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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예방, 공포소구가 최선입니까[유현재의 Now 헬스컴] 가장 흔한 접근방식...긍·부정 효과 공존
승인 2016.03.02  10:56:27
유현재 서강대 교수  | hyunjae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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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유현재] 헬스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사람들 간의 소통, 즉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건강 수준을 끌어올리는 목표를 전제로 출발한다. 소통의 매개는 매스미디어가 될 수도, 사람들 자체가 될 수도 있다. 또 음악치료와 미술치유 등의 장르에서 발견되듯 다양한 예술적 요소가 수단이 돼 ‘헬스’를 말하고 전파하고 실천하게 만들기도 한다.

건강에 대한 소통은 ‘100세 시대’라는 화두의 등장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건강에 민감해진 사회분위기와 연계돼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 헬스커뮤니케이션은 건강 관련 행동양식을 설득시키기 위해 ‘공포소구법’을 자주 사용한다.

사실 건강한 동안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사람들 입에서 건강이라는 단어가 나올 확률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적다고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면, 이미 건강을 잃었거나 잃어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애틋하고 민감한 가치가 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다수의 헬스커뮤니케이션은 건강 유지 혹은 회복을 위한 행동양식을 설득시키기 위해 ‘공포소구법’을 자주 사용한다. 만약 특정 헬스커뮤니케이션이 제시하는 대로 실천하지 않을 경우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건강하지 못한 상황’을 가장 임팩트있게 전달하고자 활용되는 원리다.

영어로는 ‘fear appeal(공포 소구)’ 혹은 ‘threat appeal(위협 소구)’ 정도로 번역되는데, 커뮤니케이션 콘텐츠를 최대한 무섭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충격요법을 주는 것이다. 건강행동을 준수하지 않을시 끔찍한 결과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가 되겠다.

위협의 양면

예를 들어 담배를 계속해서 피게 될 경우 개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무서운 결과들, 즉 폐암이나 뇌졸중 등의 병변을 활용해 금연광고 혹은 담뱃갑에 삽입되는 경고그림·문구들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0년 이상 유지되는 세계 1위 자살률이라는 오명을 떨치기 위한 소통자료를 제작함에 있어, 자살로 사망한 이후 남겨진 가족들이 안는 치명적 아픔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도 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자살 시도로 인해 지속적인 후유증이 남았을 때, 인생의 대부분 시간을 후회로 채워야 한다는 팩트를 전달할 수도 있겠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지 않아 암 등 심각한 질병을 뒤늦게 발견, 치료 방법이 전무한 상황을 적용해 건강검진을 유도하거나, 과도한 음주벽과 도박중독에 의한 가정 해체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휴대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위험천만한 행동으로 치명적인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장면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공포는 건강을 위한 소통 목적으로 오디언스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어쩌면 헬스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에 있어 가장 흔한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은 공포소구가 해당 콘텐츠에 노출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는 동감하면서도, 그 정도나 수위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개진한다. 공포는 자극으로 기능할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혐오’나 ‘역겨움’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런 부정적 감정들은 소통의 차단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는 12월 시행을 목표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모든 담뱃갑에 삽입되는 경고그림을 두고도 공포소구효과의 이견은 존재한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제정위원회가 조직되고, 위원회 내에서도 주제와 구체적 제작방식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이 검토되고 있을 것이다.

흡연이 초래하는 가장 가시적인 결과인 폐암이나 뇌졸중을 염두에 둔다면, 과연 폐암으로 죽어가는 환자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일부 외국처럼 폐암이 발생한 폐의 사진을 극단적으로 리얼하게 보여주는 것이 합당한지 등에 대한 토론도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제정위원회가 구성되기 전부터 일부 국회의원과 담배판매인회 대표 등은 ‘지나치게 혐오적인 그림’은 삽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해오고 있다. 흡연자들의 권리도 보호돼야 한다는 논리다.

헬스컴 측면에서 보면 특정한 그림이 국가에 의해 결정되고 담뱃갑에 삽입됐을 때 다수의 사람들이 지나친 혐오라고 받아들일 경우 금연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나친 혐오라고 인식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이상의 설득 요소들에 대해 눈과 귀를 차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효과를 유도하는 공포나 무서운 감정보다는 단순한 기분 나쁨과 역겨움 등이 재료가 돼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옳은 지점’ 발견하려면

   
▲ 미국에서 흡연폐해를 알리는 이같은 담뱃갑 경고그림을 지난 2012년 도입하려 했으나, 미 연방법원이 너무 끔찍하다는 이유로 게재 중단 명령을 내린 바 있다. AP/뉴시스

사실 공포와 혐오, 효과성은 대단히 주관적일 수도 있고 다분히 추상적일 수도 있는 개념들이다. 의견과 시각을 달리하는 사람들 간의 끝장토론에 의해 도출되는 일종의 ‘합의’에 의해선 합리적 결론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한 번이라도 더 객관적 연구를 다양한 측면에서 시행하고, 공유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의 근거를 축적해나가는 것이 ‘답’에 가깝게 접근하는 길이다. 주관을 객관으로 전환하고 도출된 객관을 받아들일 장치를 만드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경험적인 연구진행과 결과도출,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연구밖에 다른 대안이 또 있을까.

모든 사람들이 적절하다고 동의하는 공포와 혐오 사이의 옳은 지점을 발견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은 최종 결정을 위한 룰을 만들어야 하며, 복수의 경험적 연구를 진행해야 하고, 확보된 결과물에 근거해 지체 없이 시행하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다. 금연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헬스컴 캠페인이 적용해야 하는 거의 모든 건강 홍보활동에서 최적의 유형을 도출해내는 작업에는 상기와 같은 방식들이 공통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

공포와 혐오는 어쩌면 헬스컴이 존재하는 한 가장 효과적인 중간점을 찾아내야만 하는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일단 무서워야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정말 극단적인 무서움만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 측면에서도 최고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어렵다.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효과적으로 기능할 경우 마법처럼 적용될 수도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관이 배제된 판단, 근거와 데이터를 통한 현명한 결정들이 헬스컴 전반에 파급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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