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다함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01.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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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순환고리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 '속속'

[더피알=조성미 기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책 속에 길이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난다…’ 흔히들 알고 있는 책과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격언들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독서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에 머물고 있다. 곳곳에서 책읽기 캠페인이 일어나는 이유다. 

2000년대 초 <MBC>에서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도서를 선정한 후 MC들이 책을 들고 나가 일반시민의 감상을 듣고, 또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선물하며 책읽기 운동을 이끈 공익성 프로그램이었다.

책을 읽읍시다는 2년여의 방송 기간 동안 ‘괭이부리말 아이들’ ‘야생초 편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먹었을까’ 등 총 26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프로그램 인기에 따라 선정 도서들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고, 무얼 읽을지 몰라 고민하던 이들에게는 훌륭한 도서 큐레이션이 됐다. 사회적으로도 책 권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며 호평 받았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책 읽지 않는 사회에 대한 문제점은 다양한 지표와 언론보도를 통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한 달 평균 독서량은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는 국제도서관협회의 자료,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전체 성인 인구의 3분의 1이라는 국민도서실태조사 결과 등 우리에게 책은 멀리 있기만 하다.

월간 <책>의 박소정 에디터는 최근 책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무엇보다 독서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SNS는 사진과 짧은 글은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책은 더 길고, 집중력을 요구해서 조금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또한 고요히 책에 집중할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는 사회라는 점도 지적했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교보문과 광화문점에 설치된 대형 독서 테이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광화문역에 조성한 독서 테마계단과 책을 소지한 이들에게 커피를 제공한 책모닝 행사.

이렇게 책 읽기 힘든 세상에서 책을 가까이 하자는 또 다른 ‘책을 읽읍시다’ 캠페인들이 이어지고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얼마 전 80~100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독서테이블과 함께 매장 곳곳에 소파와 서서 읽을 수 있는 스탠딩 독서대를 설치했다.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닌 읽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에서 리뉴얼을 진행했다는 교보문고 측은 “이왕에 책을 읽을 거면 불편한 바닥에 앉지 말고 테이블에서 더 편하게 보실 수 있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책을 한 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훔쳐가더라도 도둑 취급해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등 책을 사고파는 재화로 보기보다 읽고 나누는 지식의 가치로 여겨왔던 교보문고다운 행보라는 것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우 지난해 12월 초 광화문역 1·8번 출구에 ‘독서를 권하는 계단’을 조성했다.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과 권장도서 등 다양한 이미지와 문구를 래핑한 것. 향후에도 관련 이미지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며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사는 카페베네, 교보문고 등과 손잡고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광화문역 독서테마계단 조성 및 독서 장려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책을 소지한 시민들에게 커피를 선물하는 것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독서의 생활화를 돕고자 기획됐다. 커피를 제공한 카페베네 측은 북카페 콘셉트를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와 맞아 떨어져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책을 유통하는 서점가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책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이 진행된다. 각양각색의 굿즈를 활용해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가하면 파격적인 구매 혜택 등을 제시하며 여러 방식으로 책 구매를 이끌어 내고 있다.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도서는 인터파크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도서 구매의 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파크의 쇼핑과 티켓을 통해서 3만원 미만 결제 시 3000원권, 3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권의 도서상품권 증정 이벤트를 상시 이어가고 있는 것.

이와 더불어 도서 콘텐츠 사이트 북DB를 통해 ‘DB씨의 독서장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도서와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 및 도서 관련 콘텐츠를 총망라해 제공하면서 프로젝트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인터파크 측은 “인터파크 자체 설문 결과에서도 책 읽는 성인 가운데 실용/학습서, 만화, 잡지를 주로 읽는다는 비중이 절반에 달하고 그나마도 하루 1시간 미만 책에 집중한다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민독서진흥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리디북스는 다양한 독서 캠페인과 더불어 강소라를 모델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는 ‘대국민 독서 지원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도서를 이용할 수 있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고전이나 인기 도서를 묶은 세트를 50년 장기 대여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여금액 전부를 리디북스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되돌려 주거나 전자책 단말기를 증정하는 등 책을 꾸준히 읽도록 구조를 만듦으로써 독서 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

