두주자가 가장 사악한 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는 강조했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듯, 그 어떤 브랜드라도 작정하고 캐보면 현재의 명성과 인지도를 얻기까지 크고 작은 어리석음과 추악함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람이든 브랜드든 지금은 명성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미디어 대중(Media audience)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개개인이 활발하게 살아있는 미디어로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는 시대에 기업의 모든 활동과 콘텐츠는 원하든 원치 않든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 되며,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기업이 브랜딩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기업이 아닌 수많은 개인 소비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요는 우리의 브랜드들이 불특정 다수 소비자들에 의해 브랜딩 ‘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대만을 달궜던 일명 ‘쯔위 사건’은 한 명의 중국 가수가 올린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MBC 프로그램 ‘마리텔’에서 대만국기를 흔든 장면을 몇 달 후 황안이라는 중국가수가 웨이보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소속사는 물론 당사자인 쯔위도 사과했으나 이슈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국가적 갈등과 정치적 오해로 확장됐다. 이 일로 쯔위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브랜드 명성도 상처가 났다.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쌓아왔던 JYP는 사건이 진전될수록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렸고, 그 과정에서 최악의 대응이란 혹평을 받았다. JYP는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불만은 잠재울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부구성원의 보호라는 가치, 사태의 본질에 근거한 ‘진정성’이라는 차원에서는 크나큰 실망감을 안겼다.

소비자 공감이 브랜드 정체성

최근 유튜브에서 조회수 10만을 넘긴 한 패러디 영상이 있다. 폭스바겐의 골프(golf) 차량이 시커먼 배기가스를 뿜어내며 달려 나가고 귀에 익은 슬로건 ‘다스 아우토(Das auto)’로 끝맺는 것이었다.

영어로는 ‘The car’에 해당하는 독일어 슬로건 ‘Das auto’는 ‘자동차의 본질’이란 뜻으로, 품질에 자신감을 보이는 폭스바겐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작년 9월 디젤엔진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되면서 전세계 소비자들의 조롱과 웃음거리로 전락, 결국 폭스바겐은 오랜 기간 그들의 상징과도 같았던 다스 아우토를 버리게 됐다. (관련기사: 폭스바겐 향한 그린피스 예언 맞았다)

내부에서도 현 상황에 비춰볼 때 가식적일 수 있다는 자책이 제기되면서 슬로건 폐기에 힘을 실었다. 언론은 “폭스바겐이 다스 아우토를 포기한 것은 소비자들의 공감을 다시 얻기 위해 그들이 해야 하는 일들 중에서 최고의 조치”라고 평했다.

다스 아우토는 여느 슬로건과는 그 무게가 사뭇 달랐다. 독일차의 자존심과 명성을 건다는 의미에서 폭스바겐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그러나 아무리 공고한 정체성이라도 소비자의 공감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허언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폭스바겐은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증명해줬다.

예측 불가능, 통제 불가능 속으로

얼마 전 삼성은 별안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미국 예비경선 과정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애플의 아이폰을 불매운동하고 삼성폰만 쓰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 미국 예비경선 과정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애플의 아이폰을 불매운동하고 삼성폰만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ap/뉴시스

애플이 고객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테러범들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거부한 결정에 대해 트럼프는 정치적 해석을 덧붙여 공론화했다. 삼성을 지지한다는 것은 삼성 브랜드를 사랑하는 소비자로서의 발언이 아니라,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할 만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삼성 입장에선 애플을 거론하면서 덩달아 거론된 것이니 내용으로 치면 큰 의미는 없는 사건이다. 다만,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망언으로 기록되며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는 인물로부터, 하필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정치적 이슈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난감하기 그지 없는 상황일 수 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에게 트럼프의 정치적 발언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일은 없다.

핵심은 통제 불가능한 인물의 입을 통해 애매한 정보가 전 세계로 중계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브랜드 자체로는 아무런 이슈가 없는 데도 원치 않는 상황에 놓여 미디어에 집중 거론되기도 한다. 타인발 돌발 이슈에 휘말릴 수 있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지향과 방어의 관계

브랜드들이 시시각각 위기나 이슈 상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은 SNS를 통한 과잉연결로 인해 더욱 심화될 것이다. 실시간으로 작동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시대에 소비자들에 의해 브랜딩 ‘되어지는’ 수동태의 브랜딩을 일정 부분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그 일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수동태의 브랜딩을 전제로 할 때 브랜드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들에 의해 브랜딩 ‘되어지는’ 영역을 받아들이되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두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빠르게 포착해서 브랜드와 연결시키는 활동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부지런히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은 브랜드의 메시지를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 골몰했다면, 이제 소비자의 메시지를 어떻게 ‘들어오게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되고 싶다’(지향)와 ‘되어진다’(방어)의 두 관점이 잘 어우러지는 브랜드 관리가 더욱 절실해졌다.

어쩌면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와 구글의 에릭 슈미트,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고객 경험, 대중의 판단이 기업의 미래와 브랜드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것을 말이다. 제품과 서비스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가치가 사회적 대중과의 관계에 기반해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더 이상 브랜드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공감하는가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은 달라진다. 결론은 브랜드의 몫이 아니다. 소비자들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도록 하자.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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