리디북스 측은 “여러 매체와 채널을 통해 볼거리가 많아진 세상이지만 책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즐거움과 유익함을 준다”며 “새해를 맞아 책읽기를 다짐하는 이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보다 손쉽게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저자-독자 유기적 네트워크 설계

책을 유통하며 산업적 측면에서 독서를 장려하는 활동과 함께 책과 독자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책과 문화, 예술을 담으며 지난 2014년 11월 창간한 잡지 <책(chaeg)>도 이 가운데 하나다. 제호대로 매달 책에 관심이 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책 관계자는 “책을 읽고 똑똑해지기 보다는 책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 책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했다.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를 지향하기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서 책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소정 에디터는 “책 속에는 어렵고 복잡한 내용만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은 따뜻한 이야기로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고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들도 들어있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넓게 소통하는 차원에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독자와의 대화에도 힘쓰고 있다. 박 에디터는 “책은 하나의 작은 형식일 뿐 다양한 테마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것”이라며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서점에 한 번 가보고 싶게 하는 마음, 책을 한 권 펼쳐보고 싶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월간 <책>

한편, 새로운 측면에서 책의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오가닉 미디어랩은 <오가닉 미디어>와 <오가닉 비즈니스> 등 두 가지의 책을 가지고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2014년 2월 종이책으로 발간된 <오가닉 미디어>를 전자책과 웹북의 형태로 공개했다. 책이 절판된 경우에 전자책을 발간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종이책이 팔리는 상태에서 이러한 시도는 말 그대로 출판시장과 독자에 대한 ‘실험’이다.

또한 <오가닉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유통시장을 통하지 않고 웹북으로 선 공개했다. 이후 전자책을 출간하고 종이책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1000명 이상의 예약자가 모이면 인쇄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펀딩 시작 3~4일 만에 종이책 출간이 결정됐고 초판으로 2000권 가량을 찍어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오가닉 미디어>의 저자인 윤지영 오가닉 미디어랩 대표는 “책을 비롯해 디지털화 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는 정보재(인포메이션 굿즈·information goods)라고 할 수 있다”며 “정보재는 경험해보지 않으면 사기 어려운 것으로, 목차만 보여주면 선뜻 구매가 이뤄지지 않고 모두 보여주면 다 봤는데 구매하겠느냐라는 딜레마가 있는 콘텐츠”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험은 책을 모두 공개하더라도 책에 대한 접근장벽부터 최대한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해당 책을 다시 읽고 싶고 소장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구매할 것이라는 가설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 오가닉 미디어랩이 진행한 <오가닉 미디어> 온라인 공개 공지.

오가닉 미디어랩의 실험은 독자들로 하여금 대가를 지불할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든다는 것과 더불어 저자와 독자의 네트워크를 측정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책은 하나의 대중매체로써 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급돼왔다. 출판사와 유통을 통한 도달률에 의존하면서 저자는 막연히 누군가 보겠지라고 하는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구조에서 탈피해 책이 확산되는 네트워크를 측정,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추천하고 후속에 대해 저자와 독자가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구조를 상상했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연결된 시대에 콘텐츠라는 것은 일방적으로 만들어 전달하면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책 자체가 네트워크라는 것을 입증하는 생명력을 갖고 진화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거창하게 생각지 말아요~

책읽기를 독려하기 위해 캠페인과 프로모션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책이 우리 일상에 녹아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시각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책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영 대표는 “단순히 ‘책을 읽자’는 캠페인이 진짜 책을 읽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퀄리티 있는 책을 만들고, 양서를 찾아내고, 또 독자가 누군지 저자는 어떻게 소통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할 때 비로소 책 읽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소정 에디터는 “무엇이든지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시작하듯, 책을 읽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며 “일상이 무료하다면 만화책도 좋고, 갑자기 떠나고 싶다면 여행책도 좋고, 요리를 해보고 싶다면 요리책도 좋다. 새해 계획을 거창하게 ‘독서’로만 정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먼저 찾아본다면 자연스럽게 찾아 읽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스스로 책을 읽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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